아저씨가 학교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셨다.
난 시간도 거의 다 되서 어쩔 수 없이 차에 탔다.
“뭐야, 그거? 재호가 해준 거야?“
“어...네. 좀 튄다면서...“
아저씨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감쪽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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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착한 교실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새로 반이 바뀌고 학년도 바뀌었지만 시끄러운 건 여전했다.
한숨을 푹 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실에 들어갔다.
예의 그랬듯이 최대한 눈에 안 띄게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삼삼오오 모여서 자기네들 끼리 수다를 떠느라 주위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시끄러운 교실에서 어제 쌓인 피로가 덜 풀렸는지 스르르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결국 난 책상 위에 엎어져서 잠을 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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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안 일어나?“
그 목소리에 나는 잠이 깨서 비몽사몽 앞을 바라봤다.
어느새 선생님이 와 계셨고 다른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모두가 날 주목하는 느낌이 들었다.
와, 씨...내가 아무리 친구가 없다지만 아무도 날 안깨워준 거냐.
“자, 이제 자기소개라도 해보자.“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출석부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체 이런 거 왜 함?
문득 내 차례가 왔다.
“윤가람.“
아, 네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가 조금 놀란 듯이 날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이내 실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뭐야, 방금 그 표정은?
“이름이 윤가람이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그나저나 너, 우리학교 학생 맞니? 얘가 존재감이 없네ㅋㅋㅋㅋ“
선생님의 말에 모두 웃음을 흘렸다.
그래요, 나 존재감 없어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은 기분탓이에요..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나는 간절히 돌아가고 싶었다.
어짜피 친구도 안 생기고 첫날이라 수업도 흐지부지 끝낼게 뻔했다.
나의 휴일을 이렇게 의미 없게 보낸다니 끔찍하다.
내 앞자리에는 여자이이들이 잡지를 갔다놓고 꺄아꺄아 소리를 질러대며 수다를 떨었다.
‘와, 이 옷 진짜 예쁘지 않냐.‘
‘가격 실화? 이런 옷 절대 못사입는다.‘
‘진심 이 사람 비율봐...완전 존잘ㅋㅋㅋ‘
“...근데 이 사람...어디서 본것 같은데...어디서 봤더라?“
나는 혼자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쾅‘하는 충격음에 화들짝 놀랐다.
“야, 윤가람. 여기 너랑 동명이인 있다? 완전 신기ㅋㅋㅋ“
조금 긴 머리를 한 여자얘가 잡지를 내 앞에 들이밀면서 말했다.
....그 사람이 바로 나 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채.
근데 그 걸 나한테 들이밀면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야아, 쟤랑 비교하면 안되지. 여기 윤가람 좀 봐라. 와, 씨...표정 진짜 오진다. 눈 호강 인정?“
“인정ㅋㅋㅋ“
하며 수다를 떠는 여자애들을 보고 나는 너무 안타까워했다.
이게 바로 등잔 및이 어둡다는 건가.
자기 앞에서 자기를 칭찬하는 소리를 듣는 건 또 기분이 묘해서 그만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