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사회생활이 이렇게 힘든 건줄 몰랐어(1)

그 뒤로는 정말 눈 빠질 정도로 바빴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모델이라 궂은 작업환경에도 돌고 어디 남는 일거리가 있으면 바로바로 얼굴 좀 비춰야한다는 슬픈 아저씨의 말에
진짜 닥치고 아무 일이나 받았다.

비 오는 날에 야외에서 촬영을 하고 하루에 수십번씩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내 눈이 렌즈 인 줄 알고 뽑으려 했던 적도 많았다.

어디서 처음 본 개와 같이 찍다가 물리기도 했고, 새벽 일찍 촬영나가서 밤 새고 돌아오는 경우는 비일비재 했으며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계속 서 있는 것도 힘들고 표정관리도 안 되서 촬영이 늦어지면 그날 퇴근은 물 건너갔다고 보면된다.

그렇게 몇 주간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이제 까지 출연료나 받은 돈이 꽤 될텐데 그 돈은 어디로 가는 거지? 하고 생각할 때 쯤, 아저씨가 날 불렀다.

“자, 가람아. 네 통장이야. 네가 아직 미성년이라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할까봐 일단 벌었던 돈들은 모두 통장에 넣어두마.“

헐, 아저씨...

“절 개처럼 부려주세요!!“

어떡해...나 완전 감동받았자나...ㅠㅠ
내 통장이 생겼어..ㅠㅠ
(근데 저 돈관리 잘해요)
아저씨라면 나의 모든 것을 맡겨도 괜찮습니다.^^

****


“가람아, 일거리 들어왔는데, 한번 해볼래?“
나는 차 안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애써 졸음을 참고 있다가 아저씨가 말했다.

“...뭔데요?“
그냥 평소처럼 하라고 하시지..? 뭔가 있는 건가?

“너랑 다른 모델분 한 명이랑 같이 찍는 거야.
운동화 광고라는데.“

어....음, 나는 별로 내키지 않는데...
다른 모델이라니...나는 낯도 많이 가리고...별로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까짓꺼 한번 해보죠, 뭐.“
나는 옅은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그래, 언제까지고 나만 좋아라 하는 일들이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그리고 조금 나중의 일이지만,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



아직 찬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가 모델일을 시작하고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기에 나는 그 빌어먹을 개학을 해야 했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고 나는 학교에 가야 한다는 빌어먹을 사실에 괜히 눈살을 찌푸렸다.
모든 학생들은 다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어짜피 나는 스케줄 때문에 자주 빼먹겠지만.

바로 어제 밤에 집에 돌아와서 4시간만 자고 다시 일어나는 끔찍한 경험을 하며 교복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옆에 현이 형은 촬영이 또 있어서 나갔고 집에는 재호 형이랑 시우 형 뿐이었다.

나는 거실로 나가서 물 한잔을 벌컥 마시고 졸음을 떨쳐내려고 눈을 비볐다.

“우와, 뭐야? 가람이 학교가는 거야?“
재호 형이 윗층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학교가는 게 뭐 대수라고...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재호 형은 날 가만히 보다가 윗층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내려왔다.

...안경이랑, 렌즈?

“너 거울 안 보지? 지금 엄청 튀거든? 일단 이렇게라도 가리고 있는 게 좋겠다.“

아.
이런 생각은 또 처음 해보네.
내내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있던 때와는 달랐다.

재호 형은 검은 컬러 렌즈를 끼워주고는 검은 뿔테 안경을 씌워주었다.
거울을 보니 영락없이 평범하고 흔한 남자애 였다.

그제야 형은 만족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 다녀와라.“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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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10 21:05 | 조회 : 2,659 목록
작가의 말
tkrir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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