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인사

밤새 걸었던 요원은 피곤했는지 방에 침대가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






다음날 아침 누군가 몸을 흔드는 통에 눈을 뜬 요원은 어젯밤과는 달리 치장을 한 담호를 보고 깜짝 놀라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야….”




“괜찮아? 인사 올리러 가야 하니까 얼른 씻고 옷만 갈아입어. 첫날부터 분칠을 하면 누나들이 뒤에서 호박씨 까거든.”





인사를 올리러 간다는 말에 눈을 데구르르 굴렸지만 담호의 말투를 보아 상황이 급하다는 것을 알아챈 요원은 서둘러 씻고 옷 매무새를 갖춘 뒤 본채 뒤뜰로 나갔다. 물론 담호의 손을 꼭 잡은 채로.




***




사실 인사라고 해도 별거 아니었다. 새로 온 기인이 선배들에게 소개되고 기명을 받는 것이 다였다.





요원의 기명은 요원 그대로 갔다.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통째로 바뀐 것과 달라 모두 조금씩 의아해했지만 요원은 마님의 부탁임을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인사가 끝나고 선배 기인들이 요원 주변으로 몰려들자 행주는 본채 안으로 들어갔고 옥희 역시 별채에 있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선배 기인들은 그에게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열인 남성이라는 그의 성은 충분히 얘깃거리가 될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관심이 없는 이라도 손님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위해서 다가왔다.











2017. 06. 05
Written by. 예성










“하아아……”




“그래도 이 정도면 빨리 끝난 거야. 나 때에는 첫 남자 기생이라 더했어.”





담호가 침대에 시체처럼 늘어진 요원에게 말했다. 그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몇 년을 본 사이처럼 이미 편해져 있었다.






‘담호는……’





요원은 문뜩 담호가 여기에 오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좋은 사연은 아닐 듯 하여 묻는 것을 포기했다.





“….. 나 금이랑 가무 좀 가르쳐주면 안될까?”





요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담호의 눈이 커지더니 역으로 질문이 돌아왔다.




“왜? 배우는 게 빠르면 빠를수록 손님을 더 금방 받게 될 텐데?”




“신세만 지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잖아…...”




“그렇긴 하지만….”




요원의 울적한 표정에 담호는 그렇게만 대답하고 뒤에서 꼬옥 안아주었다.





***





요원은 다른 아이들보다 습득력이 좋은 것인지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가무도 3개의 곡을 일주일 만에 배웠고 금은 배우기 시작한 날에 기본 음들을 다 뜯을 수 있게 되었다.





빠른 기간 내에 출중해진 실력에 담화각에 있는 관계자들 모두 요원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시기와 질투를 하는 이도 몇몇 있었지만 싹싹하고 예의 바른 성격의 예쁘장한 남자아이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많을까. 그렇게 요원이 담화각에 들어온 지 보름하고도 나흘이 되었다.





유난히 달이 일찍 떠오르기 시작한 초저녁에 행주가 요원을 찾아왔다. 본채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본적이 없었기에 요원은 자신의 방에 찾아온 행주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다.





“여기까지 어인일로…..?”




“본론만 말하겠다. 내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네가 옥희 대신 오늘 오실 손님을 접대했으면 하는구나.”



“걱정 말거라. 내 미리 말해 놓아 초야는 치르지 않을 것이니.”




“네에?!”





기방에 들어온 지 보름하고도 나흘 째. 요원은 첫손님을, 그것도 옥희 대신 받게 되었다.







***







“스읍-하아아. 후.”




요원이 숨을 힘껏 들이키고 뱉었다. 약간 떨리는 채로 꼼지락거리는 그의 손이 그가 긴장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곧 시중기인이 나왔다. 이제 요원이 들어갈 차례였다. 처음 보는 색의 연지도 바르고 어여쁜 비단옷과 노리개, 그리고 가체까지. 요원은 지금 아름다운 기생이었다.





“드, 들어가겠습니다!”




여닫이 식 방문이 벌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0
이번 화 신고 2017-09-17 19:00 | 조회 : 2,515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감사합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dksqkek4260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