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첫날






2017. 05. 25
Written by. 예성








요원은 오랜만에 사람다운 취급을 받을 수 있었다.




목에 각인을 방지하는 가죽 띠까지 찬 뒤 담화각 본채로 보내졌다.




요원을 태운 가마가 입구에 도착하자 몇몇 기생들이 신입의 얼굴을 보기 위해 담벼락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남자애야.”



“내가 어제 말했잖아, 남자라고!”



“쟤 열인인데?!”



“쉿! 근데 곱게도 생겼다.”



“가체 씌우고 화장시키면 남자인 것도 모를 것 같아.”



“담호한테 친구가 생기겠네.”




요원은 기생들의 수군거림을 지나 행주가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행주는 커다란 방에서 요원을 기다리며 곰방대를 물고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요원을 산 관계자도 함께 있었다.




요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은 행주는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씨익 웃었고 요원을 방 가운데에 앉혔다.





“우리 담화각은 기방이나, 사내에게 몸을 파는 일은 적으니 안심해라. 할 줄 아는 가무나 다루는 악기는 없느냐?”




“……. 없습니다….”




“시조를 읊거나 짓는 것은?”




“… 못 합니다….”




“그러면 할 줄 아는 게 무엇이냐?”




“애초에 노비였는지라 아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습니다…..”





행주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한참을 있다가 입을 뗐다.





“이것 참 곤란하구나….. 그러면 너는 옥희에게 금을 배우고 담호에게 가무를 배우도록 해라. 배움이 끝나면 첫 손님이 정해질 것이다.”




“…… 네…..”




“이 아이는 담호와 같은 방을 쓰게 해라. 먼저, 하아……. 옥희년에게 보내라.”




“저… 행주 어르신 이제 노여움을…..”




“시끄럽다! 어서 그년한테 보내!”




“금명님….”





관계자가 하는 말에 짜증이 나는 듯 행주는 그를 쏘아 보았고 관계자는 움찔하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네, 행주어르신.”





관계자가 요원을 데리고 나와 본관 옆에 세워져 있는 별채의 맨 위층으로 안내했다.





“옥희야, 들어간다.”





관계자가 여태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로 사근사근하게 말한 뒤 문을 열었다. 관계자의 대우를 보아하니 가장 잘 나가는 기생이듯 했다.





그 곳에는 큰 방에 온갖 장신구와 가야금 같은 악기, 옷도 수십 벌씩이나 걸려있었고 요원이 본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거울 앞에서 빗질을 하고 있었다.





“누구예요?”




옥희가 뒤를 돌아 요원을 보고는 물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야. 금을 타는 걸 네가 가르쳐주어야 할 것 같다.”




“네.”




옥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요원을 머리부터 발까지 흩고는 대답했다.





관리자가 나가자 옥희가 요원에게 다가왔다. 살랑거리는 걸음거리가 마치 선녀가 금을 타며 다가오는 것 같아 요원은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마님보다도 더 예뻐….’





요원의 바로 앞까지 걸어온 옥희는 주변의 냄새를 맡고 목을 빤히 쳐다보더니 다짜고짜 뺨을 갈겼다




짝 하는 마찰음이 꽤나 크게 울렸고 요원은 놀람과 아픔에 맞은 뺨을 감쌌다. 작고 가녀려 보이는 손이 어찌나 매운지 뺨에 붉게 손자국이 생겼다. 눈물이 핑 돌아 눈앞의 여자를 째려보았다. 옥희의 눈동자는 선명한 적의를 뛰고 있었다.





“하……. 열인이네? 너는 내 눈앞에 띄지 마라,”




옥희가 살벌하게 쏘아보며 말했다.




“…. 하, 하지만 행주어르신이……”




“금은 같은 방 쓰는 놈한테 배우고 나가.”




“……하지만..”




“나가라고!!”





매섭게 소리를 지르는 통에 정신 없이 별채 밖으로 나온 요원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소매로 닦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걷다가 연못이 나오자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밤이었지만 달이 밝아 요원의 모습이 선명히 연못 물에 비쳤다.





붉게 부은 뺨을 손으로 만지자 쓰라렸다.





여기까지 와서, 그것도 팔려와서 이런 취급을 당하는 제 자신이 너무 가여워서 절로 눈물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








그렇게 한참이 지나 눈물이 그쳤다. 울었더니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도 같았다.





일단 자신이 있을 방으로 가기라도 해야 할 듯싶어 지나가는 아이에게 길을 물었다. 아이는 담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본채와 별채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건물에 가리켰다.





문을 두드리자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저, 오늘 처음 온 사람인데….. 행주 어르신이 여기에서 있으라고 하셔서….”




대답하자 안에서 요원보다 약간 큰 남자가 나왔다.





“희일이… 형?”





제 배다른 형과 너무나도 닮은 얼굴에 요원의 부은 눈에서 눈물이 다시 흘렀다. 담호는 처음 보는 남자아이가 자신을 보자마자 우는 것을 보고 당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주위를 살피고는 안으로 데려갔다.







***







“죄송…. 합니다…..”




눈물이 가신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담호는 자신 앞에 앉은 아이를 오도카니 바라만 보았다. 또래의 남자아이가 온다고는 했지만 이러한 첫만남은 예상하지 못했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뺨이…”





담호가 얼굴에 손을 갖다 데려 하자 요원이 무심코 몸을 움찔거렸다. 겁을 먹은 표정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담호는 손을 치웠다.





“아니, 뺨이 부어있어서…. 누구한테 맞았어요?”




정곡을 찔렸는지 눈만 깜빡이는 요원을 보고는 담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옥희 누나한테 맞았죠!”




또 정곡을 찔렸다는 듯 이번엔 눈을 피하자 이번엔 담호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대답 안하고 눈길만 피해봤자 표정에서 다 보인다고요.”




담호의 말에 요원이 머슥한 듯 제 머리를 쓸었다.





“걱정 말아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감사합니다…”




“열인인가 봐요?”




“!?”




요원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한듯한 표정을 하자 담호는 제 목을 가리켰다. 요원은 자신의 목에 둘려진 각인 방지 목걸이의 존재를 그제서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옥희 누나가 때린 건 아마 목걸이 때문일 거예요. 그 누나, 열인이라고 하면 치를 떨거든요.”




“아, 네…..”




“몇 살이에요?”





담호가 얼굴을 불쑥 가까이 들이밀자 당황한 듯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여, 열 여섯…. 살이요…”




“그럼 동갑이네요? 말 놔도 되죠?
난 담호야. 앞으로도 잘 부탁하고 가무하고 금은 내가 가르쳐 줄게! 침대는 이따가 올 거고 짐은 저기다 풀고 옷은 나중에 사자. 화장실은 저기고 가무방은 저기, 치장실은 저기 안쪽이야.”





빠르고 매끄럽게 넘어가는 전개에 정신이 없었던 요원은 한참이 지나서야 끄덕이고 제 소개를 했다.





“….난 박요원이야….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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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07 22:14 | 조회 : 3,119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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