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열인 발현

“하악, 흣!”





요원이 가쁘게 숨을 뱉었다.





“흐읍, 하악…..”





그의 매향이 비좁은 독방 안을 가득 채웠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온몸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하악…. 힉!”





간지러운 것도 아닌 느낌이 온몸을 자극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요원이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16번째 생일을 독방에 갇혀서 혼자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3일동안 굶어 다과회 이후에 남은 화과를 몰래 훔쳐먹다가 들켜서 독방에 갇힌 억울함도 있었겠지만.





현재 요원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모두가 자신이 열인라는 것을 알았을 때 버려질 거라는 사실과 이러한 자신을 바라볼 어머니, 아니 마님의 시선이었다.





독방에서 열인의 성이 발현될 줄 누가 알았으랴.





더욱더 비참해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요원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숨결조차 자극적이어서 온몸을 반응하게 만든다.





뺨에는 열이 붉게 올라오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며 뒤가 젖기 시작한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지만 요원의 온몸이 다가오는 이가 우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잠시만….. 이 집에 우인은 주인어른밖에…....



망했다….’






요원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문밖에 그림자로 상투를 튼 머리가 보였다.





‘……마님께서는 이제 나를 기어 다니는 벌레같이 생각하시겠지.’





문이 벌컥 열리더니 수염이 긴 사내가 들어온다.





“주인.. 어른……”





“너였구나….. 하하, 제 어미를 닮아 열인이었어.”





“ㅈ, 주인 어른?!!”





이제훈이, 그렇게 기품 있던 양반이 자신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향을 맡자 요원이 놀라서 기겁했다.





“향이 제 어미보다도 좋군. 첫 상대가 나인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해라.”





이제훈이 몸을 탐하려 하자 요원은 손과 발을 써가며 애써 그를 밀어냈다.





“주인 어른, 제발… 안됩니다!”





짜악-





요원이 울며 불며 거부하자 이제훈의 투박하고 거친 손이 요원의 뺨을 때리고 지나갔다.





요원의 뺨에 손바닥 자국이 그대로 벌겋게 남았다.





“흐윽… 히끅, 흑….”





“가만히 있거라!”





그렇게 이제훈이 요원의 옷고름을 푸르고 요원의 몸을 탐하려 할 때였다.





“영감!”





이제훈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화가 잔뜩 난 강희가 서있었다.





“ㅁ, 마님!”





“요원이 너는 닥쳐라. 끝까지 이렇게 추한 꼴을….”





“아닙니다. 오해십니,”





“닥치라 하지 않았느냐! 영감.”





강희가 자신을 부르자 이제훈이 일어서더니 걸어 나온다.





“당신, 나이가 몇이신데 저 외에 다른 열인을 넘봅니까? 그것도 남자애를, 노비를!”





“…….”





“영감!”





“미안하오….. 내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소.”





“당신은 오늘밤 침실에서 보고, 요원이 너는 오늘 점심도 저녁도 굶거라. 내일은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야.”





“마, 마님,”





“천한 것이 어디서 말대꾸를! 네가 죽고 싶은 게냐!!”





“…….”





“대답 안 하느냐!”





“죄송합니다, 마님……”





“홀로 남아 생각하고 있거라. 당신께서는 가서 일 보세요!”





문이 다시 닫히고 요원은 홀로 눈물을 흘렸다.





겁탈당할뻔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비참한 현실에 요원은 울었다.




작은 아이가 흐느끼는 소리가 마당까지 메아리 져 울렸다.





















2017. 04. 14
Written by. 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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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27 21:11 | 조회 : 3,322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감사합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dksqkek4260 적혀있는 날짜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날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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