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새로운 시작

언제 또 시간은 흘러 방학이라는 짧은 행복은 개학이라는 피곤한 시간으로 이르게했다.
8월의 중순은 7월의 어느 날 보다 비교힐 수 없을정도로 뜨거웠다.
지금부터 여름방학을 하는게 맞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하며 전과 다를 것 없이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교무실에서 가지고온 열쇠로 문을 열자 쾌쾌하고 눅눅한 먼지냄새가 먼저 느껴졌다.


"으아, 심하네."


가방을 책상위에 율려놓고 창문을 열었다. 여름은 더운 공기가 훅하고 덮쳐왔지만 먼지냄새보단 나았다.

여전히 하늘읕 푸르렇고 바람은 뜨거웠다.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학교가서 유지원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할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고 걱정했다.
그렇게까지 해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눈떠보니 오늘이었다.


"시간은 더럽게 빨리가지..."


조금만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을텐데. 성큼 다가온 9월이라는 시간앞에 나는 망설이고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모든게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똑똑-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오보았다.
문을 두드린듯 손을 들고 서있는 사람은 한 달만에 보는 유지원이었다.


"여전히 성실하네."


살풋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유지원은 전과 다른게 없어보였다.
갈색 눈동자도 연한 머리카락도 나를 보는 눈빛도 변함없이 노골적이었다.


"...아, 안녕."


"풉, 지금 인사하는거야? 그렇게 어색하게?"


피식거리며 비웃는 유지원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누가봐도 어색한 인사였기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대신 유지원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 족보는 언제줄건지... 그때 못 받았는데."


대답은 않고 빤히 보는 시선이 얼굴표정을 짓는것을 불편하게 만들었더. 지금 내가 웃고있는지 울고있는지 알 수 없을정도로 어색하고 긴장하고있다.
휴... 이렇게 븅신같이 굴거면 나가뒤지자.


"그때, 그때라고 하는게 우리가 입맞췄던..."


"야, 야!"


모르는 척 그날의 일까지 꺼내는 유지원의 말을 막아세웠다. 이놈이 진짜! 아무리 사람이 없다지만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 법인데!


"응?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


지원이는 아무것도 몰라따위의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있는 모습에 주먹을 말아쥐었다. 한대 치고싶다는 생각과 반대로 귀엽다는 느낌이 들어 창문밖으로 뛰어내릴까하는 고민도 잠시했다. 세상 미치겠네.


"휴... 어쨌든 그날. 족보 못받았잖아."


"나는 줄 생각으로 우리집에 가자고 했는데 니가 안 갔잖아."


이 미친놈이??


"상식적으로... 유지원, 상식적으로 그날 그런..걸 했는데 내가 좋다고 너네집에 갈 수 있을까?"


"난 못갈거 없을것 같은데?"


"그건 너님이라 그런거구요! 하- 진짜 이런 상식밖에 있는걸 내가..."


"니가 뭐?"


"됐으니까 내일 줘."


"내일? 오늘도 줄 수 있는데?"


"...가지고 왔어?"


"응."


저게.
놀리려는지 쌈박하게 대답하는 유지원에게 기가빨려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또 입씨름할거였으면 어제 그런 고민따윈 하지말걸. 유지원은 변함없이 유지원이고 나는 난데! 좋아해도 숨기기로 했으면 끝이지 뭘 그렇게 고민했는지 바보같이.


"그럼 가지고 와."


"...고요한."


"왜."


"보고싶었어."


덜컹- 쿵.

덤덤한 얼굴로 옅게 짓고있는 미소로 보고싶었다 말하는 유지원때문에 앞에있는 책상다리에 무릎을 부딪혔다.
아픈것보다 요란스럽게 뛰고있는 심장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저렇게 쉽게 할 수 있지? 어떻게 저렇게 거리낌없을 수 있지?
망설이고 있는 사람 모양빠지게.


"너 또, 하- 안 아파? 괜찮아?"


"오, 오지마! 안 아프고 괜찮으니까 거기있어!"


부딪히는 소리가 컸는지 다가오려는 유지원에게 소리쳤다.
큰소리에 놀랐는지 잠시 눈을 크게 뜨고 서있던 유지원은 이내 피식 웃으며 멈춰섰다.


"진짜 귀엽게."


"뭐, 뭔소리야. 어쨌든 뭐든 됐으니까 족보나 가지고 와!"


"그래, 근데 족보 말고 다른 할 얘기는 없어?"


"무, 무슨 할 얘기?"


또 대답없이 쳐다보는 눈빛에 이제 식은땀이 날 것 같았다. X발, 그냥 좋아한다고 소리쳐버릴까. 답답하고 불안해서 미치겠네.
누굴 좋아하면 다 이런 마음이 드는걸까? 빤히 챠다보는 눈빛에 속이 울렁거리고, 가까이오면 당황스럽고, 보고싶다는 말에 진정하지 못하는 심장까지 원래 이런거야?


"...학생회. 탈퇴한다고 소리치긴했지만 다시 마음이 바뀌지않았을까 해서"


그... 엥?
전혀 예상치 못한 주제에 순간적으로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았다.


"생각해 본적 없다는 얼굴이네. 그렇게 하기 싫어?"


"그게... 그래.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못 해먹겠어. 뭐부터 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고 이래뵈도 예체능계열이라 신경쓰는일도 많아서 버거워. 한다고해서 잘할거라 소리쳤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있는지 모르겠더라. 이런 사람이 학생회에 있어봤자 도움되기는 커녕 되려 짐만 될거같아. 이게 내 생각이야. 원래 정상적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니까 나와도 별 문제 없다고 보고있고."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돌이킬 수 있을때 말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물론 애초에 안한다는 사람 억지로 하게한 너의 막무가내적 행동이 잘 못된거지만 나도 끝까지 안 한다고 못했으니까. 이제서야 올바른 소통이 되고있는거지."


유지원을 좋아하게됐다고 해서 맞지도 않는 학생회 옷을 계속 입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잘할거라고 큰소리친게 민망하지만 그 몫은 알아서 감당하면 되는거고 이제 유지원이 포기하면 모든 일이 깨끗하게 정리되는거다.


"...진짜 싫어? 학생회 들어오면 스펙도 쌓이고 좋은 점 많을텐데?"


"그러니까 그걸 원하는 사람한테 주라고. 내가 가는 길에 학생회 기획부장이라는 스펙이 굳이 필요하진 읺아서.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라는 거지."


"...요즘 음악하는 사람들 좋은 성적을 가지고있거나 학생회임원이었다하면 더 먹히잖아."


"그렇긴 한데 나는 가수가 아니라 트레이너가 되려는거니까 굳이...? 뭐야, 너 어떻게 알았어?"


말한 적 없는 곳을 알고있는 유지원을 쳐다봤다. 언제부터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불만많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모, 뭐! 난 잘 못한거 없어! 당당해!


"공부를 못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데 특정 괴목 성적은 높고, 종종 보컬관련 책을 들고다니는 걸 봤으니까."


"아... 그래? 쳇. 그 놈의 성적 게시판. 알면 얘기가 더 쉽겠네. 그런 이유니까 안 한다는거야."


"그냥 나랑 같이있어주면 안돼?"


"뭐, 어?"


"가뜩이나 다른 반이라 자주 못보는데 그렇게라도 보는것도 안돼? 같이 활동하고 함께 놀 수 있는 분위기잖아. 그럼 우리가 더 친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고."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정리하기까지 짧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이 말인즉 유지원은 나랑 같이 있으려고 나를 학생회에 끌어들인거라는 말이 되는... 미친.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야... 그런건 굳이 내가 학생회를 꼭 들어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아니 진짜 생각할 수록 대단하고 거만한 발상이네. 이 미친놈아! 평범하게 생각해보라고! 싫다는 사람 억지로 끌어들인다고 친해지고 그럴것 같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말 그럴거리고 믿고있는 듯한 말투에 잠시 눈앞이 아찔해졌다. 와아- 나 진짜 이런 애를 계속 좋아하는거야? 지금이라도 다시 고민해봐야 되는거 아냐?


"하- 그 이기적인 발상좀 자제하고 너의 억지를 타인이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는지 좀 생각해볼래? 어? 애초에 그냥 친해지자고 하면 될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


"...너 나 싫어했잖아."


"그럼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좋다고 반기겠냐?"


"난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는데."


...이 새끼. 이 놈의 유지원새끼. 지가 처음에 어땠는지 전혀 객관화하지 못하고있어.
이 천싱천하 유아독존 이기적인새끼!


"무슨 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표정으로 욕하는거 그만해줄래?"


"진짜...나도 시회성이 부족하지만 넌 더 부족하구나. 겉만 뻔지르르한 회장아."


"...말로 욕하는 것도 좀."


"됐고. 다 집어치우고. 우리 오늘부터 평범하게 다시 시작하자."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멀뚱거리고 있는 유지원앞에 손을 내밀었다.


"크흠! 반갑다 유지원, 내 이름은 고요한이고 보컬 트레이너를 꿈꾸고있는 평범한 십팔세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과 나도 좀 친해져보려고 한다."


내밀어진 내 손만 보고있는 유지원에게 재촉어린 손짓을 했다. 너도 하라고.
가만히있던 녀석은 이내 피식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유지원, 현 학생회장이자 전교 일등. 의사를 목표로 하고있어."


"오, 대단하네."


"무엇보다 고요한을 좋아해. 걔랑 꼭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방금 했어."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싱긋 미소짓는 얼굴로 거침없는 고백을 하는 유지원이 눈이 부셨다.
어딘가 뒤틀려있는 것 같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대담한 사람이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럴 수 있는지 알고싶어졌다.
어쩌겠어. 나도 유지원을 좋아하고 있는데.
맞잡은 손을 놓는게 아쉬울정도로 유지원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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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4 02:55 | 조회 : 1,864 목록
작가의 말
gena

분홍빛 분위기를 망쳐버리고 싶디(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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