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 유지원, 우효준

눈앞에 있는 굳건하고 단단한 갈색의 문은 언제봐도 낯설고 어려웠다.
이 안에 있는 사람또한 이 문과 같이 단단하고 열기어려워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도 열어야했다.


"유지원, 너희 아버지께서 내려오라고... 뭐하냐?"


어느 회사의 사장실같이 넓은 방안 중심에 위치한 책상에 앉아있는 유지원은 열심히 무언가를 노려보고있었다.


"뭐하는... 또 고요한?"


검은 화면의 폰을 쳐다보고있는 녀석은 이상하게 전에알던 유지원이 아닌것 같았다.


"한 달동안 답없으면 말다한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고요한 그만 괴롭히라고."


"내가 걜 괴롭히고 있는걸로 보여?"


"싫다는 녀석한테 계속 연락하고 집착하는거. 괴롭히는게 아니면 뭐야?"


그 동안 하고싶었지만 참았던 말이었다.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지원은 피식웃었다.


"괴롭히는게 아니면 좋아하는거지. 좋아해 고요한"


"...뭐, 뭐어?!"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로 어마어마한 말을 한 유지원은 천하태평 그 자체였다.


"그렇게 놀랄 말은 아닌것 같은데."


"아니, 진짜? 정말? 이렇게 인정한다고?"


"이미 고백까지 했다고하면 기절하겠네."


"헉?! 너... 진짜... 헐."


그 유지원이, 천상천하 유아독전 유지원이 고백이라니 그것도 그렇게 싫어하던 동성에게.


"...진심이야?"


"아니면 입밖으로 안 꺼냈지."


"진심이면 더 복잡하잖아. 고요한이랑 안되면 상관없지만 만에하나 잘 되기라도 하면 그 후엔? 그 관계 책임질 수 있어?"


빤히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이번은 피할 수 없었다. 유지원에 휘말린 고요한은 그렇다쳐도 유지원은 포기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친구니까.


"열여덟살에 느낀 감정을 책임지라는건 너무한거 아닌가?"


"여자였다면 신경도 안 썼어. 근데 이건 다르잖아. 한순간의 감정으로 이러는거라면 너나 고요한이나 둘다 다쳐."


"...너나 고요한이나 둘 다 같은 말을하네 복잡하게. 한 순간의 감정이면 어때? 그게 맞으면 가는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난 지금 고요한이 좋아. 그래서 잘 되든 안 되든 일단 가보는거라고. 감정이 발전하면 책임지겠지. 근데 가보기도 전에 책임질 각오하고 들어가야한다면 세상 모든일이 어렵고 복잡하지 않겠어? 너는 과외누나 좋아할때 책임질 각오하고 고백했어?"


"그 문제랑 이건 다르잖아."


"다르지 않아. 좋아하는 마음은 같아."


"하지만"


"그만.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건 널 설득하고자 하는게 아니야. 이해시키려는건 더더욱 아니고. 니가 이해하든 안 하든 난 걜 좋아할거야. 그라니까 귀찮게 하지말라고 이렇게까지 말하는거야."


저 싸가지없는 성격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대단한데 그 상대가 남자인게 오버해서 유지원을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질겁을 할 정보였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하는데 수원이형이나 부모님한테는 숨겨."


굳이 숨겨야하나 같은 얼굴을하고있는 유지원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럴거라 생각했다.


"너 하나 바라보고있는 사람들인데 안 놀라겠냐? 되도록이면 들키지 말라고."


"나 하나 바라보라고 한적없는데? 그리고 부모에서 모는 빼지? 난 엄마 없어."


저걸 또 저렇게 받아치면 내쪽에서 할말이 없다.
유지원의 어머니는 새 어머니였다. 원래 외동이었던 녀석에게 갑작스럽게 7살이나 많은 형이 생기게된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아버지 놀라게하지 말라고."


내 말에 자조적으로 웃은 유지원은 의자에 몸을 기대는 거만한 모습을 보였다


"상관없잖아. 어차피 일년뒤면 안 볼 사람들인데."


유지원을 아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녀석이 가지고있는 것만보고 부러워하거나 질투를 한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그를 보면 가진것 만큼 잃어야하거나 한 반도 가진적이 없는 것들이 여럿있었다.
예를들면 가족애나 타인의 진심어린 배려, 친절같은 것들.
그래서 고요한을 좋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요한이 가지고있는 것들은 유지원이 한번도 가져본적이 없는 것들이니까.
어쩌면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냥 잘 됐다고는 볼 수 없다.
그도그럴게 녀석들은 사회관념에서 벗어난 관계를 이어가려고하니까.


"난 너 볼거다."


"...그러든가."


"하아- 그래. 그럼 이제 내려가봐. 아저씨가 내려오라더라."


"또 경영대학 얘기겠지."


"...안 가도 상관없지만 내가 이 집을 벗어날 때까지는 큰소리없이 평화로웠으면 하는데."


"편히- 나가. 가다가 붙잡혀서 듣기싫은 소리 듣지말고."


"니가 내려가면 나도 싫은 소리 안 들을거란 생각은 못한거지?"


"얼른 가."


"알겠다. 학교에서 보자."


나른한 얼굴로 다시 폰을 보는 유지원을 마지막으로 방을 나왔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평범하지 않다생각했는데 근래들어 더욱 그런생각을 하게되었다.


"보통이 가장 어렵네."


남들만큼 보통만큼 지내는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생각하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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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2 17:57 | 조회 : 1,67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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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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