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데쟈뷰의 결말

"너 미쳤냐? 내가 눈에 띄지 말라고했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얼굴을 들이밀어?"


"그치만 니가 보고싶어서..."


가까워진 거리만큼 잘 들리는 대화는 스릴러일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로맨스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자. 전처럼 걸려서 귀찮아지지 말고.
한 걸음 물리자말자 따가운 소리가 울렸다.


"드러운 새끼야. 같은거 달고서 뭐가 좋다고 지랄이야. 내가 아는척 하지 말라고 했지?"


듣기만해도 베이는것 같은 날카로운 말은 누기뭐라해도 전명준것이었다.
뺨을 맞고 고개를 숙이고있는 사람은 전에 복도에서 봤던 그 얼굴이었다.
전명준도 어지간한 애한테 걸렸나보네.
더이상 같이있는게 싫은지 혀를차며 돌아서는 전명준때문에 급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피할 곳이 없어! 여기서 걸리면 빼박 훔쳐들었다면서 갈굴텐데!


"...너무하잖아. 내가 뭘했다고!"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들키자는 마음으로 여유있는척 있으려는데 전명준 뒤로 남자애가 달려드는게 보였다.

팍-


"으앗?!"


"뭐, 왜 여기에...?"


의아해하는 전명준을 등지고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당황해하있는 녀석을 쳐디봤다.
막을게 없어서 먹고있던 쭈쭈바를 던졌는데 운좋게도 얼굴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아직 반이나 남은게 아끼워 바닥을 나뒹굴고있는 쭈쭈바를 쳐다봤다.
하... 내 칠백원.


"당신 뭐야?!


"뭐긴 뭐야 지나가는 행인이지."


"지나갈거면 곱게 지나가던가 뭔데 끼어들어?"


보통이런 얘기는 쭈쭈바를 맞은애가 해야되는데 되려 전명준이 발끈해서 소리치니까 괜히 끼어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는 방금 자기가 무슨 짓을 당할뻔한지 알고 소리치는 건가?


"뭘봐?!"


째려본다고 거의 세모난 모양을 하고있는 눈과 얼굴을 보다 한숨을 쉬었다. 하긴 이 성격에 알아도 지랄이겠다.


"넌 됐고. 거기 너, 손에 들고있는거 뭐냐? 그걸로 뭐하려고?"


서슬퍼렇게 번뜩이는 것은 어리숙한 얼굴로 들고있기에는 위험한 커터칼이있었다.
내 말에 움찔하는 녀석에게서 시선을 때지않았다. 주춤하고있지만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누, 누구세요. 명준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명준이? 하! 내가 언제 이름 불러도 된다고 허락했어? 더러운 입에 내 이름 올리지마."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녀석을 말릴세도 없었다.
자극해서 좋을 것 없는데 얘는 성질이 왜이렇냐.


"하... 일단 손에 있는거 내려놓고 얘기할까? 말로하면 전명준보다 너가 더 잘 통할 것 같은데. 어때?"


"뭐라고? 미쳤어? 쟤가 나보다 나은게 뭐가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릴하는거야?!"


"제발, 좀 닥치고 있을래?"


"읏, 내, 내가 닥치라면 닥쳐야 할 이유있어?"


아, 이 놈도 진짜 지랄병이네. 상황이 어떤지 파악 안 될정도로 머리가 나쁜것 같지는 않는데 왜이러지?


"야, 거기 너. 저 성격인데도 좋다고? 다시 생각해봐. 니가 아까울 수도 있어."


"무슨..."


"장난해?!"


어리둥절해하는 남지애도 발끈하는 전명준도 둘다 시끄러웠다. 어쨌든 좋게 빨리 마무리 짓자.


"아무튼 그거 내려놓자 응? 위험한거야."


"제 질문에 답 안 했잖아요. 누구세요? 왜 명준이랑 그렇게 친한거에요?"


친하다니?


"무슨 개소리야. 난 이놈이랑 단 일도 친하지 않아. 아주 싫어하는 사이라고."


"그... 그런데 왜 끼어든거에요? 엿듣고있었잖아요!"


...이 녀석 내가 있는걸 알고있었네. 미친, 알고도 칼을 꺼내들었어?


"엿들은게 아니라 지나가다 들려진거지. 나도 듣고싶지 않았어."


그리고 스릴러일거라 생각했지 미저리일줄은 몰랐다고.


"우리 학교 학생이죠? 그때 계단에서도 들었죠?"


뭐야, 어떻게 다 알아?


"아니..."


"뭐?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다면서. 거짓말했어? 왜?!"


"아니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전명준, 쟤 칼들고 있다니까? 그것부터 정리해야지."


둘사이에서 부산스럽게 무슨짓인가 현타가 올것 같았다. 씩씩거리는 전명준을 뒤로 물리고 경계가득한 얼굴로 서있는 녀석을 돌이보았다.


"보다싶이 쟤랑 이렇게 사이가 안 좋다? 그러니까 그거 치우고 우리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하자. 뉴스나 기사소재가 되지말고."


"명준이가 그렇게 참아주는데 안 친하다고요? 거짓말하지마! 둘이 무슨 사이냐고!!"


소리치는 녀석이 무섭진 않았지만 황당했다. 되게 전명준 관점에서 보고있는 듯해서. 전명준이 침아주는건 보이고 내가 참아준건 안 보이나봐?


"야, 진정해. 나도 쟤 참아주고있는거야. 오해히지..."


"아직도 말이 통할거라 생각해? 저거 거머리야 철거머리. 상식선에서 대화할 수 없다고."


치를 떨며 말하는 전명준을 통해 그 동안 얼마나 시달렸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별로 공감하고 싶지않은데 나도 유지원이라는 거머리한테 시달리고있어서 공감이됐다.


"...말이 안 통하면 통하게 해야지. 내가 못막으면 넌 나가서 도움요청해라."


"뭐? 뭘어쩌려고."


"나도 몰라."


모르는데 일단 칼을 들고 있는 손이 떨리고있고 자기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불안해 하고있잖아. 아마 칼만 뺏으면 진정될거야.
그래서 녀석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뭐, 오, 오지마세요!"


"이름이 뭐야? 우리 대화로 풀자 응?"


"오, 오지말라니까!!"


앞뒤분간하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녀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아직 거리의 여유는 있고 딱 한번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렇게 겁먹지말고 이름이 뭐냐니까?"


"이.. 이 미친!!"


움찔거리며 물러나던 녀석이 달려들었다. 그래, 이걸 기다리고 있었지.
달려드는 녀석을 피하지 않고 아까부터 붙잡고 있던 가방을 그대로 휘둘렀다.
칼을 들이밀고있는 손에 가방을 맞췄다. 속으로 나이스를 외치고있는데 넘어지지 않은 녀석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앗, 여기까진 생각 못했는데.
X발.


"고, 고요한!!"


쾅!


"윽!"


"명준이랑 무슨 사이냐고요!!"


들이받은 대로 벽에 부딪혔다. 건방진 전명준의 외침도 허리를 부여잡고 압박하고있는 이 녀석의 말도 잠시 들리지 않았다.
아직 낫지않은 배가 압박을 받아 엄청나게 아팠기때문이었다.
삐-하고 울리는 이명에 눈을 감았다.
아, 이렇게 될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후..."


고개를 저으며 이명을 떨쳐내려했지만 아픈만큼 이명은 지속되었다.
시끄럽고 어지러워.
배를 누르고있는 어깨만 없으면 살것 같을텐데라고 생각하자말자 숨쉬는게 편해졌다.
갑자기 편해지는 것이 의아해 초점이 잘 맞춰지지않는 눈을 몇번 깜빡이고 고개를 들었다.

삐-하는 이명이 천천히 사라지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분명히 보였다.
설마,


"유지원?"


검은 옷차림으로 등을 보이고 서있던 녀석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살떨리는 얼굴을하고 있는 유지원괴 눈이 미주치자 가슴이 철렁거렸다.
...이 타이밍에 쪼는건가 나는?


"하, 넌 왜 항상 다른 사람 때문에 다치는지... 열받게."


"...여긴어떻게?"


"그건 나중에. 일어날 수 있겠어?"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언제 앉았지? 그런 기억없는데?!


"안 되겠네. 잡아, 부축해줄게."


유지원과 내밀어진 손을 번갈아보다 숨을 크게 내쉬고 손을 잡았다. 혼자 일어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
유지원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자 맞은 편 벽에 쓰러지있는 녀석이 보였다.
시체마냥 널부러져있는 것이 상태가 영 안 좋아보였다. 아까까진 미친 횡소마냥 날뛰던 녀석이었는데 뭘 어떻게 했길래...?


"왜? 걷는 것도 힘들어?"


이명때문에 잠시 눈앞이 안 보여서 어떤 상황이 벌어진건지 모르겠지만 유지원은 평소의 얼굴에서 걱정이 있는 것 빼곤 다를게 없었다.
숨이 차는 기색이라던가, 반격당한 흔적역시 없었다.
이제 진짜...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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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0 11:43 | 조회 : 1,60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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