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니 부탁이라면

"근데 파티는 무슨 소리냐? 유지원은 왜 파티타령이야?"

아... 안 갈 생각에 잊고있던 주제다. 이재민이 뭐라고 설명했던 것 같은데.

"뭐라더라? 방학식끝나고 뒤풀이에서 시작해서 파티가 됐다나 뭐래나. 그렇대""

"거기에 니가 왜 가는데?"

"학생회라서. 선생님들, 전년도 학생회임원들 이렇게 하는거라는데 어차피 이제 학생회도 아닌데 뭔 상관이야."

"흐음...? 가는데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내 얘길 들었다몀 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수십가지인데 거길 가라고 하는 최현우는 쳐다봤다.

"??"

"일단 역시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데 거기 누구나 가기 어려운 곳이고 애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퍼진 소문같은 거야. 나도 실제로 있는거라곤 생각 안 했었는데 놀랍네."

전혀 놀랍지 않은 얼굴로 덤덤히 말하는 녀석에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꽤 많았다.

"아무나 가기 어려울 건 뭐야? 학생회만 학생이야? 거기다 왜 암암리에 소문이 퍼져? 물론 나도 처음 알았긴 하지만."

가던 길까지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던 최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뭐냐 저 한심하다는 얼굴은?

"야씨, 말로해. 얼굴로 무시하지말고."

"X나 네 인생에 내가 없으면 큰일나겠다 싶어서.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어."

"...그 정도는 아니거든?"

"아니긴! 유지원이 어떤 놈인지도 몰라던 주제에! 할말있냐?"

...쳇, 할 말 없게 만들어버리네.

"그래서 그 파티가 뭐 그리 대단한데?"

"어디까지나 소문이니까 반만 믿어. 멍청하게 다 믿지 말고."

저게 진짜 끝까지 무시하네?
상당히 불만을 담은 눈빛을 최현우에게 보냈다.

"일단 전년도 학생임원들이 학생회 한정 족보를 준대. 성적에 목숨거는 녀석들한테는 겁나게 필요한거지. 여기까지는 쉽지? 그 다음이 소설같은 이야기지. 우리학교가 힉교다 보니까 대체로 학생회에는 잘먹고 잘사는 놈들이 많아. 전년도도 그랬고 우리한테 선배인 그놈들 우위의식 쩔어가지고 웬만해서는 말도 못붙이는데 유독 학생회한테는 살갑다는 거야. 연대의식같은걸 느끼는지 뭔지. 그런 사람들이랑 친해질 기회니까 인맥이 절실한 누군가에겐 가고싶어 미치는 곳아니겠냐?"

어딘가의 변사처럼 이야기를 늘어놓는 최현우는 언듯보면 신이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이 말한 부분 어느 한 부분도 내가 필요한 것은 없었다.

"역시 가지 않아야 될 이유만 있는 것 같은데?"

"...하긴 네가 공부에 목숨거는 것도 아니고 히키코모리라서 인맥도 필요없겠지."

히키코모리...까진 아니지만 복잡해지고 귀찮은 관계는 피곤하기만 하니까.

"쨌든 왜 유명한지는 납득했어. 학생회 특권같은 거구만."

"그래. 근데 지금 내 옆에 있는 멍청이는 그 특권을 발로 차고있고."

"어이, 아까부터 뭔가 불만이 있는것 같은데 돌려까지말고 다이렉트로 말해줄래? 빡칠것 같으니까?"

벌써 집앞까지 도착한 지금 최현우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궁시렁거리기만 했다.
왜저래, 말할거면 하던가 안 할거면 자기네 집에 가던가.
바로 옆이 자기 집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녀석을 확인하고 신발을 벗었다.

"아, 빨리 말하던가 아님 밥먹고 가던가."

"풉, 안 가면 밥주냐?"

"벌써 세시임. 배고픔"

방학식한다고 밥도 안 준 학교에서 집에까지 오는데 시간낭비가 있었다. 그래서 밥을 못 먹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점심!

"가방, 내 방에 놓고 나와라."

먼저 가방을 던져 놓고 거실로 가자 사복차림인 고여울이 티비를 보고있었다.

"고여울, 오늘 학교 안 갔냐?"

"나도 방학식. 아, 아까 아빠한테 전화왔었는데 오늘 외식하재. 고기먹을 거니까 지금부터 굶자."

부엌에 뭐 먹을 것 없나 찾고있다 외식이라는 말에 하던 것을 멈췄다. 오랜만에 고기 외식이면...

"들었어? 밥은 안 되겠고 과자라도 먹을래?"

"됐어. 얻어 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 여울이 있았네?"

최현우가 말을 걸자마자 고여울 얼굴이 삽시간에 구겨졌다.

"... 방에 들어간다. 너무 시끄럽게 놀지는 마."

"야, 현우한테 인사도 안 하냐?"

탁소리나게 리모컨을 내려놓은 고여울은 답지않게 얼굴을 굳히고 최현우를 노려봤다.

"...놀다가던가."

"고여울."

"됐어. 그냥 들어가."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집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아, 진짜 저 놈시키.

"미안, 쟤가 요즘 사춘기라 저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신경쓰지말고 게임이나 하자. 연결하셈."

미묘한 분노와 그걸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마음을 생각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최현우탓이라 아니라고 몇번을 말했는데도 저렇게 삐쭉거리는 여울이와 그런 여울이의 태도를 당연하다 여기는 현우 둘다 어지간히 날 위한다 싶어 씁쓸하기까지 했다.

내가 괜찮다는데 왜 둘이 저러는지 알 수가 없네.

"야...근데 진짜 파티 안 갈거냐?"

"안 간다니까. 아쒸!"

티비에 게임기를 연결해서 집중하고 있는 나와 달리 게임하자고 한 본인은 별 흥미가 없는지 계속 딴 소리를 늘어놓았다.

"...나도 이런 말 하기 진짜 죄스럽기까지한데."

"아 뭐! 뜸들이지말고 해! 아니 야! 일단 게임에 집중하고! 이러다 우리 죽는다니까?!"

이번 판만 깨면 신기록인데 계속 딴소리를 하는 최현우덕에 신기록에서 멀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나... 그 족보 좀 구해다 주면 안 되겠냐?"

"어? 뭐? 작게 말해서 못 들었어."

"시험 조, 족보 좀 구해다 주면 안 되겠냐?!"

[GAME OVER]

화면을 가득채운 루저를 알리는 단어에 게임기를 놓고 최현우를 쳐다봤다. 안절부절 못하고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야"

"알아! 네가 얼마나 가기 싫어하는지 알겠는데! 나는 성적이 중요한 놈이잖아. 어? 나 법대 목표로 하고있는거 알지? 형한테 공부 가르쳐달라하기 싫어하는 것도 알지? 나는 내 힘으로.."

"개새꺄, 내가 먼저 게임에 집중하라고 했지? 너 때문에 죽었잖아 X발!"

"그...그거때문에 화난거야?"

"그럼 뭐가 있는데! 우리 아까 신기록 세울뻔 했거든?!"

"잉...?"

"잉?같은 소리하고있네. 그거 부탁하는게 뭐가 어렵다고 아까부터 돌려돌려 말하냐? 이럴때만 소심해가지고는 뷰웅신."

지금이 최현우를 놀릴 수 있는 기회다 싶어 한것 비웃으며 킬킬거렸다.
학생회 파티에대해 말할때부터 들뜬부분이 이상하다 생각했다. 나와달리 주변에 관심이 많아보이지만 최현우도 썩 발이 넓거나 그런 놈은 아니었다. 목적이있으니까 친절하게 설명하고 주절거렸던 거지.

"그래... 인정. 나는 너 못 이긴다."

"알면 됐어. 어쨌거나 족보가 필요한단거지? 근데 너 웬만큼 성적 나오지 않냐?"

"...보통유지. 이제 내신관리하고 정시준비해야지 우리 이제 반년이면 고3인데."

"흐음.. 그렇구만."

그렇지. 이제 반년뒤면 고3이지. 어쩐지 원래도 잔소리 심한 태형쌤이 최근에 더 쪼더라더니.

"일곱시니까 대충 학원가기 한 시간 전에 나오면 되겠지. 근데 나한테 안 줄수도 있는거 아니냐? 나 그렇게 살갑게 못다가 갈텐데?"

같은 반 애들 이름도 다 못외우고있는 실정에 선배라고 알까. 전년도 학생회들이 누군지 단 일도 생각나지 않자 약간의 허망함이 찾이왔다.

최현우 말대로 주변에 너무 관심없는건가. 이렇게 살면 약간 위험할 것 같기도..

"...진짜 갈거야?"

"네 부탁이잖아. 그것만 얻으면 당장 나와야지."

"...싫은거 아니었어?"

또 무슨 말이 하고싶어 둘러둘러 말하는지, 영 좋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최현우를 쳐다보았다.

"뭐 어쩌라는거야. 가라는거야 말라는거야?"

"..."

"응? 으응??"

"유지원이 있는데도 괜찮다고?"

걔 뭐, 그 놈은 미친놈이야. 이제 도망이 상책이라는게 확실해 졌어. 잘해줘? 다른 애들과 다를것 없다고 느끼게 해준다고?
다 소용없어. 짐작이지만 걔한테 나는 다른 애들과 같을 수 없는 사람일테니까.
스읍... 근데 전명준은 좀 볼 자신이 없는데. 때린것에대해 사과하는게 좋으려나?

"걔보다 전명준이 더 껄끄러운데? 야, 너라면 맞을거 다 맞았는데 사과하면 받아 줄거야?

"아니."

...그래, 그렇겠지. 나도 그럴거니까. 그럼 사과하지말자. 때린건 잘못했지만 맞을만한 언행을 했어. 그럼 정리끝.

" 아, 그럼 여울이한테 외식 몇시에 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잠시만."

근데 외식을 아무리 빨리한다고 해도 시간이 애매할 것 같은데... 뭐, 어떻게든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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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18 04:02 | 조회 : 1,647 목록
작가의 말
gena

여울이가 저렇게 버릇없는 친구가 아닌데 왜저러지?(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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