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본격적으로(5)

'아..너무 오래 있었나.'
꽃밭에서 꽤 오랜 시간 있었던 것 같다.
아픈 척 하고 방에 있었던 건데 들키면 안되지.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꽃밭에서 나와서 숙소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에 꽃밭으로 떨어진 것과는 다르게 한걸음에 다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주변에 아이들이 좀 많아져서 그런것 때문.

"저, 학생?"
카운터를 통해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카운터 아주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름이 리나 크리시가 맞았던가?"
"네. 왜 그러시죠?"
내가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그게, 너희 두 쌍둥이 방배정이 끝났거든. 그걸 알려주려구."

맞다 방 배정. 고작 하루만에 잊고 있었다.
사실 혼자 독방 쓰는게 꽤 편했다.
아까처럼 눈치 안보고 밖에 나갔다 올 수도 있고, 내 방 쪽에서 오빠와 의뢰에 대한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그런 점은 꽤 좋았다.

그래도,
"룸메이트가 누구에요?"
'룸메이트가 누군지는 좀 궁금하네.'


아주머니는 종이 두 개를 내게 내밀었다.
종이 두 개에는 각각 한 개씩 표가 적혀있었다.

"이건 너희 쌍둥이의 방 번호와 룸메이트의 이름을 적어놓은거야. 여기 있는 이름칸에 각각 싸인하면 돼."
'누굴까.'
궁금한 마음에 행동이 빨라졌다.
하지만 오빠의 방배정 인원을 보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얘야...?"
카운터의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봤는지 당황하며 내 상태를 확인했다.

"리나 크리시."
아주머니가 내게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보려던 찰나, 어디선가 굵다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설마 진짜로 이 자식이랑 같은 방인거야?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방은 좀 너무하잖아.. 그것보다 클라드라면서..'

"따라와. 전해줄 말이 있다."
고개를 돌리니 클라드들이 모여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


"뭡니까."
클라드들은 나를 학교의 골목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거기있는 클라드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쌍둥이가 쌍으로 당당하구나. 너희 집은 당당한게 능력인가 보구나? 너희는 이만 가봐라."
그 남자는 주위의 클라드들이 다른 곳으로 가라는 뜻으로 손짓을 했다.

"너한테는 빙빙돌려 말 안하마. 괴물과 가까이 지내지 마라.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다. 괴물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리더시스."
"비교적 말이 쉽게 풀리는군. 그래, 괴물과 가까이 지내면 너희가 손해일거다."

그 남자의 이름은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논, 그는 내 대답에 이번에는 '시원시원해서 좋군'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오는 내 말에 그 표정은 찌그러졌다.


"왜 싫어하나요."
"뭐?"
내 질문에 그 남자는 당황했다.

"리더시스는 공작가의 아들 아닌가요?
공작가의 아들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괴롭히려면 깡이 참 많이 필요할 텐데. 이 학교는 다들 깡이 넘쳐나나봅니다."
"지금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이지?"
남자가 험악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더이상 헛소리를 하면 여자라고 안봐준다."

그 남자는 '라이오네', 일단 선천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태어났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힘을 증폭시켜주는 장갑까지 끼고 있으니, 순전히 힘으로만 하면 내가 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법을 사용해 제대로 싸우면 골치아파 지고.

'여기서 더 까불면 일이 더 복잡해 질수도 있겠는데.'

"알겠어요."
"..뭐?"
"알겠다고요. 한번 노력해 볼게요. 리더시스와 멀어지는 거."
"...하. 참 웃기는군."
그는 뒤늦게 협조하겠다는 뜻의 내 말을 듣고는 이번에는 헛웃음을 냈다. 황당했던 모양이었다.


"왜요. 싫은가?"
"..까불지 마라.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가봐."
"알겠습니다. 그럼 몸 조심하시지요, 라이오네의 클라드 선배님."
나는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뭐 어때. 저자식하고 한판 안 벌인게 다행이지.'
"야!! 저거 뭐야?!"
그 때 학교 중앙공원에 누군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누가 4층에서 뛰어내렸대?!"

'...4층에서? 일반아이들이 뛰어내리기엔 좀 버거울텐데.'
난 속으로 꽤나 실력이 되는 학생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덤으로 이든일리는 없을 것 같고 아마 헤레이스가 아닐까라고도.


누군가가 아주 큰 소리로 소리쳤다.
"걔잖아!! 입학테스크 최초 만점자 쌍둥이 중 오빠 쪽인 애! 몸 안좋다고 했던 걔!!"
그 말에 다른 쪽의 아이가 맞장구 치며 말했다.
"루드 크리시!!!!"

..
누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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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시스!!!! 거기서!!!"
루드는 무서운 표정을 하고 리더시스를 뒤쫓았다.
이미 전교생의 구경거리가 된 그 둘은 학교 복도를 미친 소마냥 뛰어다녔다.

'나름대로 꽤 빨리 달리고 있는데, 왤케 안 좁혀지지...!'
조금 더 속도를 내볼까, 하던 순간 리더시스가 마력구의 마력을 이용헤 속력을 더 높였다.

"......! 저녀석이!"



-




"뭐야, 이제야 멈춘거야?"
리더시스와 루드는 난간에 다다랐다.
리더시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달린건데?"
루드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분명 미친듯이 뛰었는데도 전혀 숨을 거칠게 쉬지 않고 있었다.

"...따라오니까."
리더시스가 헉헉거리며 조심히 말했다.
"따라오니까..?"
루드가 고개를 돌리며 자기가 들은 말이 잘못 들었냐는 듯이 다시 되물었다.


"..미안한데 난 너랑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루드가 리더시스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리더시스는 난간 아래의 긴 노란 머리의 남자를 보고 얼음이 되었다.

"야 너 내말 듣고 있냐!"
루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짜증이 나서 소리쳤다.

"...나한테 오지마.."
"뭐?"
"오지마라고....."
순간 리더시스는 다른 헤레이스들과 얘기하던 노란머리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싫어!"
루드는 강하게 소리치곤 리더시스에게 다가갔다.
"나랑, 얘기 좀 하자고!"

루드가 그 말을 끝내는 순간 노란 머리의 남자, 체블이 다가와서 리더시스의 등을 발로 밟으며 말했다.
"얘기?
이런 괴물 녀석이랑- 무슨 할 얘기가 있을까?
꼬마 이든."



빠직.
'..꼬.마?'
루드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체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체블은 곧 난간 밑으로 떨어졌다. 그가 떨어지기 직전에 체블의 뒤에는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루드가 서 있었다.

그 동작과 체블의 추락으로 보았을 때 답을 하나였다.

"참 발버릇도 입버릇도 나쁜 사람이네.
오, 착지 자세는 좋은데?"
루드가 체블을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평화롭게 떨어진 체블을 구경하고 있었다.

루드의 말과 행동을 들은 리더시스는 벌벌 떨며 다음 상황을 예측했다.
'체블에게 쌍으로 얻어터지는 나와 루드.' 정도.


'..나 때문이야. 또 나 때문에 누가 다치는건..
싫어...!!'
리너시스는 루드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
뭐야 리더시스, 앞이 안보이잖아!"
루드가 커다란 리더시스에게 가로막혀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체블이 떨어졌던 아래쪽에서 마법으로 한번에 2층 난간까지 뛰어올라왔다.

"..이든 꼬마. 죽고 싶냐."
체블이 험악한 표정으로 마력을 뿜어내며 리더시스에게 가로막힌 루드를 째려보았다.

'저사람이 진짜, 끝까지 꼬마라고....!'

그 때,
"누구보고 꼬마라 하는거야, 사자머리가!"

루드보다 더 밝은 백금발의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가진 소녀가 위에서 뛰어내려와 공격하려는 체블의 허리를 사뿐히 밟았다.

"악!!"
체블은 그 충격으로 난간 위에서 2층 바닥으로 넘어져 널브러졌다.

"너..넌 또 뭐야!"
"뭐긴요. 함부로 입 터는 사람 혼내는 정의의 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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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느껴진다. 난 시선을 회피하며 딴청을 피우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 알고 있어 나도. 내가 잘못한 거 알아.
일부러 이런것도 아니고 그냥.."
사실 난 애들이 수군거리는 걸 듣고 오빠가 뛰어갔단 방향을 뒤따라 달려갔다.
그때 오빠는 2층에서 리더시스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고, 난 4층에서 그 둘을 내려다보며 합류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이상한 사자머리가 툭 튀어나오더니 갑자기 1층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이정도 소란스러울 때에 등장하면 적절하겠지..!'

그렇게 난 사고를 위장해 4층에서 2층으로 착지하려던 찰나, 사자머리가 언제 다시 여기로 뛰어왔는지 난간에 서있었다.
'잘못하면 부딪힌-'

"꼬마이든. 죽고 싶어?"
".........."

우리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꼬마라는 말에다가 죽고싶냐고 협박까지.

'안 다치게 조심히 착지 할 생각, 다 사라졌어!'
"누구보고 꼬마라는거야, 이 사자머리가!!"



-



"..그래서. 이렇게 됬다?"-오빠
"..응."-나

루드 오빠는 내 대답을 듣고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리나, 너 지금 정신이..!"
"...피해!"
오빠의 말이 리더시스의 외침에 묻혀버렸다.
난 순간 리더시스의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 스쳐지나가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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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4 09:23 | 조회 : 2,489 목록
작가의 말
화사한 잿빛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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