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본격적으로(2)

"루드! 잘못하면 우리까지 지각이라니까? 얼른 뛰어!!"
"하지만 리나가.."
푸른 머리를 가진 소년의 말에 루드는 망설였다.

"하.... 루드, 네 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학교는 교칙이 정말 엄격해. 지각 한번 하면 벌점이 5점이야. 20점만 쌓여도 바로 퇴학이라고!
내가 아무리 입학시험 뒤에서 일등으로 들어왔어도 퇴학하고 싶진 않아!!"
"...알았어. 일단 얼른 가서 기다리자. 어쩌면 길이 엇갈려서 바로 강당으로 갔을 수도 있어."

둘은 강당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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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크기면 꽤 돈이 많이 들었겠는데.'
이 학교의 대강당은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 외부인들이 앉을 자리가 모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넓고 쾌적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헬리오스에 입학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학생 수가 얼마 없어 다행이지만, 학생 수가 이보다 많았다면 헬리오스는 학교건물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로아 왕국이나 칸시올 제국, 탑 등에서 돈을 꽤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나저나.
'저건 또 뭐야.'
강당 무대 위의 발표석에 노란 머리의 여자아이가 서있다. 아무리 봐도 12살 정도밖에로는 보이지 않는데,
저 아이가

"아..안녕하세요.. 저는 힘의 4대 마녀.... 뮬 그레이스입니다...."
4대 힘이라니.



이 세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4마녀」.

빙설의 마녀, 힘의 마녀, 공간의 마녀, 창조의 마녀. 이 넷이 바로 4마녀이다.

4마녀는 1000여년 전 「대변동」때 생겨났다.
그 당시 인간들은 많이 타락해 있었고, 자신들의 능력을 악용하여 많은 전쟁과 싸움이 일어났다.
이때 창조의 능력을 가진 1대 창조의 마녀, 통칭 「유리엘」이 나타나 모든 변동을 제압하였다.

그녀는 이 세계에 더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각해 자신 외에 3명의 마녀를 더 뽑았다.
방식은 능력을 이용하는 결투방식.
그곳에서 각각 빙설의 마녀, 힘의 마녀, 공간의 마녀가 우승을 하였다.

이 넷이 최초의 4마녀가 되었고 그것은 대를 타고 흘러가게 되었다.
세계는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나랑은 이제 별로 상관없는 일이지만.

'...아닌가. 조금, 아주 조금.
상관있을지도.'

"뭐야. 별로 관심없다더니 여기 온거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게다가 여기 오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인 것도 뻔히 알고있었으면서 뭐하러 그딴 도발을 했던거지."
난 어느새 옆으로 온 렌을 쳐다도보지 않고 상대했다. 이미 내 옆에 서 있었다는 건 한참 전에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너 왜자꾸 나한테 반말 써, 너 몇살이야?"-렌
"15살. 어차피 학교내에선 무조건 공평이란게 가장 핵심교칙이던데 무슨 상관이야."

'미안하지만 난 귀찮은 건 질색이라서.'
난 최대한 렌이 날 더 귀찮게 하지 않도록 평소보다 더 퉁명스럽게 대했다.

"풉.... 푸하하하하!!"
렌이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미친건가.

"너 진짜 재밌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이런 재밌는 얘기 했으면 좋겠는걸?"

'뭐야. 이런 전개를 바라고 그런 말 한거 아닌데 왜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거지.'
난 당황스러워서 렌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걸 알아챘는지 렌이 얼굴을 들이밀며 '왜, 싫어?' 라고 물었다.

썩은 표정을 하자 렌은 자기 스스로 얼굴을 뒤로 빼며 말했다.

"다시 소개할게. 난 렌, 나이는 16살! 앞으로 자주 만나자."
렌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는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난 그 손을 내 손등으로 탁 치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자주 안 만날 거니까 집어치워."
솔직히 말한다면 렌은 꽤나 괜찮은 아이 같았다. 클라드란 점과 너무 말이 많다는 것만 빼면 루드 오빠와 친구가 되는 편이 좋아보였다. 오빠의 옆에 분위기 메이커가 한 명 쯤은 있는 게 좋을 테니까.


"괜찮다면 내가 조언하나 해줄게.
시간은 말야-
많은 듯 하면서도 금방 사라져 버려 현재였던 것이 과거가 되버려.
그러니 제대로 된 현재를 즐기고 살도록 해. 미래만 보고 살아 현재를 놓치지 말고."

렌은 아이는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이상한 말을 늘어놓았다. 그 말을 들으니 못된 애는 아닌 것 같다던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생각이 있으니 이런 말을 하겠지.
솔직히 시크무온 같은 먼지가 이런 생각을 하고 말을 할 수 있을까.

"... 알았으니까 너도 이만 너 갈 길 가. 여긴 이든 구역이라고. 넌 교복 보니 이든도 아닌 거 같은데"
난 클라드의 문양이 그려진 렌의 교복을 가르켰다. 렌은 깜짝 놀라는 연기를 하며 발랄하게 말했다.

"아 들켰네? 맞아 난 사실 클라드야. 시간도 다 됬는데 난 이만 갈게, 안녕~!!"
"........."
정신 없다.
루드 오빠 친구였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절대 내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 어쩌면 오빠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수도.


-


"오빠."
"아 리나! 어디있었어, 찾았잖아."
"미안. 잠깐 화장실 갔다가 오는데 아이들이 강당으로 소집해야 한다길래.
교실에 갔다가는거 보단 바로 가는게 더 나을 거 같아서 바로 왔어. 길이 엇갈렸나 봐."

난 사실과 거짓말을 적당히 섞어서 얘기했다. 솔직히 길이 엇갈릴까봐 바로 이곳으로 온 건 사실이니까. 복도에서 이미 수업종이 쳐버렸단 건 물론 비밀이고.

'렌에 대한 얘기는 저녁에 해줘야겠다.'
난 렌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잠시 집어넣어두고는 오빠와 합류했다.

"안녕하십니까. 헬리오스의 학생회장 비앙카입니다."
얘기 도중 분호머리의 여자가 발표를 시작했다.
힘의 마녀는 언제 내려간 거지. 더 보고 싶었는데.

"너희 모두 앉으렴!"
옆반의 샨교수가 소리쳤다.
난 그 소리를 듣고는 슬며시 자리를 찾아서 옆의 오빠와 함께 앉았다. 오빠는 언제 친구를 만들었는지 파란 머리의 남자애도 옆에 앉아있었다.

물론 우리가 이곳에 온 궁극적 목표인 타겟, 리더시스도 내 옆 자리에 앉아있었다. 교실에서도 내 왼쪽 옆자리였다. 오른 쪽에는 오빠 친구로 보이는 파란 머리 남학생이었고.

"우리 학교의 최대 장점은 모든 학생들이 나이나 신분에 관여받지 않는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웃기고 있네.'
'맞아. 자기가 왕녀인걸 앞새워서 회장이 된 주제에.'

왕녀?
"얘들아. 저기 있는 저 분홍머리가 왕녀니?"
나는 수군거리던 아이들에게 물었다.

'크게 말하지 마!!!!!'
아이들이 기겁을 하며 소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파란머리가 불쑥 나타나더니 말했다.
'이런 건 내가 전문이지! 리나 크리시, 왕녀에 대해 궁금한게 있나 본데 말해주겠어!'
나중에 안 거지만 그 아이의 이름은 디오라고 했다. 디오는 자기 혼자서 흥분하면서 내게 설명 해주었다.

디오의 말에 의하면 비앙카는 로아의 제 1왕녀라 한다.
로아라고 하면 이곳 헬리오스의 건물과 근접한 나라인데, 왕녀라는 신분으로 비앙카가 이곳에서 참 많은 일을 벌이고 다닌다고 한다. 심지어 이든.

"...짜증나네."
'조용히 말해 조용히!!!!'
디오도 화들짝 놀래며 수군거렸다.

"뭐 어때. 어차피 여긴 무대랑 멀어서 들리지도 않는데."

강당에 앉는 순서는 모두 헤레이스, 클라드, 이든 순서로 무대에 가깝게 앉는다.
멀어서 안보이는 자리는 모두 마법 전광석으로 크게 확대되어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앙카 왕녀는 학교에 시녀랍시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단 말이야. 게다가 왕녀란 신분때문에 같이 다니면 콩고물이라도 좀 떨어질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 니가 한말을 다 일러 바칠 수도 있다고!!!'
"....하나도 안무서워 저런 여자."
디오가 속삭이듯이 말하는 것에 비해 난 당당하게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저런 여자들의 특성을 안다.
저렇게 자기가 대단 한 줄 알고 권력을 남용하면서,
정작 왕녀라는 신분이 꼭 필요할 비상시에는 자기가 가장 먼저 도망쳐버리는 비겁한 자.
저런 여자랑은 몇번을 싸워도 이길 자신 있다.

"-이상입니다."
드디어 발표식이 끝났다.
내가 나가려 하니 또 샨 교수가 내게 뭐라고 했다.

"이든이 나가는 것은 헤레이스와 클라드들이 모두 나간 뒤다."

학교 내에서는 평등이라며.

'이 차별대우부터 좀 바꿔보라고 왕녀씨.
그 권력을 남용하지 말고 이런 데에다 쓰라고.'
아니 애초에 평등이었다면 실력으로 등급을 나누지를 말았어야지.

내 표정이 조금씩 썩어들어가자 오빠가 진정하라며 날 말렸다.
난 특이하게도 이런 권력 남용에 관한 일을 아주아주 싫어한다. 화가 나고 진저리가 날 정도로.

나야 그 이유를 알지만 루드 오빠나 다른 학생들이 보면 이상해 보이겠지.

'오빠를 생각해서라도 진정하자.
내가 너무 나대고 재수없는 애로 찍히면 오빠의 학교생활마저 더 힘들어 질거야.'
조금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다시 생활해 보려는데.

툭.

"아 죄송합니다."
"아아악!!!! 너 뭐야? 눈이 제대로 달리긴 한거냐?
똑바로 좀 보고 다녀!"
오빠가 누군가의 팔을 실수로 쳐서 사과를 하는데 사과를 받은 남자가 신경질을 냈다.

"난 로아왕국의 귀족이다. 네 나라와 가문을 대!"
그 남학생은 루드 오빠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당당히 외쳤다. 꽤나 높은 귀족이라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오빠도 인파에 몰려서 그런건데 사람 어깨 친것 가지고 되게 뭐라하고.
그 와중에 나라이름이랑 가문은 왜 대라 하는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대신 화가 나고 있자 오빠는 당당하게 말했다.
"없는데요. 그런거."

그 남자는 오빠의 말에 어깨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뭐야. 감히 평민 주제에 감히 귀족을 놀려먹어?!"

저 새끼가 감히 더러운 손으로 오빠 어깨를 치다니, 죽고 싶나-?
오빠도 기분이 상했는지 그 남자의 얼굴을 노려봤다.

"너 두고 봐. 니 얼굴 잘 기억해 둘거니까 나중에 한번 더 만나면 넌 죽어."
남자는 마지막까지 오빠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치고 갔다.

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주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제르딘의 뒷모습을 뜨겁게 째려보는 나에게 오빠가 괜찮다며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누가 누굴 위로한건지 모르겠지만.

-


우리는 강당에서 빠져나온 후 바로 숙소로 갔다.
오늘 수업은 그게 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짐도 다 와있을 것 같았고.

숙소는 건물이 3개로, 당연히 계급 순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우리는 제일 왼쪽의 건물로, 연무장과 가장 가까운 건물이다.
이든 숙소건물은 4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무터 2층까지는 남자, 3층부터 4층은 여자 숙소였다.
각 방마다 4명씩 조를 이루어 자게 된다고 한다.

"아쉽네."
"뭐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오빠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학생들 인원 조율이 아직 덜 됬다잖아. 덕분에 난 한동안 여분방에서 자야하고. 혼자 자는 건 그다지 달갑지 않은데."-나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항상 혼자 잤잖아. 가까운 곳에 내 숙소도 있고."-오빠
"하지만 예전에는 오빠 방이 바로 내 옆방이었잖아. 그래서 더 안심이 됬는데 이번에는 옆에 아무도 없고."-나
"누가 나타나든 너랑 싸워서 무조건 니가 때려눕힐걸?"-오빠

나와 오빠가 서로 말장난을 치며 투닥투닥 하느라 벌써 서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갈림길에 왔다.
조금 아쉬워 졌다. 사실 많이 아쉬워 졌다.

나는 오빠랑 떨어진 적이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래서 조금 떨어지는 것도 내 삶의 반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 만큼 허전해 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오빠."
"리나."
우린 서로를 동시에 부르고는 둘의 눈동자를 깊게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동시에 말했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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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1 07:53 | 조회 : 2,50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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