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시작은 언제나 갑작스럽게(7)

움찔.
백옥같이 흰 피부와 검푸르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책상에 앉아있다 갑자기 움찔했다.

"......뭔가.. 이상...
....슬슬.... 움직.... 그렇....않....?....."
밖이 너무 소런스러워 여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옆의 누군가가 책상을 치는 바람에 그 뒤에 나올 누군가의 이름도 묻혀버렸다.

그 여자는 책상을 친 남자를 바라보더니 유유히 방을 빠져나왔다.
걸음에서부터 느껴지는 차가움 그리고 그 눈빛에는 따스함이라고는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여자를 부르는 호칭 또한 모두 얼어버린 마녀.

빙설의 마녀 「리즈 아브라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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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이번에도 어김없이 임무불만으로 마스터에게 항의가 들어왔다.
저번의 싸인전달임무와 다른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나와 블로우가 함께 마스터에게 찾아갔다는 점.

마스터의 방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혹사당했다.

'이번 임무에 대해서는 정말 할 얘기가 많아.
시크무온 그 자식한테 나도 덩달아 같이 찍혔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마력이 사라졌어요."
"??
그게 무슨 소리야??"
마스터가 겁이 나서 숨으려고 했던 몸을 다시 슬며시 눈치를 보며 드러냈다.

"우리가 응집했던 마력, 시크무온이 날렸던 마력 모두 한순간에 가루처럼 사라졌습니다."
내 말을 블로우가 이어갔다.

"그리고 한번도 보지 못했던 마법진의 모습이 나타났어요. 그곳에서 마물들이 소환되었고요. 그런 마법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데."

우리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소환진을 배웠다.
웬만한 마법진은 다 알고 있었고 모르는 마법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그 마법진은 정말 마법사가 만든 마법진이 맞긴 하는걸까.
마물이 소환된다니.
그런건 금지된 마법에서나 가능할 법한 마법이다.

"여기서 이렇게 말만 하고 있는다고 답이 나올것 같진 않다고 봐요."
"맞아요. 그래서 우린 관련 자료를 한번 찾아보려고요."
"엥?! 온지 얼마나 됬다고 또 나가게??힝.."

단호하게 말하는 블로우와 나를 보며 마스터가 실망한 듯이 말했다.
덤으로 어디서 배웠는지 출처를 모를 애교도 함께.

나와 블로우는 동시에 마스터를 한번 보고, 서로를 한번 보고는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런 애교는 들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루드, 리나...!!!"
또 애교를 부리는 마스터를 뒤로 하고 우린 가차없이 떠났다.


-


"흐음. 별로 쓸만한 정보는 없네."-나
"그러게. 역시 그건 정식 마법진이 아니었던 건가."-루드

책상 한가득히 책을 올려두고, 그 책을 모두 다 꼼꼼히 정독하여 읽어보아도. 그 마법진과 그에 관련된 현상이 적혀있는 책은 없었다.

'머리아파...'
"루드 형!! 리나 누나!! 주문한 음료 나왔어!!!"
내가 잠깐 욱신대는 머리로 손을 가져대려던 찰나에, 벤이 머리 위에 음료수들을 올려놓고는 다가왔다.

"안녕, 벤. 오랜만이네"-루드
"그러게. 못본 새 많이 컸고. 별 일 없었어?
우리 단골 카페의 꼬마소년 벤."-나

난 싱긋 웃으면서 벤이 들고온 음료를 들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덤으로 벤의 머리를 살짝 쓸어넘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벤의 초록빛 머리카락이 사르륵 움직였다.

"응 별일 없었어! 근데 형, 누나 그 소문 들었어?"
검은 마벚사와 순백의 마법사의 활약!!!!

쿨럭.
벤이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잘못 삼켜버렸다.

누구와 누구의 활약? 활약은 또 뭐야..


벤의 말에 의하면 경매행사파티에서 빨강 악마가 소란을 피우자 검은 마법사와 순백의 마법사가 정의롭게 등장했다고 한다. 그들은 악마를 물리쳤고 화가 난 악마는 행사장을 부쉈단다. 그 불타는 행사장을 뒤로 하고 두 마법사는 유유히 사라졌다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소문이 잘못 난걸까...'

"하하하. 말도 안돼."
오빠도 어이가 없었는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소문에 대해서 벤과 우리는 조금 열렬히 수다를 나눴다.
벤이 할말을 다했는지 한참 뒤에서야 가자, 오빠가 나한테 말했다.


"리나, 혹시 마물들이 나타난게 탑의 결계가 약해져서 그런게 아닐까?"-루드 오빠
"설마. 그러면 진짜 큰일이잖아. 그런데 탑의 결계가 약해졌다면 지금 이렇게 평화롭게 있지도 못할텐데."-나

탑의 결계는 거의 모든 대륙을 보호하고 있는 일종의 보호장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그 수호를 받는 주변 나라들은 마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

탑이 없다면 보호장도 걷히고 다시 말해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나라가 되어버리겠지.

"하긴, 그렇겠지. 그래서 난 관련 정보를 더 알아보려고. 넌?"-루드 오빠
"난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하겠어. 여기서 조금 더 있다가 마스터한테 갈게."-나
"알았어. 그럼 나도 갔다가 바로 마스터한테 갈게."-루드 오빠
"조심히 잘 다녀와."-나

난 카페를 빠져나가는 오빠에게 손을 흔들어준 후 조심히 커피를 마셨다.
두통이 가라앉는 듯 했다.
내 삶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것 베스트 5에 들어가는 게 바로 커피였다.

15살 나이에 커피를 마신다는 게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커피는 나에게 중요한 음료였다. 커피의 맛을 깊이 느끼기도 잠시. 어제 이야기에 관한 소문을 잠시 엿들어 봐야겠다 생각했다.

난 커피가 든 잔을 조심스레 내려놓고서는 신체능력을 강화시켰다. 청력을 강화하자 희미하게 들렸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선명히, 하나씩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건물이 폭파된 게 탑에서 한 거래.'
'검은 마법사와 순백의 마법사가 연인관계가 맞대!
누군가가 둘이 껴안는 것도 봤다 하던데?'

우리 둘이 각성 한 채로 다니면 사람들은 모두 연인 관계로 안다. 아무래도 흑과 백이 너무 대조되서 쌍둥이일 것이라 생각하지도 못하고, 가족이라서 하는 스킨쉽들을 연인들이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별로 제대로 된 소문도 없네.'
이런 내용을 듣기 위해서 소모하는 마력이 아깝다.
난 다시 마력을 몸으로 넣었다.

커피를 다시 마시려고 고개를 숙이던 순간 목에 걸려있던 아티팩트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옷 밖으로 삐져나온 아티팩트를 보니 괜스레 누군가가 떠올랐다.

난 아무 말 없이 아티팩트를 다시 옷 속에 넣었다. 왠지 이 아티팩트를 본 순간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했어.
지금도. 앞으로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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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8 06:54 | 조회 : 3,018 목록
작가의 말
화사한 잿빛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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