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시작은 언제나 갑작스럽게(6)

“일단 빨리 여기부터 나가자. 여기 계속 있다간 내 정신이 제대로 못 있을 것 같아.”
앞 쪽의 망나니는 강아지 아저씨가 막고 있었드.
이 틈에 우린 도망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뭐 시크무온과 나와 블로우 이렇게 2대 1로 싸워서 이길 자신은 있지만 문제는 그 여파.

1급 마법사의 수로 전쟁의 승패가 갈라질 정도로 1급 마법사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제국에 몇 없는 1급 마법사 중 3명이 한꺼번에 싸워버린다면 민간인들이 거기에 휩쓸려서 피해가 클 것이다.

물론 시크무온 그 빨강이는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으니까 우리보고 계속 싸우자고 달겨드는 거고. 하지만 나와 블로우는 평범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도망치는 수 밖에.
결국은 이 결과로 돌아오게 되었다. 왠지 기분이 씁쓸했다.


렌 씨가 이동 스크롤 사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발밑이 뭔가 이상했다. 느낌이 쎄하달까.
블로우도 이상함을 느끼고 발 밑을 보았다.
그런데 한번도 보지 못한 이상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도 파티장의 곳곳에.

'이상하다. 머리가 어지러워.'
난 갑자기 이상한 울렁거림에 머리를 두 손으로 꾹 눌렀다. 그래도 이상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블로우는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는지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괜찮지 않았다.
다시 한번 날아오는 시크무온의 마력. 사람들이 지르는 고함소리. 모든 것이 뒤섞여서 보였다.

‘우선 저거부터 막아야..!’
내가 시크무온으로부터 날아오던 마력을 막으려던 순간,


쿵.

땅에서 울린 것인지, 내 가슴 속에서 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울림이 들렸다.
난 순간적으로 행동을 멈췄다. 아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항상 꺼내 사용하던 마력의 검이 나오지 않았다. 이건 마력이 사라졌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모아둔 마력이 순식간에 소멸되다니. 하지만 착각했을 확률은 더더욱 없다, 시크무온의 마력도 같이 사라졌으니.’
난 아무것도 없는 내 눈 앞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까 전까지는 시크무온이 날린 마력이 날아오고 있었던 앞이었다.

설마 이 마법진이 그런 효과를 낸 건가.
난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과 블로우를 번갈아 보았다. 블로우도 나와 같이 의아한 표정을 하였다.
마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 때, 마법진에서 또 한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마물..!!’
마법진에서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마물들을 소환하는 마법진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는데.

“뭐야, 무슨 일이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눈을 감고 있는 렌씨가 물었다. 주변이 약간 소란스럽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아..아니에요 렌씨. 계속 하고 있으시면 됩니다.”
블로우와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서로 계속 눈빛교환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커다란 마물이 달려왔다.
속성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싸웠다간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나와 블로우 모두 싸우기를 망설이던 그때, 노란 머리의 청년이 검을 들고 날아오더니 마물의 등에 내리꽂았다.


“괘.. 괜찮으십니까?”

뭐야. 저 마물 약하잖아. 핵도 없고.
난 너무 손쉽게 바닥에 널브러진 마물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블로우는 내 말을 들었는지 팔꿈치로 살짝 내 몸을 치고는 앞의 청년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괜한 말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네, 괜찮습니다. 그쪽은..”
'뭐야. 그쪽이 안 괜찮아 보여.'
난 마물피가 묻은 자신의 옷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그 사람을 보며 속으로 또 생각했다.

그는 정말로 안 괜찮아 보일 정도로 화들짝 놀라했다.

“괜찮으면 그쪽도 저희랑 같이 이동하실래요? 이거 5인승인데.”
예의상 물어본 내 질문에 노랑머리 청년은 활기차게 대답했다.

“네!!”
방금전까지 놀라서 소리지르던 사람 맞나싶을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였다.


“왜 가는거야... 그때의 건방진 모습은 어딜 간거지?”
그 청년의 뒤로 시크무온의 새빨간 눈이 보였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블로우가 건방졌다고 기억된 걸까.


“그리고 너도... 왜 도망치는 거지?”

설마 나...?
난 설마설마 했지만 시크무온은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면서 확인사살을 시켰다.


“짜증나... 빌어먹을 검둥이, 흰둥이..!!!”

나도 찍혔나보네.
나는 공허한 눈빛으로 시크무온의 시선을 회피하며 중얼거렸다.

“다시 만나면, 절대로 순순히 돌려보내주지 않을거다! 그때는 반드시 제대로 싸워주지!!!!”

‘싸워주기는 개뿔.’

"됐으니까 빨리 손 잡아! 다 다른곳으로 이동하고 싶어서 안달이야?“
렌 씨가 거의 다 발동이 되어가는 마법진 위에서 소리쳤다.

난 일초라도 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노란 머리의 청년과 블로우의 손을 각각 잡았다.

“으음... 내가 원하는건..
「이동」!”

이동하기 전에 살짝 비친 망나니의 모습.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난리 치는 시크무온의 모습이 보인다.
블로우에 이어 나까지 찍히다니 참 여러모로 재수없는 하루였다.

'역시 타겟의 바지를 벗기는 의뢰따위 같이 따라나서는 게 아니었어.'
난 속으로 몇 번를 후회했다.
이제 내 앞길도 그다지 창창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쩌면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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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6 16:35 | 조회 : 3,260 목록
작가의 말
화사한 잿빛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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