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시작은 언제나 갑작스럽게(5)

드디어 정신이 제대로 돌아왔다. 잠깐 정신이 나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블로우가 시크무온에게 벽치기 당해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안녕. 검둥아. 오랜만이네?”
시크무온의 목소리가 여기서도 들렸다. 얼마나 들떴으면 목소리가 저렇게 커졌을까 이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우울해졌다.

저 빨강이는 왜 블로우 꽁무니만 따라다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날 따라다니라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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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
렌 바스톨라는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해 진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지만, 그 다음을 어떡해야 할지를 몰라 쩔쩔맸다.


“검은 마법사와 시크무온이 싸운다!”
“정말이야?”
“방금 전에는 순백의 마법사도 있던데?!”


‘...검은 마법사와 시크무온의 싸움.. 거기다가 순백의 마법사까지! 보고 싶어. 강한 마법사들의 싸움!’

라피스는 가슴이 빨리 뛰는 것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자 가슴을 꾹 눌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설레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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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시크무온. 난 너랑 안 싸워.”
'잘 한다 블로우. 그렇게 확고하게 네 의사를 밝혀.'
이아나는 멀리 서서 속으로만 블로우를 응원했다.

“왜?”
“왜냐니! 난 애초에 그 보석이 내 목표가 아니었으니까!”
“근데 왜이렇게 살벌하게 나오실까? 내 앞의 무기부터 치우고 말하는 게 어때?”
“이... 이건 생존본능이었거든!”

블로우는 능력인 검은 어둠으로 만든 긴 칼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이아나는 자기같아도 저렇게 무섭게 달겨들면 무기부터 꺼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 내가.. 얼마나 지루했는지 알긴 하나? ‘그 날’ 이후, 널 찾느라 생고생을 했지만, 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

‘ 당연하지. 난 지금 싸인이나 전달해 주고, 바지나 벗기는 신세니까!’
블로우는 뭔가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러니 보여줘. ‘그 날’, 그때처럼 날 다시 소름끼치게 만들란 말야!”

‘뭔 소리야.’
“블로우!!”
참다못한 이아나가 블로우를 불렀다.

“뭐해, 저런 개소리를 계속 들을 셈이야? 빨리 여길 나가자!”-이아나
“내가 보는 앞에서 참 잘도 당당하게 빠져나가겠군. 내가 나가게 둘 것 같아?”-시크무온

“시크. 그만해."
내가 설마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 혼자서 블로우를 데리고 나가게 했겠니.
난 슬며시 몸을 옆으로 뺐다. 그 뒤에서 강아지 아저씨가 걸어나오며 시크무온에게 말했다.

“시크, 너무 끈질긴 남자는 매력없어. 그만해.”

'저렇게 설득하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이아나는 급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아지아저씨를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블로우!! 이아나!! 괜찮아?!”-렌 씨
“저는 괜찮아요 렌 씨. 블로우, 렌씨도 왔는데 빨리 나가자.”-이아나

“어딜 간다고..!”

또다시 붉은 마력이 이아나와 블로우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강아지 아저씨도 막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왔다.


‘아 진짜..!’
“그만하시지요!!!”
이아나 화가 나서는 몸을 뒤로 휙 돌려서 마력을 몸에서 빼냈다. 약간 크게 소리도 지르면서.

그녀의 하얀 마력은 붉은 마력을 삼켜버렸다. 시크무온이 꽤나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짓던 말던, 이아나는 그를 무시하며 렌씨에게 이동 마법진을 발동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아쉬운 표정을 하는 블로우를 툭 치며 말했다.

“일단 적당히 겁은 줬잖아. 그걸로 만족해 하라고.이런 난장판에 바지를 벗겨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조용해!!”

이런 비상시에 그깟 소문 날 위험이 대수인가.
이아나는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대는 블로우를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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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6 16:33 | 조회 : 2,877 목록
작가의 말
화사한 잿빛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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