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시작은 언제나 갑작스럽게(3)

블로우와 내가 모두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하자 렌씨가 물었다.
"괘...괜찮아?"
"아뇨, 괜찮을리가요."
블로우가 손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정말로 안 괜찮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어떡해 블로우.
어떤 시뻘건 애한테 찍혀서 이렇게 인생이 괴로울까.

"블로우 진정해. 아직 그자식은 안 나타났잖아. 어쩌면 저 아저씨 혼자서 여기 온걸수도..."

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빨간 무언가가 우리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어? 어?! 보석 어디갔어!! 또 어떤 새*야!!"
"나다 영감. 나이가 들더니 드디어 눈도 퇴화되는건가?"
중앙무대의 조각상 위에 빨강이가 앉아서 보석을 쥐고 있었다.

"시..시크무온...!"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느껴져... 느껴진다. 그자식의 재수없는 검은 기운이!"
설마 그 검은기운은 블로우 말하는 건가.

난 슬금슬금 블로우의 눈치를 보며 표정을 보았다. 블로우 표정이 똥을 씹은 표정인걸 보아하니 맞는 것 같았다.

"블로우, 이아나. 너희 둘다 여기서 당장 나가.
여기 계속 있다간 무슨 일이든 분명히 터질 거 같으니까."-렌 씨
"맞아. 저 자식이랑 싸우면 분명히 여기 주변 땅까지 초토화 될거야."-나

"괜찮습니다. 저런 먼지같은 놈 때문에 임무실패라는 오점 남기기 싫기도 하고요."
우리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거지같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블로우.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저 자식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봐, 검둥아!!!
어차피 네 목적도 이 보석이지!
갖고 싶으면- 빨랑 나와서 뺏어봐!"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

"모처럼 경매행사에 왔는데 시크무온이라니 이게 뭐야."
"누가 시크무온이랑 한번 제대로 싸워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저 괴물이랑 싸우겠는가..아, 검은마법사라면 가능할지도!"
"검은 마법사의 파트너인 순백의 마법사도 아주 강하다고 하더군! 그 둘이라면 가능할 걸세!"

'당신들이 말하는 그 둘 여기 있습니다. 근데 절대로 안 나갈 거에요.'
우리들도 그 빨강이 무섭거든요. 여러 의미로.

그 때, 시크무온의 빨간 기운와 대조되는 얼음같이 차가운 파란 기운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길고 파란 머리를 가진 여인은 검을 들고는 시크무온이 앉은 조각상을 베버렸다.

둘이서 대화하는 것 같긴 한데 방금 그 공격으로 사람들이 당황해서 시끄러워졌다.

'물론 마법으로 신체를 강화해 뭐라 하는지 들을 수는 있지만, 저런 곳에 내 마력을 낭비하고 싶진 않아.'

대신 블로우에게 되물었다.
"블로우. 진짜로 이 상황에서 임무 수행할거야?"
"당연하지. 목표도 찾았어."

블로우는 인파가 몰린 곳에서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한 남자를 가리켰다. 우리가 찾던 타겟이었다.

"... 알겠어. 나는 옆에서 망나니 시선이나 끌고 있을게. 나도 도와주는데 제대로 임무 완료해야 한다?"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블로우는 목표물의 근처로 착지해서 뛰어갔다.


'그럼 나도 슬슬 어그로 끌러 가볼까.'
난 기지개를 피며 약간의 몸풀기를 했다. 아까 전의 파란 머리 여자와의 대결도 어느 정도 끝나있을 거라 에상하고 시크무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아직 안 끝났네."
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 여자 생각보다 실력이 꽤 뛰어난 것 같았다.

시크무온과 이렇게나 오래 상대하는 사람은 몇 없는데 여자는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까지도 시크무온과 싸우고 있었다.
시크무온이 성격과는 다르게 제국에 셋밖에 없는 1급마법사 중 하나로 실력은 굉장히 뛰어나다.
그런 그를 상대로 이만큼이나 버티다니.
탑이나 황성 소속의 호위기사라면 그럴 가능성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재밌네."
난 난간에 다시 살며시 기대서는 구경을 할 자세를 취했다.
꽤나 흥미가 생겨서 말이지.

저 싸움이 끝날때까지만 구경하고 있을게 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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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블로우는 아주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진짜로 눈앞에 있는 자의 바지를 벗겨 임무완료인 상태로 길드에 돌아갈 것인가.
내 순결을 지켜 임무실패인 채로 길드에 돌아갈 것인가.

'그래. 벗기자!'
제대로 된 결심을 하고 바지에 손을 대려는 순간-

'아... 못하겠어..'
블로우는 목표물의 바지가 아닌 주머니 달린 옷 부분을 꽉 잡아버렸다.


톡-.

'어?'
블로우는 바닥에 떨어져 반짝이는 금색의 보석을 보았다. 자기가 잡은 타겟의 바지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이건..
아까 전에 빨간 먼지가 들고 있던 그 보석 아닌가?'

「샤잔의 심장.」

"어.. 어떻게 알아차린 거냐!"
타겟은 당황하며 떨어진 보석을 다시 손에 쥐며 각성을 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이 보석을 꼭 지키고 말겠다는 의미였다.

"이 보석.... 이건 이제 내거야! 함부로 건드는 놈은 죽여버리겠다!"
우선 너부터!

블로우에게 보라색 마력을 던지는 대상자에게 블로우는 마력으로 만든 검으로 보라색 마력을 되받아 쳤다.
그와 동시에 로브의 모자가 벗겨지며 블로우의 얼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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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인가.'
시크무온을 상대로 하던 여자는 끝내 각성까지 하였지만 1급 마법사인 그를 이기진 못하였다.


저 녀석 꽤 화난 것 같은데.
이 쯤에서 내가 어그로 끌어야 하나.

'하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며 내려가려던 그때.

확-

시크무온이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뭐야. 파란 여자를 죽일 것처럼 굴더니.
자기 일을 방해한 녀석을 죽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ㅇ-'

그 짧은 순간. 내 머릿속에 적신호가 떴다.
갑자기 바뀌어버린 시크무온의 태도.
그가 가고 있는 방향.

이걸 전부 다 종합한다면 나오는 단 한가지의 결과.

'블로우가 있는 곳을 향해 시크무온이 가고 있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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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6 15:39 | 조회 : 3,352 목록
작가의 말
화사한 잿빛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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