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삼류소설 같으니라고… 또 삼각관계냐? 지겹지도 않냐?



후드 티 남아와 중2병 환자는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심지어 후드 티 남아의 동공은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렸고 직우의 손을 뿌리치고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그러니까 너네 집이 나를 후원해주고 있다고?”

“그래. JS재단 장학생이라고 들었는데 거기 SU 소속이야. 거기 회장이 우리 아빠고. 딱히 갑질 하려는 건 아닌데 난 너랑 친해지고 싶거든?”

갑질이다… 난 지금 100% 갑질하고 있다!!! 내 평생을 갑질하며 살지 않겠다고 그리 약속했건만! 하지만 이 녀석이랑 친해지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니다. 진짜로 이 놈이랑 잘 지내보고 싶은 거다!

“이봐 1학년. 아까 못 봤어? 이 새끼 완전 인간 말종 아냐? 여자를 때리려 하다니…”

“선배는 가만히 있어봐요. 내가 인간말종이랑 친해지던 천사랑 친해지던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한직우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 이내 거칠게 뒤 돌아서서 나갔다. 아, 물론 근처에 있는 불쌍한 책상을 발로 찬 후에 말이다.

“아무튼. 이름이 뭐야? 그냥 너 라고 부를 수 없잖아.”

“알아서 뭐하게. 어차피 난 너랑 친해질 생각 없어.”

아니 요즘 애들 왜 이렇게 정이 없어, 정이! 이름 알려주면 세상이 멸망이라고 하는 거야, 뭐야?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비서님한테 물어보면 어차피 알게 될 텐데… 네 이름은 네가 알려주는 게 낫지 않겠어?”

“그쪽 통해서 알아보던가.”

후드 티 남아는 이내 나를 지나쳐 교실 밖으로 나갔다. 옆에 있던 여학생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의 팔을 붙잡고 또다시 꺅꺅대기 시작했다.

“진솔아! 괜찮아? 안 그래도 쟤 왕따인데 왜 그랬어!”

“뭐, 그렇게 따지면 나도 왕따 아닌가? 나도 커터 칼 받았는데-“

난 욕설이 아름답게 수 놓아져 있는 후드 티 남아의 책상 앞에 앉았다.

‘빈곤층의 왕’

‘걍 꺼져라’

‘학교 이미지 썩는다.’

‘느검마가 남한테 폐 끼치라 가르치디?’

정말 심하다 생각이 될 정도로 욕설들이 써져 있었다. 쌍욕이 써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책상에 빨간 펜으로 써 갈긴 말들은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다 나는 무심코 책상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는데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차라리 커터 칼이면 아프고 말지, 그 안에는 죽은 쥐, 머리카락 더미, 그리고 피가 묻어있는 후드 티 남아의 증명사진이 있었다.

“꺄아아아악!!!”

“징그러! 저리 치워!”

여학생들은 기겁을 하며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고 남학생들은 표정을 찡그리며 슬그머니 교실을 나갔다.

“야. 이거 누가 그랬냐.”

“…”

“어쭈, 말 안 해? 내일 아침 책상 서랍으로 죽은 쥐 한 마리 씩 배달해줘?”

“자… 잠깐!”

내 말에 충격을 받은 건지 한 여학생은 앞으로 나아왔다.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더니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떨리는 입술을 조심이 열었다.

“그거… 3학년 선배가 한 거야…”

“왜 그러는 거지?”

“딱히 이유는… 없어. 그… 애가… 와… 왕따라서…”

“짝!”

난 앞으로 나아가 그 아이의 뺨을 내리쳤다. 여학생은 독기 어린 눈으로 나를 보았고 조용히 씩씩대기만 했다.

“너도 한번 느껴봐 그럼.”

난 그대로 죽은 쥐를 그 아이에게 던져주었고 그 애는 그대로 기절했다. 난 그 후드 티 남아가 더욱더 가엽게 느껴졌다. 난 바로 회장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가 나오자, 반은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버렸다.

“아빠. 바빠?”

[우리 진솔이가 전화했는데 바쁠 리가! 무슨 일 있니?]

“JS장학재단. 지금 누가 관리해?”

[음… 강 비서가 하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왜?]

“누구던 간에 다른 일 하라고 해. 내가 관리할래.”

[그래? 알았어! 오늘 출근하기 전까지 그렇게 해 놓을게.]

“응. 끊어.”

[아앗! 진솔아! 잠ㄲ-]

회장아빠가 뭐하고 하기도 전에 난 전화를 끊었고 반 아이들은 감히 냉(冷)회장이라고 불리는 에스유 회장에게 함부로 말하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난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쳐다보았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걔 이제 내 장학생이니까 건들 생각 하지마. 알았냐?”

아이들은 대답 대신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고 난 유유히 반을 걸어 나왔다. 딱히 수업도 들을 맛이 안 나기에 그냥 학교 양호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 진짜 이러다가 진짜 갑질 하는 진상 캐릭터가 되는 걸까… 하지만 난 순수하게 그 후드 티 남아의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게 그리도 잘못 된 것이었을까나…

옥상은 무슨 정원마냥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인공잔디가 깔려있고 돌로 장식된 산책로도 있었다. 심지어 벤치와 꽃밭까지… 한종희의 학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옥상이었다. 천천히 산책로를 걷던 나는 이내 벤치에 앉아 잠이 들었다.

.

.

.

/후드티 시점

반에서 행패를 부리던 어떤 여자애가 에스유 후계자라는 사실은 딱히 놀랍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은 돈 많은 그룹 자제분들이 오시는 곳이고 그 가운데 난 아무 빽도 돈도 없는 서민이기 때문에 난 그냥 조용히 졸업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 에스유 후계자 덕에 그것도 어려워 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뒤로하고 난 바로 옥상으로 올라와 조용히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급하게 몸을 숨겼고 옥상에 들어온 누군가가 다름 아닌 에스유 후계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손진솔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이내 벤치에 앉아 잠이 들었고 새근새근대는 숨소리를 듣고 난 안심하며 나왔다. 곤히 잠이 든 후계자를 멍하니 보다가 난 고개를 양 옆으로 세차게 흔들었고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띠링

알림 음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익숙한 사람이 보낸 문자가 보였다.

[오늘 저녁 8시에 새 사장님 취임식. 잘 차려 입고 회사 앞으로 올 것 ? 정윤제 비서님]

난 이제 3년째 JS장학제단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상태이며 정 비서님은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부터 나의 후원내역을 관리해주고 또 나를 동시에 보살펴주고 계시는 고마운 분이었다. 요즘 연락이 뜸했는데 오랜만에 온 문자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나였다.

“으음… 하아…”

순간 한숨 소리에 후계자가 깬 줄 알고 움찔했다가 그냥 잠결에 했다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난 그대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옥상에서 나왔다.

-띠링

[실수하지 마 ? ㅎㄴ]

딱히 이 다음에 일어날 일은 절대로 예상하거나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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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20 15:10 | 조회 : 1,284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오랜만에 들어오니 표지를 넣으라 하네여... 아무거나 넣었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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