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말이 돼?

"진솔아"

"뭐"

"음... 주말에 안 바쁘면..."

"나 이래뵈도 학생이에요. 학교일도 있고 회사일도 있는데 주말에 쉴틈이 있겠어요?"

컴퓨터 앞에서 묵묵히 타자를 치던 나의 앞에 나타나 뜬급없이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는 이는 다름 아닌 나의 아빠이다. 귀엽게 꽃받침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모습을 귀여워하는 다른 직원들과는 다르게 익숙한 나는 별 감흥없이 일을 할 뿐이다.

"그래도... 휴일은 있어야 할 것 아니야?"

"내가 싫어. 내가."

울상을 지으며 나가는 아빠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사람이 한명 있었으니... 바로 비서님이시다. 비서님은 안경을 올리며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셨다.

"요며칠 집중을 못하고 계세요. 한번만 놀아주시면... 안되나요?"

설마 비서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줄이야. 그 정도로 아빠가 민폐라는 뜻으로 들릴 뿐이다.

"시간 내볼게요. 토요일 오전에."

비서님의 얼굴에 드디어 꽃이 피었다! 비서님은 별것도 아닌 일에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하며 아빠를 따라 나가셨다.

[띠링]

"?"

[내 이름 알아냈냐]

"뭐야..."

"진솔씨! 일 안해요? 이대로면 야근 할텐데?"

나와 한바탕 한 차대리가 또 딴지를 거는 구나... 내가 회장아빠에게 사정사정해서 차대리는 퇴사는 면했지만 그걸 모르는지 그저 자신의 운이 좋았다며 나를 계속해서 괴롭힌다. 물론 그 전만큼은 아니지만.

"췌..."

결국 누군지도 모르는 번호는 깔끔히 무시한 채 내일 일까지 끝냈다. 그래야 토요일에 회장아빠랑 나들이 갈 수 있으니.

/6시

"오호호! 저는 이만 가볼게요! 남자친구랑 데이트가 있어서~"

내가 아직 학생이라는 것을 모르는 차대리는 마치 솔로인 나를 비꼬듯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얘기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서 주로 솔로인 학생은 아무 주목도 못 받지만 왠지 어른이면 사람들이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진솔양! 자네도 이만 가보게나. 오늘도 수고 했어."

"아뇨, 전 아직 남을 겁니다. 일이 안 끝나서..."

"무슨 그런! 6시에는 무조건 퇴근이라네. 아니면 내가 곤란해."

진짜 곤란한듯 억지 웃음을 짓는 팀장을 보며 괜히 나도 마음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냥 인사하고 나와버렸다. 그래 버렸는데....

"넌 여기서 뭐하냐?"

입구에서 상상도 못한 사람과 마주쳤다.

"음... 나 여기 직원인데? 넌 여기 무슨 일로..."

"알아서 뭐하게"

아니 이쉐리가? 지는 물어봤으면서 난 물어보지 말라는 거야?

"아는 분이 여기 일하셔서 잠깐..."

진즉에 얘기해주면 얼마나 좋아. 시간 낭비야 이런 것도. 후드티 남아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아 여기요."

"오 반휘군! 여기네!"

뭔가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돌리니 이런 웬걸.

"아빠?"

"음? 진솔이? 여기서 뭐하니?"

"그냥 퇴근하려다가... 어라? 근데 네 이름이 반휘야?"

"..."

"친구 같은데 모르고 있었니?"

되게 뭔가... 소설에 나올법한 특이한 이름이다. 내 이름도 흔한 이름은 아니다만 이 녀석 이름은 뭔가 소설 남자주인공이나 아이돌 그룹의 예명 같다.

"제가 얘기 안해줬어요. 반응이 재밌어서."

"뭐 진솔이 놀리는 게 재밌긴 하지. 나도 얘가 어렸을때는 자주 했으니까... 아 맞다 진솔아, 오늘 반휘군이 우리 집에 와서 식사하는 것은 어떨까? 혹시 바쁜가?"

"그렇지는 않지만... 과한 호의입니다."

딱딱하게 말하는 반휘의 말투에 사실 조금 섭섭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도 싫은가... 물론 그래봤자 고집 센 회장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별일 없으면 됐네 뭐! 가자!"

우리 막무가내 회장님을 누가 말리겠는가. 10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못한건데.

/집

"어서오게! 편히 앉아."

반휘는 불편한듯 의자 끝에 앉았다. 나도 어색하게 건너편에 앉았고 회장아빠는 왜인지 뿌듯하다는 듯 우리 둘을 보고 있었다.

"있지 반휘군!"

"예."

"여기서 살래?"

"푸훕!"

실수로 입에 있던 물을 뿜어 버렸다. 물론 고개를 돌려서 누군가에게 튀거나 하진 않았지만 반휘의 못마땅한 시선이 조금 신경쓰였달까...

"그게 말이 되요? 이래뵈도 둘다 고등학생이에요 아빠! 학교에서 들키면 소문 금방 퍼진다니까? 내 체면은?"

"반휘군 들었네. 조금 남은 생활비까지 그 새끼들이 털어갔다면서?"

모르겠다는 눈치로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눈치껏 반휘의 현재 재정상태가 좋지 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회사 규정상 개인 빚이나 문제는 도와줄 수 없어서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회사 이미지와 규정 때문에 더이상의 개인 자산으로 도와주는 건 어려울 것 같구나."

"상관없습니다."

"음~ 아니! 그런 친구놈의 아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사람이 아니지! 그래서 그냥 여기서 사는 건 어떨까 하고 한 소리야. 지금 있는 집 팔면 빚 갚을 돈은 충분히 나올텐데?"

"그래도..."

"내가 이거라도 안하면 나중에 재민이한테 욕먹어. 그건 무엇보다 싫으니까 그냥 같이 살자..."

아빠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무슨 사연일까나... 근데... 이렇게 훈훈하고 감동적인 분위기 싫지는 않은 데 내 의견은 그냥 무시한거야? 그런거야?

"저기 아빠...?"

"미안하지만 이번은 양보 못할것 같아 딸. 아빠 하나뿐인 소원인데..."

그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면 내가 거절을 못하잖아 회장아빠...

"짐 옮기도록 벌써 비서에게 얘기 해놨다. 그러니까 그냥 와. 이거 취소하면 꽤나 돈 나간다?"

결국 일어났다. 이 놈. 우리 집으로 온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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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0-08 07:58 | 조회 : 1,210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흠... 제가 메시지를 숨겨 놓을 거에요! 요 다음 몇화에 몇가지 있을 거니까 맞추는 사람 있으면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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