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드디어 미쳤나? 꼬맹이한테 설레네?

한 살 때부터 말을 하기 시작한 나는 그 후에 아이큐 테스트를 봤을 때 무려 190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했다 (뭐야, 먼치킨이냐?). 물론 애들 장난 같은 문제들을 금방 풀 수 있었던 건 나의 20살 알맹이 덕이지만 그보다 심각한 건…

“아가씨, 오늘은 곱하기에 대해 배울 거에요.”

나의 과외를 시작한 신동수 놈! 물론 얼굴이 잘생겨서 볼 때마다 설레는 건 맞지만 이놈은 진도를 빨리 뺀다! 진짜로! 아니, 내가 아무리 빨리 배우고 지금 배우는 것도 안다고 해도, 네 살짜리한테 곱하기 가르치는 놈이 어딨어? (여깄다~)

“자, 곱할 때는 이 엑스처럼 생긴 표시를 사용하고요, 곱하기는 덧셈을 반복하는 것 같은 거에요. 예를 들어 3 곱하기 4는 3을 반복적으로 네 번 더하는 거죠. 그래서 12가 돼요. 자 그럼, 21 곱하기 6은 뭘까요?”

이봐, 난 지금 이제 막 곱하기 배운 입장이거든? 근데 처음부터 두 자리 수냐?! 하지만 뭐 이 정도는 식은죽 먹기이기 때문에 답은 금방 알아냈다.

“우움… 아! 126!”

“맞아요. 자, 이제 곱하기는 했으니 나누기를 해볼까요?”

진도 참 빨리 나간다… 난 어린이집 같은데 안가나? 하고 별의별 생각을 하는 동안 동수의 나누기 설명은 끝이 났고,

“자 그래서 138 나누기 3은 뭘까요?”

진짜 이놈은 생각이 없는 걸까… 대충 수업을 끝내고 (마지막엔 제곱까지 배웠다) 항상 있는 회장아빠랑 놀기 시간이 왔다! 돌잔치 때 순금으로 된 목걸이를 받은 나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것을 사용한다. 빼먹을 때마다 울듯한 얼굴로 쳐다보는 회장아빠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순이도 안녕.”

“다신 오지 마라 망할 놈아!”

아직도 친한 것인지 순이는 항상 그 멘트로 동수를 배웅해주고 서비스로 뻑큐까지 날려준다. 처음 둘이서 이 집에서 만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순이는 기겁을 하며 “뭐야 뭐야!”라는 말만 반복했고 동수는 가만히 순이한테 안겨있는 날 보더니

“너… 애 보냐?”

라는 말만 했다. 차분한 동수에 비해 쉽게 흥분을 하는 순이는 항상 그 녀석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난 지금 회장아빠의 서재문 앞에 서있다. 그리고 하나, 둘, 셋!!

“아빠!”

노크 따위 안 한지 오래다. 심지어 회장아빠는 노크를 하지 말라고 한다. 작년에 노크 안하고 들어가는 날 본 엄마도 똑같이 했다가 호되게 혼났다는 소문이 (진짜 불쌍…). 아무튼 회장아빠는 현재 팔불출 레벨 만렙 찍기 직전인 것 같다.

“오구오구~ 진솔이 왔어?”

“아빠, 아빠! 나 어린이집 가고 싶어!”

내 말을 들은 회장아빠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나를 신문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 혹시 동수가 잘 못 가르치니? 아빠가 뭐 잘못했어? 이유가 뭐니? 응? 응?”

“아니 아니, 나 친구랑 놀 거야!”

회장아빠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내 얼굴을 한번 보고, 또 생각하다 한번 보고를 반복했다. 볼 때마다 나는 최대한 귀여운 (우에에엑) 얼굴로 쳐다보았고 한 10분을 반복하다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그래라.”

“예에! 예 예이 오우예!”

신난 나머지 방안을 방방 뛰어다니던 나를 가만히 보던 회장아빠는 이내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정비서. 진솔이가 다닐 어린이집 좀 알아봐.”

[예? 하지만 회장님께서 분명 어린이집 가면 같이 보낼 시간이 적어진다고-]

“근데도 가고 싶대. 암튼 알아봐. 제일 좋은 데로.”

그! 렇! 게! 나는 어린이 집에 갈 수 있게 되었고 매일매일 데려다 주는 것도 회장아빠, 그리고 데려오는 것도 회장아빠의 몫이 되었다. 집 근처에 있는 새싹어린이집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제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어린이집

“자 여러분! 오늘은 새로운 친구가 왔어요. 자기소개 해볼까요?”

“크흠! 난 손진솔이야. 그리고 이제 네 살이고. 끝!”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난 가만히 아이들 앞에 서있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가 그 중 하나가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너네 아빠는 누구야?”

으잉? 회장아빠는 알아서 뭐하게?

“우리 아빠는 왜?”

“아하하… 원래 부모님의 일도 말하는 거에요. 여기 있는 모두가 그랬는데?”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냥 대답했다.

“엄마는 패션디자이너. 그리고 아빠는… 음… 뭐였더라? 아! 에스유 회장!”

내 말에 갑자기 방 안의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니 아이들은 순식간에 나를 동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다.

“우와, 네가 그 유명한 에스유 후계자?”

“꺄아! 그 회장님도 진짜 잘 생기셨다는데!”

“친하게 지내자! 난 피엠피 그룹 막내인데…”

설마 설마 했는데, 여긴 갑부들만 다니는 곳인 걸까…? 대한민국 거의 최고의 그룹이라 불리는 에스유 그룹. 작은 아이들마저 알고 있고 그런 쪽(?)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참 놀라게 만들었다. 많은 아이들이 다가와 자신과 친구하기를 권유했고 그렇게 어린이집의 첫날이 지나가는 듯 했다.

“있지 있지, 너 머리핀은 어디에서 산 거야? 내거는 샤X인데!”

고급 머리핀을 꽂고 다니는 여자아이들은 내 동대문산 머리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순이와 같이 장보러 나갈 때면 하나씩 사줬던 걸 오늘 꼽고 왔는데…

“내꺼? 난 동대문에서 샀는데?”

“동대문? 그게 어디야?”

설마 갑부라고 해서 동대문도 안 가봤다는 말은 하지 마라… 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지만 동대문에서 산 새 핀은 여자아이들의 관심을 샀고 나중에 꼭 그곳에 가볼 거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렇게 여자아이들 따로, 남자아이들 따로 놀고 있었는데, 남자아이들의 무리에서 유난히 튀는 아이가 한명 있었다.

“저기 있지, 저기 혼자 앉아있는 애는 누구야?”

“아~ 쟤? 쟤네 부모님은 대기업에 안 다니신데. 처음 소개했을 때 부모님이 가게 한다고 했나? 암튼 그래서 다들 쟤랑 안 놀아.”

이야, 요즘 애들 참… 아주 못돼 처먹은 애들이구만? 아이들은 나에게 혼자 있던 그 아이를 ‘서민’ 이라고 설명을 했다. 어린이집에 있는 내내 그 아이한테 시선이 갔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몇몇 아이들은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거의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있게 된 나는 회장아빠가 퇴근길에 나를 데리러 오길 기다렸고, 어느새 남은 건 나와 그 아이 뿐이었다.

“저기 있잖아, 넌 왜 혼자 있어?”

“난 쟤들이랑 놀면 안된데. 저번에 유빈이네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

유빈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아이들 중 한명일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난 풀이 죽어있는 아이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서랍에서 색종이를 꺼냈다.

“뭐 하는 거야?”

“있어봐… 됐다! 완성!”

난 파란 색종이로 흔히 말하는 점치기 놀이를 만들었고 그 애는 그것을 아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난 그 안에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단어들을 써 내려갔고 그 애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것을 만져보았다.

“우와… 근데 넌 에스유 그룹 후계자라며. 왜 다른 여자애들처럼 쥬X 가지고 안 놀아? 게다가 아까 들어보니까 동대문도 간다며. 거긴 너 같은 애들은 가면 안돼.”

내가 나이가 몇인데 쥬X 인형을 가지고 노냐?

“쥬X인형 재미없어. 게다가 동대문도 엄청 재밌는 걸? 이것저것 엄청 엄청 많아! 난 유모랑 맨날 같이 가거든.”

“그럼… 나 이거 가져도 돼?”

“응! 난 또 만들면 되니까!”

“에헤헤…”

[심쿵!]

헐, 나 지금 이런 꼬맹이한테 설렌 거야? 물론 그 애는 엄청 귀여웠다. 나중에 크면 진짜 한 인물 될 것처럼 생겼다! 근데 나 지금 심쿵 한거야?! 왠지 피가 얼굴 쪽으로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점치기 하나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설렜다…

[빠아앙 빠아앙]

“진솔아!”

“어? 아빠다! 내일 봐!”

그 아이는 일어나려는 나를 갑자기 붙잡고 말했다.

“이름이… 뭐야?”

“손진솔! 넌?”

“난 한…”

어라라… 갑자기 왜 이렇게 밝아진다냐… 얼굴이 안 보이잖아!

[진솔아! 손진솔]

으잉? 이건 또 무슨 소리?

“일어나 이 기지배야! 학교 가야지!”

“으아아!!”

순이가 나를 깨웠다. 에이씨 좋은 꿈 꾸고 있었는데…

“뭔 꿈을 꾸길래 그렇게 생글생글 한가 했는데. 꿈 꿨어?”

“아~ 전에 어린이집 다닐 때. 그때 좋아했던 애가 있었거든.”

“아이고 아깝네! 그때 그 어린이집 질이 안 좋다고 해서 다른 데로 옮기지 않았어?”

“응. 그때 아빠한테 어린이집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튼! 어여 일어나. 학교 가아지.”

아씨… 이번에는 그 애 얼굴 기억할 줄 알았는데! 어린이집에 있었던 부모님 소개 사건으로 인해 회장아빠는 어린이집이 나에게 좋지 않다고 판단을 했고 난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잊을 수 가 없었다. 물론 이름도 (한이 성이라는 것 빼고는)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나 손진솔. 드디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다음화 예고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좌충우돌 에피소드에서 전혀 오글하지 않은 러브스토리까지! 오랜만에 온 고등학교에는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는데.. 과연 진솔이는 무사히 적응을 할 것인가!

0
이번 화 신고 2017-08-02 00:45 | 조회 : 2,054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특별히 원하시는 게 있다면 댓글로 써주세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함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