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이 삼류소설을 찢고 튀어나온 중2병 말기 환자가 첫번째 남주 후보에요.

날 때부터 장난 아닌 수치의 아이큐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한종희의 기억을 빌려서 더욱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 일등을 놓칠 수가 없었고 집에 가면 동수한테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을 배웠다. 중학교 때부터는 학교가 끝이 나면 현재 교수인 동수가 가르치는 대학의 경영학과 수업을 들었고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

“진솔아~ 조금 있다가 회사로 올 거지? 아빠 기다리고 있을게!”

“네 네. 조금 있다가 봐요.”

오늘 오후에 회사 첫 출근이다. 크면서 애교가 점점 사라지는 나를 보던 회장아빠는 서운해했지만 그래도 팔불출인 것은 리셋이 불가능했나 보다. 이상한 엄마는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에 아예 해외로 나가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남기고 간 편지에는 내가 꼴 보기 싫어서라는 말도 있었지만 뭐 어쩌겠어? 어쩐지 어릴 때부터 정이 안 간다 했는데… 아무튼 그래서 엄마 못 본지는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것 같다.

그 덕에 난 순이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순이는 진짜 변함없이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애초에 공부에 관심이 1도 없었던 지라 순이는 대학을 가지 않고 계속 이 집에서 일했다. 고딩 때부터 머리가 좋았던 동수는 어느 명문대학교의 경영학과 교수님으로 살고 있다. 고등학교 등굣길은 한편으로는 설렘이 가득하기도 하고 낯섦도 만만치 않게 많다. 한종희로 살 때는 항상 걸어서 등교를 했지만 손진솔은 지금…

“아가씨, 출발할까요?”

“네, 부탁해요.”

차를 타고 등교를 한다! 회장아빠한테서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차를 받은 나는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는 눈빛으로 봤지만 회장아빠는 웃으면서

[이제 고등학교도 폼 나게 차 타고 가는 거야! 어차피 명문고라서 대부분 다 그렇게 다니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부담… 지금 부담 100배다! 학생이 무슨 차를 타고 등교해? 하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교문 앞에 도착하면서 바뀌었다. 교문 앞에는 엄청 많은 차들이 있었고 도도하게 내리는 있는 집 아드님과 따님들이 눈에 띄었다. 난 태워다 준 기사 아저씨께 감사하다 표하고 어색하게 내렸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학교는 내 눈의 사이즈를 대략 두 배 정도 커지게 했고 굳게 닫혀있던 내 입을 중력이 편히 끌어당길 수 있게 턱의 힘은 뺐다.

“이야, 여기가 명문고야? 진짜 대박이네?”

“..? 누구?”

갑자기 알 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학교를 바라보았다. 난 경계를 하며 손을 뿌리쳤고 남학생은 살짝 웃더니 내 얼굴을 잡았다.

“잘 보라고. 진짜 못 알아보겠어? 응? 너랑 내가 몇 년이나 보고 지냈는데? 나 정말 실망이야!”

아니, 그래서 대체 누구냐고?

“누구냐니! 누구냐니! 그래서 대체 누구냐고? 그게 말이 돼?”

뭐야… 이상한- 잠깐만. 지금 방금 설마…

“응! 지금 방금 설마 맞아.”

“너… 저승- 읍!”

“잠복근무 중이라고. 그러니까 비밀보장은 부탁할게~”

뭐야! 얘는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잠복 근무하러 간다고 했던 저승사자는 거의 1주일동안 안보였는데 잠복근무지가 여기였을 줄이야! 난 학교생활은 망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교실 안은 의외로 심플했다. 굉장히 깔끔했고 학생들은 전부 끼리끼리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야, 들었어? 오늘 전학생 온데. 근데 그게 누군지 알아?”

“지난 주부터 그 소리 때문에 엄빠가 날 얼마나 갈구던지… 걔 맞지?”

“입학식은 왜 안 왔대? 아무튼 아마 우리 반에서 걔가 누군지 모르는 애는 없을 걸?”

“혹시 관종 아냐? 일부러 그래서 입학식도 안온거지!”

“헐! 대박. 그럴 수도 있겠네!”

어째서 그 수다의 주제가 나 인거야?! 나를 과보호하는 우리 회장아빠 덕에 돌잔치 이후로 난 엄청난 보호 아래 살았다. 어린이집에서도 가명을 썼고 순이가 엄마라고 뻥까지 치면서 손진솔이라는 사람을 숨겼다. 중학교 때까지 가명을 썼지만 고등학교 만큼은 평범하게 다니기 싶었기 때문에 회장아빠한테 사정사정했다. 내 얼굴을 모르는 학생들은 본인이 아주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차리지 못했다. 교무실로 가기 위해 교실을 나온 나는 여기저기서 손진솔이라는 이름 석자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여기는…”

결국 이 큰 학교에서 길을 잃었다! 분명 3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주위에 창문이 없었기에 몇 층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지나가는 학생을 잡고 물어보려 했지만, 왜인지 지나가는 학생이 없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나의 어깨를 잡았다.

“뭐야, 신입생이야? 여긴 동아리실 들만 모여있는 층이라서 아마 밑으로 내려가야 할거야.”

“아, 고마워요. 근데 교무실로 가야 하는데…”

왠 잘생긴 남학생은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고 난 무사히 교무실에 도착했다. 고맙다고 하려고 뒤를 돌았을 때 그 남학생은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그대로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저 전학생인데요?”

“전학생? 아! 네가 그 애구나! 에스유 외동딸이지? 내가 담임이란다. 따라오렴”

선생님과 함께 반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시선은 온통 나에게 집중이 되었다. 아까 봤던 여자애들이 또다시 속닥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고 남자애들은 그냥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자, 전학생이다. 잘 지내도록 하고, 음… 소개는 네가 해볼래?”

“손진솔이야. 오늘 아침에 보니까 다들 내 얘기 하고 있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내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선생님, 저 어디 앉아요?”

간략한 소개에 조금은 당황한 듯한 사람들이 몇 보였다. 심지어 선생님까지…

“아, 음… 그냥 빈자리 찾아서 앉으렴.”

맨 뒷줄에 비어있는 자리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거기 앉았는데 의자에 왠 껌이 붙어 있었다!

“뭐야 이건.”

“아, 진솔아? 거긴 자리 주인이 있는데… 늦게 온다고 해서 말이야.”

“그건 자기 탓이죠. 아무튼 전 여기 앉을 거에요.”

반에 사람들은 수근 거리더니 나를 힐끔힐끔 보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있었던 나는 책들을 서랍 안에 넣기 위해 손을 집어넣었는데…

“아… 안돼!”

“읏!”

그 안에 있는 커터 칼 조각들… 뭐야? 자리 주인이 무슨 일진이야? 커터 칼 집어먹게? 아, 장난이고.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지는 않다. 자리 주인이 왕따라는 사실은 뻔했으니까. 선생님도 몰랐던 건지 베여서 피가 나는 손가락을 당황스럽게 보았다.

“밴드 있는 사람? 마x카솔도 좋고. 아님 양호실로 가야 하나? 어딘지는 잘 모르는데.”

피가 줄줄 나는 손가락을 들이대자 남자들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고 여자애들은 소리를 질렀다. 뭐야? 피 처음 보나?

“뭐 선생님도 바쁘시면 어쩔 수 없고요. 어딘지 라도 알려줄 사람?”

“어… 3층 복도 끝에 있어.”

어떤 아이가 떨면서 말했고 난 그대로 양호실로 향했다. 당황해서 반 전체가 얼어버리다니.. 심지어 선생님까지? 피가 나는 손가락을 쪽쪽 빨며 난 양호실로 향했다. 3층으로 올라가던 중..

“야. 쟤 좀 봐. 생긴 건 이쁜데 손가락은 왜 빨고 있데?”

“머리에 문제라도 있나 보지.”

지나가던 중 이동수업 학생들이 나를 보며 한 말이다. 내가 그렇게 모자라 보이나… 그래서 입에서 손가락을 뺏더니 피는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입에 피가 묻은 건지 학생들은 기겁을 했고 심지어 뒤로 자빠지기도 했다.

“뭐야! 미친 거 아냐?”

“피 처음보세요? 놀랄 시간 있으면 양호실로 데려다 줄래요?”

생각보다 깊게 베인 것인지 피는 계속 해서 나왔고 어느새 복도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그 학생 무리들 중 한 명이 나의 반대팔 팔목을 잡고 양호실로 끌고 갔다.

“너 뭐야? 관종이냐?”

“그냥 피 조금 난 건데요 뭘.”

“니 눈에는 그게 조금이냐?”

“네”

조금 싸가지 없어 보였을까나… 출장가신 양호 선생님을 대신해서 능숙하게 약과 밴드를 찾은 남학생은 내 손을 잡고 약을 발랐다.

“꽤 잘 알고 있네요? 싸움이라도 하시나 봐요.”

너 같은 놈들은 뻔하지 뭐. 아직도 이런 학생들이 남아있다니… 17년동안 변한 게 없군

“어. 근데 넌 여자애 주제에 생각보다 겁이 없다?”

“아, 그냥 커터 칼에 베였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나를 이상하게 보던 남학생은 다시 치료에 열중했다.

“그래서 그쪽 이름은 뭐에요? 난 손진솔인데.”

“알게 뭐야 이름 같은 거. 어차피 보니까 너 1학년이지? 나 2학년이라 자주 볼일도 없을 거야.”

“맘대로 해요.”

어색한 침묵만이 흐르던 양호실 안에 갑자기 누군가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남학생은 “아씨… 또 쳐자나?”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일어나더니 침대를 가리고 있던 커튼을 쳤다. 그리고 그곳에는 누가 잠을 자고 있었다.

“또 땡땡이구만… 야 나가자.”

양호실에서 나온 나는 다시 수업하러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한직우다. 나중에 만날 때 인사라도 하던지.”

뭐지 이 츤데레는… 나 츤데레는 별론 데. 생긴 건 멀쩡하면서 아직 중2병 완치를 못했나? 중2때는 아주 그냥 중환자였겠구먼… 이름도 지구야! 크크크큭!! (참고로 오타 아닙니다. 진짜 이름이 직.우 입니다!)

“그래요. 전 이만.”

그렇게 난 심각한 중2병을 앓고 있는 듯한 고등학교 2학년, 한지구랑 처음 만났다.


예고-
그저그런(?) 학교 가 끝나고 회사로 가던 진솔양. 하지만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을 지 상상도 못했고… 회사 첫 출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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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05 16:46 | 조회 : 1,853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쓰면서도 손발이 없어지는 줄 알았네... 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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