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나는 단한번도 제대로 된 잔치를 마친적이 없을 까.......

순이가 없는 관계로 다른 도우미 언니들이 나의 옷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고운 색동 한복을 입고 옆구리에는 작은 복 주머니도 달았다. 나… 너무 예쁜 거 아니니?

“아가씨, 조금 있다가 나가실 때는 회장님과 함께 나가실 겁니다.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울지 마시고요, 또…”

순이라면 그냥 즐기라고 했을 텐데, 현재 나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일했다는 아주머니. 물론 아줌마가 하는 말의 반은 그냥 한 귀로 흘려 보냈지만 긴장감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요호! 나 왔는데, 보고 싶었어?”

어느새 저승사자가 방문해서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긴장감 때문에 미식거리던 속은 옆에서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는 이상한 놈 때문에 더욱더 울렁거린다.

{야, 오늘은 그냥 가만히 냅둬줄래?}

“이야, 한복 입으니까 너도 생각보다 귀엽네. 한복 색이 하얀색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 그게 무슨 말이야?}

“한복까지 하얀색이면 딱 처녀귀신인데! 얼마나 예쁘냐?”

{그걸 지금 칭찬이라고 하는 거냐?!}

“그러엄~! 항상 미스지옥대회에서 일등 먹는 게 처녀귀신인데?”

도대체 지옥의 미의 기준이 뭔지…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아줌마가 오더니 찌푸려진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

“아가씨, 표정 좀 예쁘게 해봐요.”

“맞아 맞아. 그런 표정 지으니까 저기 뒷산에 사는 내 친구 같아. 참고로 걔는 곰이야 곰.”

“아가씨, 볼에 바람 빼시고요?”

“뭐야, 복어냐? 복어가 더 이쁘네 뭐!”

계속 아줌마의 말에 공감을 하며 끼어드는 저승사자 놈 때문에 내 이마의 빠직 마크가 늘어만 갔다.

“아가씨, 침 나오려고 하면 손수건 쓰시고요.”

“으에, 아직도 침 흘리냐? 쯧쯧쯧… 너 나한테서 일미터 떨어져!”

“으으으…..”

더 이상은 못 참아주겠네!!

“찌끄러!!”

“아가씨…?”

으억. 망했다. 경악한 듯 아주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셨다. 으아!! 어떡하지?

“크크큭! 옛말에 말은 생각하고 하라 하는데 딱 너를 두고 한 말이었구먼?”

“아..아줌마? 미아네! 장난이야!”

해명하려고 손을 좌우로 흔들며 아줌마의 시선을 잡았다. 아줌마는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다행이라며 안도하셨다. 망할 저승사자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

“나 먼저 들어간다! 저 안에서 왠지 맛있는 냄새가 나가든~ 안에서 봐!”

내 눈초리에 쫄은(?) 놈은 어느새 문을 통과해서 나가버렸다. 동시에 문이 열리면서 회장아빠가 멋있게 양복을 차려 입은 채 나타났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안아 들었다.

“자, 이제 나가볼까?”

한 손으로는 나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상한 엄마를 에스코트를 하며 거실 안으로 다같이 들어갔다 (어제 엄마와 그 일이 있고 나서는 그냥 엄마라고 부르는 게 불편해졌다. 그래서 이상한 엄마라고 칭호).

“여러분, 회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손진솔양 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가족에게 집중이 되었고 회장아빠와 이상한 엄마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눈치를 보던 나도 손을 힘차게 흔들었고 여기저기서 귀엽다는 탄성이 들려왔다. 곧이어 회장아빠는 사람들에게 다니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나와 이상한 엄마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모님, 그리고 귀여운 아가씨?”

“호호호, 윤성약품의 둘째 따님 아니신가요? 이름이…?”

“성윤수입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둘이 호호호 거리면서 이야기를 할 동안, 어떤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유후! 여기 은근 괜찮던데?”

깔끔한 양복차림의 저승사자였다! 그리고 이놈은 사람처럼 걷고 있었다! 둥둥 떠다니지 않고!

“사람 모습하고 있을 때는 텔레파시를 못 보내서 짜증난단 말이지… 그래도 넌 얼굴에 표정이 다 들어나서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사람 모습이라니… 당황한 나는 놈의 멱살을 잡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쎈 아가씨라며 웃어댔다. 크크큭… 나의 베이비 버프란 모든 것을 웃으며 넘기게 만들지!

“당돌한 아가씨네? 아 맞다. 참고로 여기서 반가운 얼굴 봤는데… 네가 알아볼지는 모르겠지만 우앗! 저기 오리 고기!!”

재빨리 반대쪽으로 뛰어간 저승사자는 이내 사라졌다. 아니, 오리고기에 환장한거야? 그나저나 반가운 얼굴이라니… 누구일까? 라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 나의 앞에 나타났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이 사람은 꼭…

“꺄아아아악!!!”

범죄자 같이 생겼네…. 범죄자 같이 생긴 남자는 나를 안아 들더니 내 목에 칼을 들이댔다. 칼? 카알~? 나 죽기 싫다니까!

“흐에에엥!!”

“가까이 오지마! 한 발짝이라도 다가오면 이 년 목숨은 없어!”

순식간에 파티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사람들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니, 뭐라도 해주면 안돼? 나 또 죽어?

“당신 누군데 행패야?”

침묵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역시 회장아빠.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던 얼굴은 어느새 식은 땀이 줄줄 흘러댔다.

“네가 회장이지? 저번에 네가 우리 아빠를 회사에서 별 것 아닌 이유로 잘랐잖아!”

“뭔 말이야?”

“아… 전 윤과장 아들인가 봅니다. 그 아가씨 백일 때 오신…”

“아, 그 사람? 난 타당한 이유로 해고 시켰어.”

어느새 차가운 분위기를 되찾은 회장아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타당한 이유였다고 했다. 그 말에 범죄자는 더욱더 화를 냈고 칼을 내 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너무 두려웠던 나는 소리조차 낼 수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회장아빠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타당하다고? 정의로운 일은 하신 거였잖아! 네가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해서!”

“계약직 조항 1번. 회장에게 말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2번 이 조항을 어길 시, 퇴출이다.”

“웃기지마! 그건 계약직에게만 해당되는 거잖아!”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전부 계약직이야. 이 두 조항만 지키면 거의 정직원이나 다름없지만 말이야.”

당황한 범죄자는 칼을 갑자기 번쩍 들었고 그 때문에 내 얼굴이 살짝 베였다. 이씨… 아프잖아! 갑자기 한종희가 튀어나왔을까… 아픔보다는 짜증이 밀려왔고 그 놈의 손을 물어버렸다 (물론 앞니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피가 날 정도였다는 소문이…)

“으아악! 뭐야!”

순간 범죄자는 손을 놓아버렸고 난 그대로 땅으로 떨어…진다!!!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나를 받아주었다.

“읏차, 큰일 날 뻔했네!”

나를 구한 사람은 다름아닌…

“세상에! 팬스그룹 막내 아들이잖아!”

“이런 곳에는 잘 안 온다더니…”

“꺄아! 역시 멋있어! 신동수!”

내 친구! 이자 나의 짝사랑 상대였던… 동수였다!

“괜찮아 아가씨?”

“동슈!!!!!!! 흐에에엥!!!”

나도 모르게 반가운 나머지 울면서 그 놈을 계속 불러댔다. 당황한 동수는 그냥 계속 나를 달래려고 애를 썼지만 터져버린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동슈야!!! 신동슈야!! 흐아앙!!”

“야야야, 너 지금 손진솔이야! 말 조심해!”

어느새 다시 공중을 떠다니는 저승사자가 된 놈은 나에게 경고를 하면서 말렸지만 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치만… 그치만…흐에에엥!”

곧 나를 받아든 회장은 나를 재우기 시작했다. 우느라 에너지가 다 빠졌네…

-손지솔이 잠든 후

“신동수라고 했나?”

“예 회장님.”

“진솔이는 그쪽이랑 안면을 튼 건가? 어떻게 이름을 알지?”

“아마 아까 제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들었나 봅니다.”

둘 사이에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장은 이내 결심한 듯 한 손으로 동수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너 진솔이 과외 좀 해줘라.”

“예? 전 아직 20살 밖에 되자 않았는데요?”

“그 정도면 괜찮아. 너도 알다시피 이 녀석… 머리가 꽤 좋잖아?”

“뭐 회장님께서 이렇게 부탁하시면 저도 거절은 못하지요.”

그렇게… 갓 한살이 된 진솔이는 과외를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서 어느새 네 살이 될 때까지…

-다음화 예고
동수와 과외를 하다 지친 4살 손진솔은 아빠에게 졸라 어린이집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는 손진솔의 첫사랑…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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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9 15:38 | 조회 : 1,828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왜 로맨스가 없지? 하고 생각하신 분들! 다음회에는 나옵니다! (쬐금이지만...) 나온다고요!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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