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돌과 얀데레(?) 어머니


‘진솔이가 회사를 구한 사건’ 이후로 회사 사람들의 나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천재가 태어났네, 영웅의 탄생이네, 뭐 이런 이상한 말들을 듣기도 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알맹이 고3, 아니지 이젠 졸업했겠지? 암튼 알맹이 성인인 내가 천재소리를 듣는 것도 당연한 거였다 (아, 뭐래? 자뻑…). 알건 다 알고 태어난 나는 발음은 꽝이었지만 그래도 한살이라는 나이에 보통 사람과 대화가 가능해졌다. 물론 그 대상이 나의 발음을 알아들어야 가능한 거지만… 아, 참고로 난 지금 한살이 되었다. 10개월, 11개월 때는 딱히 한 게 없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마이 라이프의 메이저 이벤트 (Major Event)들에 대해 말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도 스킵.

“진솔아! 회장님이 부르신다!”

순이는 여전히 나와 같이 지낸다. 학교는 어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담으로는 나의 유모 일을 하면서 돈을 꽤 많이 모았다고 한다… 진짜 한평생 일 안하고 딩가딩가 살 정도? 순이는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가끔 나의 존재를 잊고 간혹 “흐흐흐… 입금이 되었을까나? 내 천만원…” 라고 말하기도 한다. 섬뜩하다. 진짜로. 순이가 돈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게다가 숙식해결도 우리 집에서 하기 때문에 돈 나갈 일도 없다.

“내일 모레면 네 생일이네? 알아?”

“진따? 내 탱일이야?”

응 알고 있어. 마이 버스데이 인거.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의 생일은 어떨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중 순이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있잖아, 유모가 내일 어디에 가야 되거든? 그래서 엄마가 보살펴 줄 거야. 괜찮지?”

“웅? 오디가눈데?”

“친…구 만나러.”

기지배… 내 생일인데 친구를 만나러 가? 하지만 난 한참 뒤에 알 수 있었다. 일년 전 내 생일 날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지금은 상상만 풍부하게 하면서 침만 질질 흘리고 있지만 말이다.

“아참! 회장님!”

순이는 재빨리 내게 옷을 입히고 머리를 정돈하고 회장아빠의 서재로 데려갔다.

“진솔 공주님~ 왔어요??”

지금 이 반응을 백 번도 넘게 받아봤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 반응에 대한 나의 반응 또한 백 번 넘게 지속되었으니…

“꺄아아~아빠!”

서재문 앞에 나를 내려 놓은 순이는 내가 직접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무슨 펭귄마냥 뒤뚱뒤뚱 걸어갔다. 회장아빠는 나를 안아 들으면서 물었다.

“좀 있으면 생일인데, 뭐 갖고 싶은 건 없니?”

“웅…웅…”

곰곰히 생각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입에 얹고 생각했다. 음… 1억을 달라고 할까, 아님 페라리를 사달라고 할까? 하지만 이내 나의 생존 본능이 먼저 나갔고 애교라는 아이템과 함께 공격을 했다.

“나는요… 아빠만 이쯔면 돼!”

으엑… 토 나오는 줄! 그리고 회장아빠의 볼에 뽑오를… 으아아아아! 손발이 사라진다!! 나의 그것을 받은 회장아빠는 진짜 눈에서 하트가 나왔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거다!). 그리고 나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으하하하!! 어쩜 이리 예쁜 말만 할까!”

하며 좋아했다. 이내 나를 내려놓더니 나와 눈을 맞췄다.

“하지만 아빠는 선물을 준비해뒀지! 나중에 보여줄 테니, 기대해!”

갑부 아빠의 선물이라… 진짜 기대 된다! 회장아빠의 서재에서 나와, 나는 순이와 함께 엄마의 방으로 갔다. 요즘은 회장아빠를 매일 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보는 엄마도 참 오랜만에 본다.

“사모님, 아가씨 모셔왔어요!”

순이는 엄마랑 회장아빠 앞에서만 나에게 존칭을 한다. 그렇게 배웠다나 뭐라나… 곧 방안에서는 들어오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고 순이는 문을 열고 나를 안으로 넣었다.

“엄마!”

“진솔이 왔니? 엄마가 요즘 바빠서 미안해.”

엄마는 요즘 잘나가는 옷 디자이너였다. 일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자신의 하나뿐인 딸을 일주일에 한번 밖에 못 본다는 게 흠이지만… 엄마는 나를 무릎에 앉혔고 나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분위기 진짜 어색했다. 말도 마라.

“진솔이 생일인데… 알고 있었니?”

“응! 응! 유모가 알려조써! 아빠도 선물 줄거래!”

아빠라는 말에 엄마가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표정을 굳히더니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엄마가… 부탁이 있는데.”

“응? 머야?”

겉으로는 순진한 아가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알맹이는 알고 있었다. 엄마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빠 서재에는 가면 안돼. 일에 방해되잖니?”

“우웅… 하디만 아빠는 내가 이쯔면 일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눈뎀…후웅…”

크크큭… 이제 어떻게 받아 칠래? 엄마? (이 이상한 분위기는 뭐지…ㄷㄷ)

“마.음.대.로 하렴? 후후…”

뭐야 질투야? 회장아빠가 나만 좋아하니까 삐졌어? (정답) 참나… 지 딸한테 질투하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 역시 이 집안 이상해… 내가 태어난 이 이상한 가족에 대해 온갖 망상을 하고 있던 도중 엄마의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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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이가 잠든 후…

조용한 방안에 들리는 것은 아기의 숨소리뿐이다. 그런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여자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후훗… 아가 주제에 제 자리를 빼앗으려 들면 안되죠? 딸이라도 봐주는 건 없어…”

뭔가… 굉장한 얀데레 아닌 얀데레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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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이의 생일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상쾌하고 기분 좋게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도대체 왜 아침부터 망할 저승사자 얼굴을 봐야 하는 건데?!

“유후! 잘 지냈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서 특별히 아침에 찾아왔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뭐 기억해줬으니 용서해주지}

후훗, 나의 생일을 기억하다니! 하고 생각하던 중, 저승사자의 말은 나의 기분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한종희의 기일 일주기를 축하축하!”

{기일?! 그게 무슨… 아…}

생각해보니 내가 태어난 날이 한종희가 죽은 날이었다. 그래서 순이도 오늘 안 온다고 한 건가? 내 기일 챙겨야 해서? 기분 좋은 진솔이의 첫 생일이었지만 한종희의 슬픈 1주기이기도 했다.

“죽은 지 일년 된 소감은 어때?”

{무슨… 난 애로 살아서 별로 감흥은 없지만 말이야… 내 묘에는 가봤니?}

“뭐 오는 길에 잠깐. 영혼 없는 기일이라니, 생각보다 새롭던데?

잔인한 새끼… 저승사자는 웃으면서 천진난만하게 방안을 날아다녔다. 그런 놈에게 뻑큐를 날리는 건 내 일상이 될 정도였고 그 놈은 그래도 항상 웃으며 받아 쳤다.

“아무튼 너의 일주기 잔치에는 참여해줄 테니까 영광으로 알라고!”

{일주기 잔치가 아니라, 돌잔치라고!}

“그거나 그거나. 둘 다 일년인걸 기념하는 건데 뭘. 암튼 좀 있다가 보자고. 뿅!”

혼자 덩그러니 방안에 남겨진 나는 고요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싫은 나머지 나는 그대로 탈출을 시도했다. 내가 현재 누워있는 아기 침대 정도는 탈출할 수 있다. 그 다음이 문젠데… 순이가 엄마한테 나를 부탁했다고는 하지만, 그 인간은 올 것 같지도 않으니… 탈출하고 서재나 가봐야겠다 (참고: 서재는 진솔이가 태어나기 전, 회장 빼고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 심지어 청소도 자기자신이 했다고…)

“응….차!”

침대의 창살(?)을 끝까지 내린 뒤, 조심이 내려올…

“으악!”

…려고 했건만, 도대체 왜 첫 관문에서 막히는 거야?! 발을 잘못 디딘 나는 곧바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흐아아아앙!”

으아아아!!! 진짜 존나 아파!!! 한종희는 돌머리였는데 얘는 뭐, 물풍선 머리 아냐?!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들이닥친 회장아빠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우는 나를 재빨리 들어올려서 나의 주치의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떻게, 애가 침대에서 떨어졌나 봐! 10초안에 뛰어와!!”

아니 인간적으로 10초안에 어떻게 와?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헉… 헉…”

얘도 우리 집에 산다.

“애를 어떻게 봤길래 떨어지냐? 멍청한 새끼…”

주치의 선생님도 회장아빠를 편하게 대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선생님 리스펙트!

“어떻게… 죽는 거냐?”

뭬야! 또 죽기는 싫거든!”

“그럴 확률을 만에 하나니까 진정해. 흐음…”

어느새 울음을 그친 나를 유심히 보더니 내 머리에 생긴 혹을 눌렀다! 응? 혹?

“으익!”

“애가 잘 참네… 야 혹 생겼다. 크크큭”

“뭐?! 혹?! 그게 다인 거 확실하지?”

“눼 눼.”

“건성건성 대답하지 말고!”

“어휴 성질 드럽긴… 아직까지는 큰 이상 없어. 그냥 얼음 가져다가 살살 문질러줘서 붓기 빼면 돼. 얼음은 어떻게 하는 지 알지? 모르면 책에 써있으니까 보고. 나 간다.”

주치의 선생님은 나가면서 도우미 언니 한명을 잡고 얼음이랑 수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회장아빠는 능숙하게 얼음팩을 수건에 싸서 내 뒷통수에 문질렀다. 물론 살살.

“이야, 손재웅이 애를 보다니… 이건 뉴스에 나갈 일이다 진짜!”

“시… 시끄러워!”

아빠야, 당신의 얼굴이 빨게지는건 내가 목격했으니 너무 걱정을 말거라.

다음편 예고-
드디어 돌잔치가 시작된다! 생각보다 평화롭고 조용한 돌잔치에 나타난 훼방꾼! 이게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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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5 14:53 | 조회 : 2,183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현재 고3인 작가는 연재를 자주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봐주실거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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