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다. 진짜 장난아니고, 찝찝한 것도 아니고 그냥 더럽다.



“여보..?”

“꺄아~ 암마! 암마!”

이 무슨 재밌는 상황이란 말인가! 드디어 회장아빠의 정체가 까발려지는 것인가! 흥미진진한 상황은 흡사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가 아니기에 상황은 계속 이어져만 갔다.

“저… 진솔이랑 잠시 산책 나오셨나봐요?”

“크흠… 그런데? 당신은 여기 어쩐 일이지?”

“전 이 시간에 항상 여기 있는데요?”

할 말이 없어진 듯한 회장아빠는 식은땀만 흘려댔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한껏 애교를 부려봤다.

“우웅? 압바!”

회장아빠는 나를 보고 녹아내렸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엄마의 시선을 느낀건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를 썼다.

“젠장! 너무 귀엽잖아! 당신이 얘한테 아빠, 엄마를 가르친거야?”

“가르치기는 유모가 했겠죠. 저도 진솔이를 일주일에 한번 밖에 못봤거든요.”

“회장님!”

그때 멀리서 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만 들어가셔요. 진솔- 그러니까 아가씨 감기 걸리면 어쩌시려고요? 주치의 선생님이 사실 밖에 아예 나가지 말라고 하셨었단 말이에요. 아… 사모님도 계셨네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대하는 순이는 누가 보아도 편하게 회장을 대하고 있었다. 그런 순이를 엄마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순이는 뒤늦게 발견한 엄마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순이씨. 오늘도 수고 하시네요.”

“에이, 진솔이처럼 순한 아이가 요즘 어딨어요? 저야말로 편하고 좋죠. 암튼 얼른 들어가세요. 이제 9월이에요. 바람이 차다구요. 이 상태면 백퍼 감기걸려요. 아, 참고로 다시 말하듯이 아가씨가요.”

순이는 되풀이해서 내가 감기에 걸릴거라는 말을 반복했고 그제서야 회장아빠의 얼굴에 표정변화사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흠… 그럼 오늘은 이만 들어가도록 해야겠어.”

“아휴 세상에! 아가씨 손 차가워진 것 좀 봐! 얼른 들어가요. 사모님도 들어가세요.”

“안그래도 그럴 참이었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그렇게 춥다고 느껴지진 않았는데… 순이 얘는 진짜 내 걱정을 해서 그렇게 감기얘기를 반복한 걸까, 아님 그냥 회장아빠가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걸까? 물론 둘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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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나의 아기생활 3개월과9개월까지 중간에 있었던 일은 생략하겠다. 안 그래도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야되는데 시간을 더 끌면 안될 것 같아서이다. 물론 그 6개월동안 비슷한 생활을 했기 때문인것도 있다. 물론 먹고, 자고, 싸고에 ‘회장아빠랑 놀고’가 추가되었지만 내가 하는 건 그냥 애교 좀 부리고, 웃어주는 것 뿐, 회장아빠는 그에 대한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아무튼 시간은 흘러흘러, 나는 아기생활 9개월차로 접어들었다.

“스읍… 스읍… 우웅… 유모!”

“왜 진솔아?”

“팀이…스읍!”

학교에서 생물학을 조금 배웠을 때가 기억이 난다. 아기는 9개월이 되면…이가 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사실 그래서 난 내가 9개월이 될때까지 뼈저리게 기다렸다. 그럼 나의 이들이 탄생할테고 나의 발음들이 조금은 더 정확해질 테니까!

“여어~ 오랜만이다 한종희?”

{웬일이야 저승사자? 그리고 지금 난 손진솔이거든!}

오랜만에 저승사자가 찾아왔다. 물론 6개월동안에도 가끔 나를 찾아왔지만 그것도 거의 한달에 한번, 안부차 온것이었다.

“알게뭐야, 한종희던 손진솔이던? 암튼…풉…너 침흘리냐?”

{닥쳐라… 안그래도 짜증나니까.}

“푸하하하하하!!! 도도한 척은 다하더니 침은 질질 흘리기나 하고! 너 지금 진짜 웃긴거 알지?”

{모른다. 모르니까 좀 꺼지지?}

“에헤이, 내심 반가웠으면서? 그래, 너의 침이 질질 흐른다 치자.”

“쭈웁…쭙….쭙”

아니 뭘 또 그렇다 치자야? 진짜 난생 처음으로 본 저승사자가 겉만 번지르르한 놈이라니…(여기서 ‘만’에 세게 악센트를 넣겠다!).

“그건 왜 빨고 지랄이냐?”

{너도 신생아가 되서 이 나면 알게 될거다. 아 진짜 간지러!}

“그냥 손으로 긁어.”

{침샘 폭발할 일 있냐? 손에 침묻으면 진짜 찝찝하다고.}

“찝찝한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밑에 봐라.”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저승사자를 보다가 밑에 봤을때는 이미 손에는 홍수가 난 상태였다. 침홍수.

“으에에에에!!”

“무슨 일이야?”

“팀! 팀!”

“푸풉… 팀이 뭐냐, 팀이? 발음 안되니까 진짜 바보같다.”

{죽는다? 우리 회장아빠는 귀엽다고만 하거든?}

“근데 왜 계속 회장아빠라고 해? 이젠 네 아빠잖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래}

물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에구에구… 이거라도 두르고 있어.”

진짜 순이는 육아 못해본 티를 다 내고 다닌다. 순이는 어디서 냅킨 같은 것을 꺼내서 내 목과 옷 사이에 끼어넣었다. 원래는 손수건을 목에 두르는게 정상 아닌가…

“큭큭… 밥 먹을 준비라도 하냐?”

{시끄럽고. 그냥 얼른 나가.}

“에헤이, 전직 차도녀의 이런 코믹한 모습은 오래 봐둬서 오래 기억해야지. 아깝게 왜 가냐?”

{엿이나 먹어라}

그리고 난 허공에 대고 뻑큐를 날려줬다. 그런 나의 탱탱하고 짧은 손가락을 본 순이는 기겁을 하며,

“그건 나쁜거야! 하면 안돼!”

라며 나를 혼냈다… 기집애는 맨날 썼으면서!

“암튼 난 간다! 일이 밀려서. 오빠 보고 싶어도 참아?”

{다신 오지 마!!!}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윙크를 하는 녀석에게 토 하는 시늉으로 배웅을 해주었다.

“진솔아, 회장님 서재 갈 시간이다.”

하루에 한시간, 난 회장아빠의 서재로 놀러가는 것이 임무다. 가서 재롱도 떨고, 웃어주고, 꼬집히고, 기타 등등을 해야 한다.

[똑똑똑]

“들어와”

“아빠!”

아빠 엄마 정도는 쉽게 발음할 수 있지! 순이에게 안겨 문앞에 있는 나를 본 회장아빠는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다.

“우리 공주니~임! 잘 지냈어?”

으에… 진짜 적응 안된다.

“응! 응! 츄릅…”

아… 역시 침은 시공간 안따지고 떨어지는 구나… 하지만 콩깍지가 아주 단단히 쓰인 우리 회장아빠는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으로 나의 목을 감쌌다.

“흠…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

아이고… 그세 또 공부하셨구만? 아마 내가 대여섯살 될 쯤에는 아주 육아에는 고수가 되겠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유유히 퇴장하는 순이를 뒤로 한 채 회장아빠는 나를 바닥에 카페트에 내려 놓았다. 슬슬 기어다닐 수 있게 된 나는 회장아빠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찰칵! 찰칵!”

내 주위를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이 양반… 아니 기어 다니는 거 은근 힘들다고! 하지만 나를 피해다니면서 회장아빠는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만 찍어댄다.

“아… 이렇게 천사 같을 수 가!”

[삐리리리 삐리리리]

책상에 있는 전화기가 울리자 표정을 굳힌 회장아빠는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이시간에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지… 죽고 싶어?”

[회장님! 지금 회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해킹 같습니다!]

“하필 이런 때… 기다려봐.”

회장아빠는 나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잠깐만. 가만히 있어?”

화장실로 들어간 회장아빠… 흐흐흐… 장난이나 쳐볼까? (이런 나쁜 어린이!) 난 책상을 짚고 앞에 있는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창은 많고, 블루스크린에… 암튼 복잡했다. 그런 노트북에 나는….

“탁! 탁! 탁!”

마구 키보드를 쳐댔다. 아주 마구잡이로…

[삐리리리 삐리리리]

“앙영! 지또리에여!”

[회장님 지금 시스템이 복구… 어라? 아가씨에요? 회장님은요?]

“응가!”

[네..??]

“그래 무슨 일이야.”

깜짝이야! 언제 나왔는지 회장아빠는 나에게서 전화기를 빼앗아갔다.

[회장님, 시스템이 복구 됬어요.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뭔 소리야? 지금 반도 안했는데… 뭐야 이건!”

한참 스크린을 들여다보던 회장아빠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진솔아… 혹시 아빠 컴퓨터 만졌니?”

“응! 응! 쿵캉쿵캉 해쪄!”

흐흐흐…. 약오르지??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고 회장아빠는 나를 번쩍 안아들더니 빙글빙글 돌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네가 해내다니!”

“꺄르르르~!”

뭔소린가 이건…

[회장님? 회장님!]

“정비서, 진솔이가 해냈어! 하하하하!”

난 졸지에 회사를 지킨 영웅이 되어버렸다… 뭐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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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1 14:14 | 조회 : 2,059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추천해주세요! 어린시절 이야기를 조금 더 할까요? 아님 본문으로 들어갈까요? 음... 댓글이 없으면 제가 알아서 정할거에요??ㅎㅎ 특별히 원하시는 게 있으면 알려주시고요! 오늘도 굿데이~ (오타가있으면 지적해도 됩니다! 전 그런 거 좋아합니다!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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