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이중인격

나의 생후 첫 두달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겠다. 몸이 약한 나는 주치의의 진단으로 인해 방안에 갇혀살아야 했다. 하루종일 한건 먹고, 자고 싸고… 그냥 진짜 아기의 일상이었다. 하루종일 본 것은 순이여서 그나마 나았지만 순이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한종희의 죽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진짜 무슨 기계 마냥 나를 돌보았고 그런 나는 순이를 그저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새 나는 백일을 맞이했다.

“흠, 이제 제법 여자아이라는 느낌이 드는군.”

일에 미친 우리 아빠는 병원에서 한번 본 이후로 보지 못했다. 물론 아기들은 금방 사람 얼굴을 잊는다지만 뭐 나 같은 경우에는 알맹이는 고딩이니까. 하지만 왜인지 아빠는 나와 눈은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압바, 압바! 꺄르르륵!”

계속 시선을 피하는 아빠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이도 없는 주제에 발음을 해보려고 나의 온힘을 다했다. 그리고 그의 반응은 나의 예상을 아주 많이 빗나갔다. 아빠의 눈은 빛나기 시작하더니…

“세상에, 이렇게 귀여울 수가!”

차가웠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를 무슨 덕후가 피규어 보듯이 보기 시작했다.

“저기… 회장님? 아가씨 이제 백일잔치 준비를 해야하는데…”

“흠! 으흠! 얘가 벌써 백일인가?”

그래, 내가 너를 못 본지 벌써 백일이다 이..! 이…! 아빠야! 무슨 이중인격 마냥 빨리 바뀌는 반응에 놀란건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순이도 아빠가 나가자마자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차가운 도시 남자이신 우리 회장님이 저런 팔불출인건 너랑 내가 처음 알았을 거다 진솔아!”

“꺄르륵! 헤에…”

얼마만에 순이가 웃는건지… 어떤면에서는 아빠한테 고마웠다. 그렇게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작은 리본을 얹은 나는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거의 3달만에 마시는 바깥공기 (그래봤자 집안 거실 냄새다)는 굉장히 상쾌했고 너무 숨을 많이 들이 마셨는지 기침이 조금 나왔다.

“콜록!”

“역시 아직은 무리였을까… 나온지 일분도 안되서 기침을 하시다니…”

“으응! 아! 아!”

다시 들어가기 싫고 저쪽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표현이 이렇게 어려웠을 줄이야…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이의 머리카락을 당기면서 나는 그녀를 거실로 이끌었다. 거실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있었다. 천천히 계단에 발을 디딘 순이는 조심조심, 혹 나를 떨어트릴까 하며 내려갔다 (참고로 진솔의 방은 2층). 넓은 거실에는 드레스를 입은 사모님들이 한손에는 샴페인을, 한손은 입을 가리며 호호호 웃고 있었고 회장님, 사장님들은 그냥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사업 얘기겠지…

“자, 여러분! 주목해주세요! 차기 에스유의 회장 후계자이신 손진솔 아가씨입니다!”

으에? 에스유 회장 후계자? 누가 그런 걸 정한거야? 사람들은 내가 안겨있는 방향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나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귀엽게 웃어보였다.

“앙영! 앙영!”

‘ㄴ’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지 발음이 진짜 이상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귀엽다며 사람들은 봐주었고 나는 그대로 작은 스테이지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오늘부로 진솔이는 에스유의 회장 후계자입니다.”

스테이지 위에 있던 아빠는 정식으로 나를 소개했고 사람들은 조금씩 반응을 보였다.

‘아가씨가 회장이라고? 그러기엔 너무 어리지 않나?’

‘에이, 도련님 날때까지 기다리시지…’

‘회장님은 결정을 너무 쉽게 하셔서 탈이야. 물론 그것 때문에 회사가 성장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놀라서 울기 시작했다. 역시 애가 되는건 어렵네… 이렇게 새가슴이 되서야…

“으에에엥!! 흐에엥!!”

“아..아가씨! 뚝 해요, 뚝! 착하지?”

당황한 순이는 나를 달래려 애를 썼지만 원래 울음이 그렇지 않은가? 한번 크게 시작해면 잘 안 멈춘다고. 그때 회장아빠는 나를 안아들었고 왠지 모르게 따뜻한 품에 울음을 그치고 금방 잠이 들었다.

-손진솔이 잠에 든 후….

“누가, 그렇게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거지?”

흡사 천둥같지만 조용한 손재웅 회장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졌다. 그의 말에 거실은 바늘이 떨어져도 소리가 들릴만큼 조용해졌다.

“당신들… 해고 당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 안그래?”

“그래도…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닙니까!”

어떤 겁없는 사람이 침묵을 깨고 정의롭게 외쳤다. 하지만 회사는 회장의 왕국. 무슨 결정이든 회장이 하고, 모든 권력은 그에게 있다.

“방금 말한 놈… 누군지 알지 정비서? 당장 해고 시켜.”

“회장님 그 분은 윤광훈 과장입니다.”

“어쩌라고. 내 말에 불만 가진놈은 과장자리 가질 자격 없어. 능력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많아. 뭐 과장이 아니면 여기 있을 수도 없겠네. 끌고 가.”

어디선가 경호원들이 나오더니 윤과장, 아니 전 윤과장을 데리고 나가기 시작했다. 쫓겨나는 전 윤과장의 애절한 외침은 어느새 끊어졌고 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조용히 속삭였다.

“정의니 뭐니. 다 개나 줘버려. 여기는 내 왕국이니까 내 맘대로 할거야.”

만약 손진솔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아주 중2병 환자구나’ 싶었겠지만 곤히 잠들어있으니 어쩔 수 없다. 뭐, 회장의 이런 성격을 손진솔은 다시는 못 볼 것 같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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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내 방이었다. 간만에 밖으로 나갔는데 5분도 채 안되서 들어왔으니… 후회가 파도마냥 밀려왔다. 으아아아!! 나 여기 또 갇혀있어야 돼?!

“아이는 잘 있는가?”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아빠다! 그 팔불출이라면 나를 여기서 내보내 줄거야!

“으아아아앙!!”

이야, 나 배우해도 될 듯? 아주 쉽게 터져나오는 눈물에 회장아빠는 쳐들어왔고(?) 나를 조심히 안아 들었다.

“옳지 옳지…”

“회장님 애를 꽤 잘 안으시네요? 배우셨어요?”

정곡에 찔렸는지 흠칫하는게 느껴졌다. 이 기특한 녀석… 나를 위해 배우다니!

“크흠… 그보다 얘는 왜 우는거지?”

“글쎄요? 아가씨, 왜 울어요?”

순이는 내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감사해야한다. 애한테 그렇게 물어보면 대답을 하겠냐? 하지만 난 알맹이가 고딩인 3개월차 아기. 그러니 어떻게든 대답은 해드리지.

“응! 응! 에에!”

겨우 옹알이 였지만 손가락은 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눈치 빠른 회장은 내가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눈치 제로인 순이는…

“뭐지? 나보고 나가라는 건가?”

순이야, 너의 눈치밥 제로는 참으로 감탄할만하구나…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건…”

“난 흙 먹고 컸는데 멀쩡하다.”

으잉? 귀공자같이 생긴 분이 재벌 2세가 아니라고? 그럼 내가 재벌 2세야? (철썩같이 돈많은 할아버지 때문에 회장아빠가 싸X지가 없는것이라고 생각함). 그래도 흙 먹고 자란 아빠 덕에 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나가는 것도 집앞에 정원뿐이었지만… 오랜만에 맡는 풀냄새와 흙냄새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회장아빠는…

“어이구, 기분 좋아요 우리 딸?”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른 인격을 내보냈다. 진짜 만화였으면 주위에 밝은 노란색 오오라에 분홍색 꽃들이 나풀나풀 거릴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정색하면 안되기 때문에 더욱 밝게 웃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여보…?”

엄마 등장 (빠바바밤!!! ←운명!)

예고-
언제나 차가운 이미지였던 회장아빠는 팔불출인 모습을 엄마에게 들키고 만다.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다시 시간을 흘러흘러 어느덧 이가 나기 시작한 진솔! 으… 잇몸이 간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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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9 15:52 | 조회 : 2,149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헤헷... 잘 봐주시고! 오타지적 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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