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나 금수저니? 진심? 레알?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왠 낯선 여자였다. 병원복인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응? 올려다본다고?

“아이고 우리 귀여운 아가!”

어디서 늙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움직일 수가 없다! 뭔가 나를 꽁꽁 싸매고 있었고 겨우겨우 손을 밖으로 내밀었지만 엄청 추운 느낌에 다시 쏙 집어넣었다. 나… 혹시 북극으로 환생한 건가? 잠깐, 환생? 내가 그걸 어떻게 알지? 뭐야, 나 왜 전생이 기억나는 거야??

“흐음, 급하게 처리하느라 기억 지우는 걸 깜빡 했네? 미안, 내 실.수!”

({}← 이 표시는 애기가 저승사자한테 말할 때 씁니다!)

{전혀 미안한 것 같지 않다! 근데 나 진짜 환생한 거야? 나 지금 갓난아기야?}

“응, 넌 내가 이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이로 다시 환생시킨 거야. 갓난아기 맞고.”

{아악! 조금 있으면 수능이었는데!! 내가 하루에 3시간 밖에 안 자면서 준비했는데! 억울해 진짜!}

“억울하면 다시 죽던가? 아참, 너 일찍 죽으면 나도 죽는구나. 아무튼 종종 들리면서 감시할 테니까. 어엇! 저쪽에 지우피X츄가!!”

야, 야! 어딜 가는 거야! 지금 그까짓 피카X 잡는다고 날 여기 두고 가는 거야? 그때 몸이 붕 뜨는듯한 느낌이 들더니 어떤 할머니가 나를 들고 나간다! 으에 엄마!!

“우….흐에엥!!”

“아이고 엄마랑 떨어지니까 슬퍼요?”

난 지금 이 붕 뜨는듯한 느낌이 싫단 말이야! 나 좀 어디 내려놔! 무섭다고!

“그럼 엄마랑 조금 더 있어라, 알았지?”

엄마고 뭐고 나 좀 내려달라고! 할머니는 이내 나를 다시 엄마의 품으로 내려놓았고 나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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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희 이만 퇴원할게요. 집에 가서 쉬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퇴원수속은 내려가서 하시면 됩니다.”

물론 엄마(이번 생의 엄마니까)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딱 보기에도 힘들어 보였는데도 이렇게 퇴원하는 이유는 바로 아빠 때문이다. 어제는 코빼기도 안 비춘 이번 생의 아빠는 저번에 티브이에서 본 아주 유명한 대기업의 회장이다. 하지만 아까 이야기를 엿들었을 때 그가 한말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병원에 너무 오래있으면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해. 오늘 오후 내로 퇴원수속 밟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와… 진짜 차도남이었다. 장난 아니게. 진짜 찬바람이 쌩쌩 부는 듯한 느낌은 말로 못할 정도였다. 내가 아기라서 꽁꽁 싸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진 듯한?

“임기사 대기하라고 해놨으니까 먼저 차에 타있어. 난 나중에 내 차로 갈 테니까.”

흐에! 세상에나 만상에나. 지 개인차도 있는 거임? 나랑 엄마가 탈 차 따로, 그리고 지가 탈 차 따로? 와 나 제대로 금수저 물고 태어났네. 하지만 난 내 금수저 생활에 너무 감탄하느라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종희의 죽음에 슬퍼할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사모님 어서 타시죠. 날이 춥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문을 열어줬고 나는 작은 침대 비스구리한 거에 누운 채 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이내 차는 멈추었고 나는 누군가에 의해 다시 붕 뜨게 되었다. 뭐 보나마나 엄마겠지 하는 생각에 눈을 떴는데 내 눈에 비친 건 기사 아저씨였다.

‘으아 깜짝이야!!’

“으아아앙!!!”

너무 놀란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애가 되면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건가? 나 원래는 잘 안 우는데? 아무튼 이 아저씨는 놀랐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이리 주세요. 제가 안을게요.”

“아닙니다. 사모님 어제 출산하셨는데 쉬셔야죠.”

“제가 이래 봐도 학교 다닐 때는 육상부였어요. 이 정도는 거뜬해요.”

육상부 출신인 엄마는 이내 나를 들었고 난 왠지 모를 안도감에 울음을 그쳤다.

“자, 아가. 여기가 우리 집이란다.”

힘겹게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인 건 진짜 나를 놀라게 했다. 무슨 드라마 상X자들에서 나오는 이민X 집마냥 삐까뻔쩍한 것들이 잔뜩 이었다. 넓은 잔디밭하며, 무슨 성마냥 큰 집하며, 전부 진짜 갑부들만 사는 곳에 있는 것들이었다.

“사모님 안녕하십니까?”

한쪽에는 메이드복을 입은 가정도우미들이, 그리고 반대쪽에는 검은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경호원들이 쫘악 서 있었다. 나 진짜 공주 된거니?!

“너 운도 좋다. 환생했는데 부잣집 아가씨라니… 나한테 고맙다고 해라?”

{웃기고 있네? 멀쩡한 사람 실.수.로 죽인 주제에… 이 정도는 기본 아니냐?}

“야, 부잣집 아가씨로 태어날 확률이 얼마나 적은 줄 아냐? 1억명 중 한 명 태어날 확률이라고!”

{뉘에 뉘에~ 그랬어요?}

“어휴! 영혼이 아니라서 때릴 수도 없고…”

{그러게 니가 일 처리를 제대로 했어야지. 사람 일찍 죽게 만들고 기억도 안지우고. 난 애초에 왜 사고를 당한 거야?}

“원래 그 사고로 넌 하반신 마비로 쭉 살다가 죽는 거였어. 차 운전사의 브레이크가 생각보다 일찍 고장 나서 문제였지만… 어? 저기 니가 아는 사람 온다. 그래도 내가 특별히 외롭지 말라고 여기 지원하게 한 거야. 잘해봐?”

내가 아는 사람?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는 안보였지만 곧 내 쪽으로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기의 유모는 구했나요?”

“예. 여기…”

유모라는 사람을 딱 쳐다본 순간 누군지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바로 내가 한종희였을 때 나의 베프였던 순이였다!

“젊은 친구네요? 근데 어쩌다가 지원한 거죠?”

“돈 보고요.”

이야, 역시 솔직함은 변함없이 그대로구나 친구야 (참고: 안본지는 하루밖에 안됐음).

“역시 그런 건가요… 돈 벌어서 어디에 쓰려고요?”

“친구 장례비용이요.”

“어머, 미안해요.”

“괜찮아요. 나쁜 기집애… 죽어도 싸다!”

“워, 워. 너무 심한데?”

{그냥 가만히 있어라?}

주제도 모르고 나불대는 놈 때문에 머리에 빠직 마크가 붙은 나는 순이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 말 말아요. 그래도 장례비용까지 지불할 정도면 좋은 친구인가 보죠?”

“그 친구가 살아있을 때 제가 빚을 많이 졌어요...”

“뭐 아무튼 우리 아기 잘 부탁해요. 애기 이름은 손진솔이에요.”

“네, 그럼.”

나를 받아 든 순이는 이내 돌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에잇 나쁜 년…하면서 나는 순이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때 갑자기 순이가 울기 시작한 건 나도 예상 못한 전개였다.

“흐윽… 나쁜 기집애… 그렇게 가버리냐? 니 동생은 어쩌고… 나는 어쩌고?”

미안하다.. 누구 때문에 생각보다 일찍 죽어버려서. 그래도 우리 가족 좀 부탁한다. 물론 순이에게 들릴 일은 없었겠지만 난 그냥 속으로 말했다. 순이는 나를 살포시 안고 내가 잠이 들 때까지 안아주었다. 그렇게 손진솔으로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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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7 21:27 | 조회 : 2,147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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