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부터 죽는 여주. 좀 이상한가?

환생했더니 남동생의 여자친구가 되었다?

[지금 온 가족이 다 모여있어. 너도 빨리 와라?]

“알았어 아빠.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갈게. 응. 응. 끊어.”

19세. 고3이다. 수능 준비하느라고 바쁜 내가 지금 병원에 가는 이유는 우리 금실 좋은 부모님께서 결혼 20주년 기념을 위해 하와이로 여행을 갔다가 늦둥이를 갖게 되셨기 때문이다. 무려 2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이 동생이 남자라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조금 실망했다. 나는 귀여운 여동생이 갖고 싶었단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부모님은 집안에 남자아이가 태어났다고, 경사라고 하시면서 기뻐하셨다. 우리 아빠가 4대 독자셨기 때문에 이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5대독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흐음~ 흠 흠~ 흠~”

그래도 동생이 생겨서 기쁜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동생 만날 생각에 기뻐서 조금 빨리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억울하다.

[빠아아아앙!! 빵! 빠아아앙!]

난 신호를 보고 갔고 손까지 들으면서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빠아아앙!! 쾅!]

왜 다 건너와서 차에 치이냔 말이야?!?!?!

“어머 어머, 어떻게! 사람이 치였나 봐!”

“누가 119좀 불러줘요! 빨리요!”

“꺄아악! 자기야 저기 좀 봐!”

사람들의 말소리와 비명소리 때문에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나는 겨우겨우 의식만 잡은 채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사…살려…”

“학생, 조금만 참아. 이 근처에 병원이 있다니까 아마도 거기서 올 거야.”

왠 아저씨가 119를 불렀는지 나를 안심시키려 하고 있었다. 아…… 근처 병원이면 ㅇㅇ병원 밖에 없는데… 엄마가 또 잔소리 하시겠네… 아, 아직 쉬고 계시려나?

“학생! 지금 119왔어요. 조금만 더 버텨!”

사람들은 나를 들것에 올리고 재빨리 구급차 안에 태웠다. 구급차의 천장에 있는 하얀 불을 보자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아, 나 이제 죽는 건가? 아직 순이한테 미안하다고 못했는데…… 동생 선물도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했는데… 엄마 아빠한테 효도도 못했는데… 동..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도 못했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무심한 119대원 아저씨는

“학생, 울지 마요. 곧 병원 도착하니까 괜찮을 거에요.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아니, 아프긴 아프지만 아파서 우는 건 아니라고!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진짜 얼마 안 돼서 병원에 도착했다.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던 나는 눈 앞에 의사들이 보이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고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다. 영화에서만 보던 것들이 내 눈앞에 왔다 갔다 해댔고 옆에서 길게 울려 퍼지는 기계음도 들렸다. 서서히 눈은 감겨왔고 급해진 의사들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선생님 어레스트에요!”

“젠장… 빨리 기계 준비해! 넌 그 동안 CPR하고!”

의사선생님의 신호와 함께 가슴에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은 떠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내가 죽겠구나 하고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눈이 확 떠지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벌떡 일어났다. 내 눈에 보인 건 땀을 닦으는 의사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들리는 것은 길게 울려 퍼지는 기계음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상처투성이인 나의 몸. 정확히 말하면 시체였다.
.
.
.
.
.
“어이. 정신차려. 야. 야. 일어나라고 쫌.”

“으음… 엄마 오늘 일요일이야…”

“아놔… 야! 너 죽었다고!”

“으아! 잘못했어요! 오늘 사실 금요일인데! …어? 누구세요?”

조금 낯이 익은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검은색 한복과 갓을 쓰고 있었고 꼭 드라마에 나오는…

“저승사자다! 그쵸? 저승사자죠?”

“그래, 저승사자 처음 보냐? 아 맞다, 처음 보겠구나.”

“우와 진짜 신기하다! 근데… 아저씨 우리 반에 있는 애랑 똑같이 생겼어요! 어… 그 누구였더라?”

“진우진. 안경 쓰던.”

“맞아요! 걔가 존재감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네… 근데 아저씨는 진우진 어떻게 알아요?”

“내가 걔였거든.”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가만히 있었다.

“에?”

“내가 진우진이었어. 너네 학교에 곧 죽을 사람 있어서 감시하고 있었거든.”

“에에에???!!!”

진우진이 이렇게 잘생긴 훈남이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잘해볼걸!! 그리고 진우진이 이 저승사자 인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해줬을 텐데! 내가 친구 안 해줘서 분명히 날 제일 안 좋은 지옥에 던져 넣을 거야!

“저기…… 혹시 내가 그 죽을 사람?”

“안타깝게도 아니야.”

아니 안타까운 건 또 뭐야!

“넌 명부상 정확히 115살이 될때까지 살아야 돼. 근데 우리 쪽 실수로 일찍 죽은 거고…”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거에요?”

“뭐, 네가 시간보다 일찍 죽었다는 걸 그 망할 할애비가 알면 내 목을 날아가는 거니까.”

아니, 날아간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하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쩌긴, 널 환생시켜야지.”

“예? 절.. 뭐요?”

“환생시킨다고. 그것도 지금 당장. 그리고.. 어디 보자 115 빼기 19가 뭐냐?”

“음…96?”

“그래. 넌 이제 다시 태어나서 96살이 될때까지 사는 거야. 오키?”

“그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뭐 한두 번도 아닌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아차. 넌 인간이니까 몰랐겠네.”

제발 내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은 그만 버리라고!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었어……

“자. 그럼 96년뒤에 보자고. 안녕!”

“자.. 잠깐만!”

“응~ 아니야~”

이렇게 막무가내로 보내버리는 게 어디 있어 이 망할 놈아!!!!!!!!!!!!!!!!!!

0
이번 화 신고 2017-07-14 22:50 | 조회 : 2,587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이런 장르는 처음이네요... 안녕하세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