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이후에는 평화로운 날 들이 이어졌다. 배구 연습이 끝나면 우카이의 손에 이끌려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주말 역시 아르바이트는 이어졌다. 우카이는 대마를 배달할 때 만큼은 아니지만 이렇게 까지 돈을 많이 줘도 괜찮나 생각이 들만큼 돈을 많이 챙겨줬고, 히나타는 우카이에게 처음에는 너무 많다며 돈을 돌려주려 했지만 일을 했으면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우카이의 호통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대신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우카이에게 칭찬을 받았다.

시간이 생길 때 마다 히나타는 스즈키 형사와 자주 만났다. 히나타는 자신이 퇴원하면 바로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스즈키의 선배 형사의 말을 떠올려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었다.

스즈키는 일단 그 조직에서 히나타를 노리고 있으니 위험하지만 히나타를 이용해서 그 조직의 뒤를 칠 생각이라고 했다. 조직이 검거 되면 그 때 같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했고 결과와 이유가 어찌되었든 히나타가 마약을 운반한 것과 경찰의 총을 멋대로 가져가서 사람에게 사격을 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큰 죄이기 때문에 그 건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언제 히나타에게 위협을 할 지 모르니 어떤 경우라도 혼자 다니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았고 티 안나게 사복 경찰들이 히나타를 엄호할 것이니 너무 불안해 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히나타는 계속 긴장을 하며 지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이제 자신을 잊은건가 이제 난 자유의 몸인가 싶어서 슬슬 긴장의 끈을 놓으려 하고 있었다.
히나타가 가끔씩 이테루에게 '이제 그 사람들 나 잊은거 같아! 포기한건가? 완전 좋은데?' 라는 헛소리를 할 때 마다 형사인 형을 두고 자신의 목표역시 경찰인 이테루가 히나타의 뒤통수를 내려치며 긴장 놓지 말라고 범인이 잡힐 때 까지는 절대 끝난게 아니라며 쓴소리를 했다.

어제는 엄마와 나츠랑 통화도 했다. 아버지가 곧 돌아오실 수 있을거라는 소식이었다. 그 전화를 받고 히나타는 그 동안의 고생이 이제야 끝날것 같아 이테루를 붙잡고 기쁜마음에 엉엉 울었고 이테루도 잘 됐다며, 고생 많았다며 같이 울어주었다. 가족들과 헤어진지 이제 거의 두 달 정도가 되려 한다. 계절도 이제 여름에 접어들었다.


"아 덥다 더워~!!"

촤악!

"으악!!"
"왜? 덥다며?"

아침 연습을 마치고 덥다고 투덜거리며 교실로 돌아가고 있는데 마침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있던 츠키시마가 덥다고 외치는 히나타에게 물을 뿌렸다. 히나타는 성질을 내며 츠키시마에게 덤볐지만 신장의 차이는 뛰어넘지 못했다. 결국 히나타는 츠키시마에 의해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채 교실로 돌아갔다. 히나타가 배구부에 다시 복귀한 뒤로 츠키시마는 하루에 한번 꼴로 히나타를 놀리거나 장난을 치면서 지나갔다. 나름의 반갑다는 표시이겠지만 당하는 자신은 열받고 또 열받는다.

지난 주에는 세이죠와의 연습시합도 했다. 카라스노가 연습시합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체욱관으로 찾아와서 이제 다 해결된거냐며 다친데는 없냐며 히나타를 이리 주물 저리 주물 하면서 히나타를 놓지 않았다. 결국 다이치가 나서서 히나타를 구출해오기도 했다. 스가가 둘에게 다가가서 무언 갈 얘기하는 걸 보니 아마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도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걸 깨닫고 여기저기 걱정을 끼쳤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입맛이 썼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등교를 하려는데 이테루가 오늘은 왠일인지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미안하다는 이테루를 뒤로하고 어쩔 수 없이 히나타는 괜찮다며 혼자서 등교를 했다. 항상 둘이서 등교를 하다가 혼자서 이른 새벽에 학교에 가려니 괜히 무서워졌다. 히나타는 주변을 살폈지만 몇몇 보이던 경찰들도 오늘따라 안보였다.

"아 오늘은 늦으면 안돼는데..."

히나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오늘은 다른학교와 연습시합이 있어서 아침연습에도 절대로 늦으면 안된다는 주장의 말을 떠올리고 자전거의 손잡이를 꽉 잡고 페달에 발을 올렸다.

"오랜만이네 히나타 쇼요."
"..다..당신이 어떻게!"

히나타는 긴장 한 손의 땀을 닦는 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내었다.

"말하지 않았나? 너에 대한 신상을 다 파악해 두었다고."
"난 당신들을 따라가지 않을거야."
"그건 니 생각일 뿐이고.. 잘도 배구를 다시 시작했더군. 배신하고 나온 너를 다시 받아주다니 그 사람들도 참 멍청하네."
"내 동료들을 욕하지마!"
"동료? 웃기는 군 너는 이제 동료 따위 없어. 있다면 우리들이 너의 동료겠지?
같이 운동 몇번 한 사람들하고 같이 일한 사람들하곤 다르거든."
"아니야 그 사람들 하고 너희들하고 같은 취급하지마"
"아...이래서 내가 애들은 싫다고 했는데...야."

순간 남자의 얼굴이 180도 변했다. 원래도 충분히 위협이 됐는데 지금은 자신을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다는 듯이.

"니 놈이 혼자 다닐 때를 기다렸지. 빌어먹을..너 때문에 시간을 얼마나 버렸는지 알아?"

남자는 말 한마디한마디 할때 마다 한발 한발 히나타에게 다가왔고 히나타는 뒤로 물러났다. 히나타의 등은 이내 벽에 닿았고 남자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히나타의 얼굴에 꽂았지만 히나타가 조금 빨랐다. 히나타는 몸을 숙여서 간신히 옆으로 빠져나왔고 남자의 주먹은 히나타의 얼굴이 있던 자리의 벽에 박혔다.

"으윽..빌어먹을 꼬마녀석.."
"난..! 당신들을 따라 가지 않을거야!"

간신히 남자의 위협에서 벗어난 히나타는 뒷 걸음질을 치며 자전거로 향했고 자신을 위협하는 남자를 신경쓰느라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다른 남자를 미쳐 발견하지 못했다.

퍽-

히나타의 뒤통수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고 히나타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여보세요? 형?"
"이테루! 히나타 어디있어!!"
"뭐?"
"히나타 어디있냐고!"
"오늘 먼저 학교....설마.."
"히나타가 사라졌어. 지난번에 히나타한테 경찰들하고 같이 쓰는 통신기를 줬는데 갑자기 히나타의 목소리가 안들려..아무래도 그 남자 한테 당한거 같아"
"하....."

방금 교실에 도착한 이테루는 전화에서 울려퍼지는 급박한 형의 목소리에 아침의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깟 아침 잠이 뭐라고 친구를 혼자 보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히나타에게 절대 방심하지 말라며 소리소리 질렀던 주제에 제일 먼저 방심하고 혼자 학교를 보내다니..

"미안해 형.."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어. 그래도 GPS 신호는 잡히니까 우리 팀들하고 추적해볼게. 하.."
"형 나는 히나타 선배들한테 애기할게"
"안돼 위험하단 말이야."
"그래도 그 선배들 덕분에 범인들 단서 잡은거 아니야?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지!"
"알겠어 부탁한다. 이테루"

이테루는 전화를 끊자 마자 3학년 교실로 달려갔다. 일단 그 회색머리 선배 스가와라 선배라고 했던가 그 선배 부터 찾자.

"어? 너는.."
"스...스가와라 선배!! 히나타..!! 히나타가!!"
"다이치랑 아사히 불러올게."

이테루는 순식간에 3학년을 모아서 스즈키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나타의 위치는 조금 떨어진 세이죠 근처의 폐 공장이었다.

다이치, 스가, 아사히, 이테루는 수업이고 뭐고 망설임 없이 교문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

"으으..."
"얘가 신입이야?"
"야! 정신차렸으면 얼른 일어나!"

낯선 남자는 히나타를 냅다 걷어 찼다.
히나타는 갑자기 맞은 배의 통증 때문에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고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껄껄 대며 웃었다.

"적당히 해 보스가 눈여겨 보고 있는 놈이라고."
"뭐야 낙하산이야?"
"재수없는 놈이네 이거?"
"그래도 친구들 다 배신하고 여기 들어 온 놈이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난..배신..하지 않았어."
"뭐?"
"난 배신하지..않았다고.."
"하~ 이게 선배한테 따박따박!"

남자는 아까보다 더 강한 힘으로 히나타의 배를 걷어찼고 히나타는 살면서 처음으로 피를 토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자주 보면서 엄청 아프겠다 했는데 아픈 수준이 아니라 오늘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쿨럭!"

피를 토하는 히나타를 그냥 버려두고 다른 사람들은 담배나 피러가자며 밖으로 나갔지만 히나타가 알고 있는 그 남자가 잠시 기다리라며 히나타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이 녀석도 우리 식군데 신고식은 해야지."
"미성년자 잖아 위험하지 않을까?"
"넌 그럼 어른되서 들어왔냐?"
"하긴 큭큭. 야 기분 좋아질거다 씁! 하고 들이켜 봐"

남자는 히나타의 입에 억지로 담배같이 생긴 것을 들이밀었다. 아마 자신이 배달 했던 대마초일 것이다. 히나타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겠다는듯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참다 못한 히나타의 배를 걷어찼던 남자가 '거 애새끼 말 한번 더럽게 안듣네' 라며 히나타의 볼을 잡아서 억지로 입을 열게 했다. 억지로 대마를 물게 하고 잠시 남자가 코를 막았다가 히나타가 숨을 쉬려 할 때 코를 놓아주었다. 히나타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연기를 마셔 버렸다.

"커헉!! 콜록 콜록!"

심하게 기침을 해대는 히나타를 보며 남자들을 재밌다는 듯이 자기들끼리 깔깔 웃더니 히나타의 입에 다시 담배를 물려주고는 돌아올때 까지 다 피우라며 히나타를 혼자 남겨두고 창고밖을 나갔다. 히나타가 못 도망가게 문까지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윽...퉤-!"

히나타는 남자들이 나가자 마자 대마를 퉤 하고 뱉었고 입안에 남아있는 피와 대마 냄새가 베어버린 침도 뱉었다.

[히나타! 히나타! 내 말 들려?]
"하아..스즈키형?"
[그래 나야 무슨일이야! 괜찮은거야?]
"네..하하..죄송해요 사고처버렸네요 저.."
[걱정마 조금만 버텨줘 히나타 알았지? 우리가 그쪽으로 가니까 제발 버텨!!]
"네. 형. 빨리오세요."

끼익 하는 기분 나쁘게 큰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사이로 들어오는 남자들을 노려보며 히나타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얼마든지 버텨주겠다. 모두가 도착하면 당신들은 이제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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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6 19:31 | 조회 : 3,42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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