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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일어났다! 이제 정신이 들어?"
"히나타 왜 울어!!"
"히나타 정신차려 응?"

히나타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다시 병실에 돌아온 걸 알았다. 처음엔 자신이 사람을 죽인게 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총에 맞은 팔의 감각은 너무 생생하게 아파와서 이건 현실이라는 자각을 하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눈앞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스즈키와 3학년 선배들을 보자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아 다시 눈을 질끈 감고 울기만 했다. 눈을 마주치면 지난 밤 자신이 한 일을 들킬 것 같았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자신을 버릴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이 사람들을 바라 볼 자신이 없었다.

"진정해봐. 히나타 응? 미안해 내가 계속 지켜줬어야 했는데.."
"눈 떠 히나타 괜찮으니까 응?"
"히나타!"
"히나타!"

히나타는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지 아픈 팔을 억지로 움직여 귀를 막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다 알아 히나타.."

멈칫

스가의 말에 히나타는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아직 눈을 뜨지는 않았다. 저 부드러운 목소리에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건 자신을 경멸하는 눈이보이면 어쩌지? 눈을 뜨기 두렵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듣고 싶지 않다. 그냥 지금은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자꾸만 눈앞에 보이듯이 떠오르는 피를 튀기며 쓰러지는 남자의 모습을 빨리 지워버리고 싶다.

히나타가 잠시 멈칫한 틈을 놓치지 않고 스즈키가 히나타의 두 손을 잡고 귀에서 손을 떼어 놓아 히나타의 무릎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히나타가 귀를 막지 않도록 두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눈 떠봐. 히나타 눈을 봐야 얘기를 하지.."

애원 섞인 다이치의 목소리에 눈을 뜰까도 했지만 역시 무섭다. 아사히와 스가도 계속 제발 눈을 떠달라고 애기했지만 히나타는 꿋꿋이 눈을 감고 있었다. 입도 닫고 절대 대화를 하기 싫다는 의지는 보였다.

"히나타. 어제 여기에 누가 데리고 왔을거 같아?"

참다 못한 스즈지가 입을 열었다. 역시 화난거다. 사람을 죽여버린 자신한테 화가 난게 분명하다. 히나타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스가가 히나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다 들었어 히나타..어제 옥상에서 큰 일 있었다고.."
"적어도 여기에는 널 원망할 사람 없어. 알잖아 히나타 응?"
"이제 눈 뜨고 우리를 봐줘 히나타. 겁낼거 없어."

스가, 아사히, 다이치가 순서 대로 말을 했다. 히나타는 망설이고 있었다. 어제 일을 다 알았는데 왜 자신을 피하지 않는 거냐며 묻고 싶다. 내가 언제 미쳐서 당신들을 죽일지 아냐고 묻고 싶다. 그리고 왜 눈물이 나게 목소리는 따뜻하고 난리인지.

"흐흑..."

"잘했어 히나타."

눈을 뜬 히나타의 앞에는 같이 울고 있는 스가와 아사히, 그리고 주장의 따뜻한 웃음 이었다. 스즈키도 마찬가지로 웃고 있었다.

"왜...날 안 피해요? 난..살인자라구요 내가...내가 사람을 죽였다구요! 내가 언제 미쳐서 선배님들이랑 형을 언제 죽일지 알고!!"

짝-!

볼에 따끔하니 아픔이 전해져 왔다. 엄한 표정의 다이치가 보였는데 엄한 표정과 달리 눈은 엄청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다이치의 눈을 본 순간 히나타는 정신이 번쩍들었다. 히나타는 지금 저들한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걸 깨닳았다.

"아..죄송..해요.."
"그래. 알면 그만해 일부러 상처 받으려고 하지마."

다행히 다이치의 목소리는 평소같이 온화했다. 곧바로 스즈키가 말을 이었다.

"자, 일단 진정하고 들어봐. 어제 히나타가 멋대로 사라져서 찾고 있는데 옥상 에서 총소리가 들렸어 3번이나. 그래서 옥상으로 뛰어가 봤더니 니가 피를 흘리면서 울고 있었어. 건너편에 있던 남자는 겨우 목숨을 건져서 지금 다른 병실에서 치료 받고 있어. 그 쪽에도 우리 동료들이 24시간 경비서고 있어서 너한테 뭘 하지도 못할거야. 그리고 히나타."

스즈키는 조금 쾌활한 듯이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진지한 목소리로 히나타를 보았다.

"왜 도와달라고 안한거야.."
"..정말...안..죽었어요??"
"그래 히나타! 그러니까 이제 정신차리고 스즈키 형사님 한테 사과해."
"형...죄송해요 정말.."

히나타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며 스즈키에게 사과했고, 스즈키는 그런 히나타를 웃으면서 안아주며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이게 마지막으로 우는 것이길 바라면서.

"큰 일 해줬어 히나타 다행히 그 남자가 의식을 찾고 나서 자백 해줬거든. 널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대. 저렇게 작은애가 자기네들 같이 큰 조직에 맞서 겠다는 각오를 보니까 마음이 움직이더래 그리고 자기도 너 처럼 바르게 살고 싶다고 하더라..덕분에 조직의 정체도 알았고, 지금 경찰들이 비밀리에 동원되어서 수색하고 있는 중이야. 그래도 안심은 하지마 언젠가는 또 잡힐수도 있으니까"
"다행이네요.."

히나타는 정말로 안심이 되었는지 침대에 몸을 기대며 스르르 녹아내렸다. 아직은 몸에서 피가 모자라는지 자꾸 눈이 감겨왔다.

"히나타 졸려?"
"네..하하.."

갑작스런 사고로 히나타의 입원 기간이 더 길어져서 히나타가 퇴원을 했을 때는 어느새 2주가 다 지나고 있었다. 팔은 아직 아프긴 하지만 다행히 일상 생활 하는데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배구를 다시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의사는 웃으면서 당연하다고 했다.

"오 히나타 왔냐?"
"다쳤었다며?"
"이제 괜찮다!!"
"아니야 히나타 안괜찮아!!"
"응?"
"너 머리에 뚜껑 생겼어!!ㅋㅋㅋㅋㅋㅋ"
"으악!!!"

히나타는 친한 여자아이가 놀리자 황급히 정수리 부분을 가렸다. 이와이즈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머리 안 어울리니까 다시 머리 색 돌려놔."

히나타는 씩씩 거리면서 오늘 바로 다시 주황색으로 염색하리라고 다집을 했다. 반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는데 선생님이 들어온 후에야 자리에 돌아가 앉을 수 있었다. 아침 조회 시간 후 담임 선생님은 히나타를 조용히 불러내서 그 동안 결석한 일 수도 있어서 출석일수가 아슬아슬 하니 당분간은 정상 수업을 마치고 가라고 해서 히나타는 잠시지만 평소와 같은 생활로 돌아가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빚도, 그 남자도, 조직도, 엄마와 나츠도 히나타 앞에 놓여 있는 여러 문제들 중 아무것도 해결된건 없지만 히나타는 병원에 있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닳아서 그런지 얼마전과 다르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방과 후 히나타는 오랜만에 이테루와 같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자꾸 체육관 쪽을 쳐다보는 히나타를 보더니 이테루가 잠깐 체육관 쪽으로 돌아가볼까 라고 물어봤다. 히나타는 잠시 생각하더니 시원하게 웃으며 응! 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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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5 01:03 | 조회 : 3,45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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