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카라스노의 3학년 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익숙한 그림자를 보았다.

"오이키와랑 이와이즈미네?"
"야호. 기다렸어."
"무슨일이야?"
"너네 치비에 대해서 물어 볼게 있어서."

다섯 사람은 근처 카페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치비짱 지금 위협 받고 있는거 맞지?"
"그걸 어떻게....."
"오이카와 이 놈 평소엔 멍청해도 머리는 꽤 좋거든."
"이와짱!"
"..맞아 히나타를 자기네들 조직원으로 쓰려고 하고 있어."
"그러면 아까봤던 그 형은 형사겠네?"
"아직 신고한건 비밀이니까 어디에 말하지 말고."
"어쩐지 대화가 부자연스럽더라니..병실에 엿들을 말한 사람이라도 있는건가?"
"도청장치가 있어."
"역시나."
"뭐 히나타는 이제 곧 퇴원할거니까 우리가 지켜줄거야. 걱정 안해도 괜찮아."
"도대체 뭘 믿고? 아까 이상한 남자 못 봤어? 기분 나쁘게 너네 꼬맹이 보고 웃고 있었다고. 게다가 그 꼬맹이 얼굴도 하얗게 질려서 굳어있던데"
"언제든지 치비짱을 데려갈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혹시 인상착의 기억나?!"
"물론."

3학년들은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카페에서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점원이 조금씩 눈치를 주기 시작하고 있었고, 가끔씩 들리는 이상한 단어 때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관심을 두고 있는 듯 했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 분명했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의자에서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우리도 도울게. 그걸 하지 않았다는 건 정말 다행이네."
"위험한 일이야. 그리고 히나타를 구해줬는데 또 위험한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는.."
"어차피 우리는 얼굴 들켰어. 히나타가 다친게 그 사람들 짓이라면 치비짱이랑 구급차 같이 타는 거 분명 봤을거야."
"설마 우리가 너희들한테 졌다고 해서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도 도와줄게."
".."
"결정 된거지? 이제 그만 일어나자."

웃고는 있지만 사뭇 진지하게 말을 하는 오이카와에게 감히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를 느꼈다.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는 틈에 이와이즈미가 마무리를 해버렸다. 기어이 히나타를 구할 인원이 또 늘어났다. 그 조직에 대적할 사람이 많아질 수록 우리 쪽이 유리해지니 좋긴하겠지만 그 만큼 우리쪽에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었기에 마냥 기뻐할수는 없는 카라스노 3학년 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히나타를 구하자며 3학년 들은 다시한번 전의를 다졌다.


**


'똑똑.'

히나타는 잡에 들지 못하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어떻게든 자볼려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갑자기 히나타만이 들릴만한 작은 노크소리가 들려왔지만 히나타는 놀라지 않았다. 어렴풋이 문 밖에 있을 그 남자 자신을 다시 찾아 올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나타는 잠에 든척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장난하지 말라는 듯이 조금 더 크게 또 한번 들려왔다. 그래도 히나타는 자는 척을 했다.

'드르륵'

참다 못했는지 결국에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히나타는 공포영화에서 보았던 주인공의 침대로 귀신이 다가오는 그 공포를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온몸을 옭아매는듯한 숨막히는 공포였다. 히나타는 아무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꽉 움켜 쥐고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길 바랬다.

"자는 척도 정도 껏 해야지. 내가 이 사람하고 마주치길 원하는 건가? 어릴 때 부터 꽤나 친했던 형 같은데 이 사람부터 너한테서 없애주면 되겠어?"
"........"
"그래 말을 잘 들어야지. 내일 퇴원한다고 들었어. 이제 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자고. 학교는 보내줄게. 적어도 고졸은 되야지. 안그래? 그럼 이만."

남자는 여유롭게 병실을 나섰고 히나타는 그제서야 참아 온 숨을 내쉬었다.

"후..."

히나타는 잠들어 있는 스즈키를 내려다 보았다. 벌써 스즈키가 표적이 되었다. 아마 저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거나 방해가 되었던 사람들을 망설임 없이 제거해왔을것이다. 히나타도 마찬가지로 방해가 되거나 배신을 한다면 산산조각이 나서 어느 바다에 뿌려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기껏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한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기 싫어서 겨우겨우 스가와라 한테 털어 놓았는데 자신이 우려한 일이 현실로 닥쳐서 끝도 없이 큰 벽이 되어 히나타를 가로 막는 것 같았다.

"이대론 안돼..내가 지킬거야.."

히나타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갔다. 조용히 문을 열고 건너 편 건물을 쳐다 보았다. 정말로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기다란 총으로 어딘가를 미동도 없이 어딘가를 겨누고 있었다. 아마 자신의 병실을 노리고 있겠지.

히나타는 아까 스즈키의 주머니에서 몰래 챙겨온 총을 꺼냈다. 처음으로 만져본 총의 느낌은 너무 차갑고 생각보다 무거웠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비비탄 총과는 무게 부터 달랐다. 손이 덜덜 떨리고 총에서 총알이 빠져나와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환상같은게 보였다. 히나타는 고개를 좌우로 몇번 저어서 정신을 가다듬고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사격 방법을 떠올렸다. 두 가지 가늠쇠를 교차시켜 표적에 맞추고 표적이 살짝 위로 되게 끔 해서...

'탕-!!'

명중일까? 히나타는 자기가 총을 쏴놓고 자기가 놀라서 주저 앉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경찰들이 가지고 다는 총의 첫 발은 범인을 심리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공포탄임을 히나타는 간과하고 있었다.

'탕-!!'
"으윽!!"

이번에는 건너편에서 총성이 들렸고 히나타의 오른팔을 명중했다. 히나타는 비틀거리며 급히 옥상에 있는 작은 구조물 뒤로 숨었다.

'한 번더..'

히나타가 다시 총을 집었다. 피가 좀 빠지고 나니 몸이 시원해지는게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고 냉정해 질 수 있었다.

'탕-!!'

상대방은 히나타가 자신을 다시 쏠 줄은 몰랐는지 아니면 새로 들어 올 신입을 함부로 죽일 수 없었는지 히나타를 견제하지 않고 있었다. 어디엔가 전화를 하려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등을 보인 남자를 다시 사격하자 운 좋게 목 부분이 맞았는지 남자는 목 부분에서 피를 튀기며 곧 바로 쓰러졌다. 혹시나 싶어 긴장을 하고 지켜봤는데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사람을..죽였어?'

"흑.."

히나타는 눈물이 나왔다. 자신은 그냥 배구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지고 가족도 뿔뿔히 흩어지고 채권자한테 얻어 맞질 않나 돈을 벌려고 했더니 마약을 배달하게 되질 않나 이제는 하다 하다 사람까지 죽이게 되었다.

히나타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고 한참을 소리도 못내며 울다 피가 부족해져서인지 머리가 핑 돌면서 히나타의 몸은 옆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다행히 누군가가 히나타를 끌어 안아서 바닥에 쓰러지진 않았다. 히나타는 그대로 눈을 감고 자신에게만 가혹한 현실로부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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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3 23:43 | 조회 : 3,452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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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미친듯이 자판을 두들겨서 세이브를 만들었습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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