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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상쾌하다."

히나타가 눈을 떴을 때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어제는 깨어난 뒤로 잠 한숨 못자서 머리가 많이 아팠는데
스즈키 형을 만난 뒤로 안심이 되어서 그런지 푹 잘 수 있었다.

"오 쇼요. 일어났어?"
"앗 형! 미안해요 제가 너무 잠만 잤죠?"
"아니야 환자는 자야지. 좀 괜찮아?"
"네! 제가 체력하나는 끝내주거든요! 자고 일어났더니 멀쩡해요!"
"너 일어나면 의사선생님한테 알려달라고 했어 잠시만."

스즈키 형사는 전화를 들어 히나타가 일어났다고 알려 주었다.
곧이어 의사가 들어왔고 히나타에게 이것 저것 물으며 진찰을 했다. 다행히 머리에는 별 이상이 없고, 다친 상처만 잘 아물면 문제는 없을거라고 했다. 이어서 내일 퇴원해도 괜찮을것 같다고 했다.

"학생은 참 밝아서 보기가 좋아요~요즘 애들 같지 않고"
"감사합니다..앗!! 선생님 제가 여쭤볼게 있는데 이따가 선생님 연구실로 찾아가도 될까요?!"
"음? 뭔데요? 여기서 물어봐도 되는데.."
"아니요!! 개인적인 거라 제가 갈게요!! 바쁘실텐데 얼른 일보세요 감사합니다!"
"알겠어요 그럼 이따가 봐요. 잘 쉬고"

의사는 별일 없이 히나타의 병실을 나갔고 히나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에게 이것 저것 말을 하는 의사의 미간에 별안간 빨간 점이 생겼고 히나타는 그 점이 건너편 건물에서 자신의 병실을 계속 노리고 있는 저격수의 저격 포인트임을 알아챘다.

'왜 의사한테 까지 조준을 하는거야 나쁜 자식들!!'

같이 있던 스즈키도 히나타가 아무말 안 해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을 잘 지켜내야 할텐데..상대가 보통이 아니네..'

의사가 나간 뒤로 히나타 답지 않게 얼굴이 어두워지고 히나타를 따라서 덩달아 스즈키 형사의 얼굴도 같이 어두워졌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있는데 별안간 병실문이 시끄럽게 열렸다.

"야 히나타 이 자식아!!"
"으악!! 살려 주세요!!!!"
"야야! 이테루 위험하다고 환자야!"

"어? 손님이 있었네?"
"야 치비 괜찮냐?"

이테루가 와서 히나타에게 헤드락을 걸고 있었고 둘이서 왁왁 거리는 사이에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들어오면서 안부를 물었다. 히나타는 이테루한테서 겨우 풀려나 서로 인사를 시켜주고 대화를 나누었다. 주된 대화의 주제는 히나타가 어쩌다가 다치게 된건지였고 이테루는 그 주제가 나오자마자 버럭했다.

"내가 저 전기 자전거인지 뭔지 탄다고 했을 때 부터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저 자전거 내다 팔아버릴거야!"
"야! 팔아도 내가 팔거야 그냥 둬!!"

또 싸움을 시작하는 둘을 보며 환자 맞냐며 세 사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난 모르겠다. 이테루! 넌 가서 음료수 사와!"
"아 형!!"
"빨리!"

이테루는 성질을 내면서 말과는 다르게 고분고분 지갑을 챙겨서는 밖으로 나갔다.

'형 혹시..'
'응 다들 얼른 내보내는게 답이겠다.'

히나타와 스즈키는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히나타는 이상하게 스즈키가 병실에 음료수도 많은데 왜 이테루한테 음료수를 사오라고 했는지 물어보려다가 곧 이해를 하는 듯 했다. 이번엔 이테루의 미간에 빨간 점이 찍혔다. 움직이지도 않고 미간만 집요하게 노리는 걸 보니 상당한 실력자인것 같다.

"헉!! 형 얼굴에!!"
"응? 뭐 묻었어??"
"네. 침묻었어요! 아까 저 잘 때 잔거에요??"
"아 이런 들켰네 하하!!"

이제는 스즈키한테까지 빨간 점이 찍혔다.
들키지 않게 말을 돌려서 했는데 다행히 스즈키도 알아 듣는듯 했다.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어느정도 이 대화의 의미를 대강이라도 안것인지 눈빛이 살짝 변했지만 아무도 눈치를 못채고 이와이즈미만이 눈치를 채고 오이카와를 쳐다봤다. 눈치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오이카와였고 이와이즈미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오이카와의 심경 변화를 제일 잘 알아채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레이저 포인터로 장난 치나 했는데 계속 모르는 척 살펴보니 레이저 포인트는 히나타 주위에 있는 사람의 얼굴 쪽을 겨냥했다. 마치 이 사람을 빨리 내보내라는 듯이. 아마 히나타는 남들한테 말도 못하고 끙끙 앓기나 하겠지. 저 스즈키라는 사람은 도와주러 온것 같은데 무슨 사정이 있는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듯 했다.

아마 레이저포인터가 노릴 다음 상대는 이와이즈미나 자신의 차례일 것이다. 이 조그만한 환자가 신경을 덜 쓰게 하려면 이쯤에서 빠져주어야 할것 같다. 본인이 깊게 관여하는 걸 싫어하는 모양이니 물어본다 한들 절대 말해줄것 같지 않기에 나중에 다이치나 스가한테 물어볼 생각으로 이와이즈미와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자한테 너무 오래있는 것도 실례지. 치비쨩, 다음에 또 올게 이만 갈까 이와짱?"
"그러지. 야 치비 몸조리 잘하고 있어. 다음엔 안 다치게 조심하고. 그리고 그 머리 안 어울리니까 원래색으로 돌려놔. 얼굴색 엄청 창백해"
"네넵!! 안녕히 가세요!"

내심 두 사람이 나가는게 기뻐보이는 저 꼬맹이를 다음번에 괴롭혀 줘야겠다고 생각한 오이카와였다.

두 사람이 나간 후에 히나타는 한숨을 폭하고 쉬었다. 위협받은지 하루 밖에 안되었지만 벌써 지치기 시작했다. 이테루와 스즈키가 잠시 병실 구석에서 이테루가 가지고 온 짐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히나타는 자신을 향한 시선이 느껴져서 병실 문 쪽을 쳐다봤다.

"!!"

병실 문 앞엔 그 남자가 히나타를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유유히 히나타의 병실 앞을 지나갔다. 마치 너는 우리들의 손안에 있다는 듯이..히나타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히나타는 그 와중에 자신의 병실에서 나가는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를 저 남자가 본 건 아닌지 불안했다.

"히나타~ 우리왔어!"
"몸은 좀 어때?"
"다쳤다는 얘기듣고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으아아!! 선배님들!!"

히나타의 큰 눈은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오이카와 일행도 그렇고 설마 자신의 선배들도 그 남자랑 마주치진 않았을까 엄청 불안해서 서둘러 밖을 살펴보니 남자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히나타는 스가를 쳐다보자 스가는 상쾌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히나타 많이 답답했겠다! 스즈키 상 우리 같이 나가요! 병실은 답답하니까!"
"그래 그게 좋겠다! 밖에 이테루도 있으니까 같이 가자!"

병실 밖으로 나가서 병원 밖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적어도 여기는 사람들도 많고 하니까 조준 따위는 하지 않겠지. 히나타는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크게 숨을 몰아 쉬었다.

"스즈키 형. 이쪽은 저희 배구부 3학년 선배들이에요."
"안녕하세요 주장 다이치 입니다."
"어제 뵈었던 스가와라 입니다."
"아사히 입니다."
"응? 3학년 맞아? 내 또래 같은데?"
"앗 형! 아사히 선배 상처받아요!!"
"하하하하!"
"형사님. 별일 없었나요?"
"흠..있었지 있었어. 아무래도 히나타를 혼자 떼어 놓으려는 모양이야. 오는 사람마다 눈치 못채게 조준을 하더라고."
"그리고..그 남자를 봤어요.."
"뭐?!"
"아까 스즈키 형이 짐 정리할 때 병실 밖에서 지켜보고 갔어요.."
"배짱 한 번 대단하네 여유있다 이건가?"
"아마 형이 형사란걸 몰라서 더 그럴수도 있어요."
"하 진짜 골치 아프네. 인원을 늘리자니 바로 걸릴테고.."
"흠..."

한참을 고민을 한 끝에 결국엔 누구도 답을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저들은 우리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서 놀고 있는것 같다. 시간이 늦어서 일단 다들 돌아가기로 하고 스즈키와 히나타는 병실로 돌아갔다.

"히나타 얼른 자자 난 간이 침대에서 잘게."
"네 형...주무세요!"

오늘도 히나타는 잠을 못이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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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2 23:30 | 조회 : 3,623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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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손목 다쳐서 못올릴거 같았는데 댓글 남겨 주셔서 보답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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