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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와라 코시는 3년 내내 지각이란걸 한 적이 없던 성실한 학생이었는데
왠일로 2교시가 시작 될 즈음에 등교를 해서 교무실로 불려가 담임선생님께 무슨일 있냐며 걱정섞인 잔소리를 들었다.
스가는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고 나와서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에 돌아가니 다이치가 스가를 보고 있었도 스가는 다이치에게 다가갔다.

"다이치."
"스가! 히나타는 좀 어때? 심각해? 많이 늦을 정도로?"

평소의 다이치 답지 않게 말이 부산스럽다.
스가는 그런 다이치를 보며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대답을 했다.

"응 히나타는 괜찮아. 깨어난 건 어제 새벽이었대.
있지 다이치..경찰은 믿을만한 사람들이겠지?"

마침 수업 예비 종이 울렸고 무슨 소리냐며 스가를 붙잡으며 묻는 다이치에게
스가는 이따가 얘기 하자며 다이치의 손을 기분 나쁘지 않게 떼어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저기 자리 좀 바꿔주라."

참다 못한 다이치가 스가의 짝과 자리를 바꿔 앉았다.

"안 그래도 이따가 다 얘기해 줄건데.. 다이치도 참 히나타가 그렇게 걱정되?
이거 서운해 지려고 하는 데?"
"난 속이 타들어 간다고..얼굴도 타고 있는걸."
"푸하하하하 뭐야 그게ㅋㅋㅋㅋ"
"이제 기분 괜찮아 졌어?"
"응. 고마워 다이치."

다이치는 수업시간 동안 스가에게 히나타의 안부를 물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수업 중이다 보니 녹록치 않았다.
다행히 다음 시간은 담당 선생님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자습이 결정되었고
다른 학생들은 신나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다이치는 그 틈을 놓지지 않고 근처 자리의 학생에게 노트를 빌려 1교시때 놓친 필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스가의 앞자리에 앉아서 그대로 뒤로 돌아 스가와 마주봤다.

"스가."
"다이치 미안! 나 이것만 적고! 오늘 필기 엄청 많았구나아.."
"노트는 내가 빌려줄테니까.."
"정말? 그러면 고맙고!"
"응 심란한건 알겠지만 털어놔야 편해지지않겠어?
"아...응 그렇지.."

스가는 히나타가 왜 말하길 망설였는지 그 마음을 이해 할것 같았다.
자신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목숨이 위협받든 말든 일단 소중한 후배부터 지키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아이들도 자신과 같은 마음일꺼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착하고 강한 아이들이란건 알고 있지만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해 질 수 도 있는 일에 평소같은 선함은 바랄 수 없는 것이었다.

"히나타가...자기를 원망해도 좋대. 미워해도 좋고, 때려도 좋다고 하더라고.."
"..."

다이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꾹 참고 스가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 동안 많이 힘들었더라고..아버지가 보증을 잘못서서 친구 찾으러 떠나셨대.
채권자들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친구네 집에서 신세 지고 있나 봐.
어쨌든 처음에는 아버지 빚을 갚을 생각으로 일을 찾았겠지만 고등학생이 무슨 힘이 있겠어. 적어도 친구한테 신세지는게 미안해서 자기 생활비도 벌고, 빚도 어느 정도 갚으려고 했었나봐. 그러다가 돈을 많이 준다는 아르바이트를 찾았대.
어려운게 아니고 단순한 배달인데 돈도 많이 준다니까 신나게 일을 시작했는데..."
"그게 그거였다?"
"그런거지.."

스가는 할 말을 마쳤다는 듯이 다이치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역시나 사람 하나 죽일거 같은 얼굴이다.

"어때 다이치는?"
"그 자식을 잡아야겠지. 그래야 우리는 히나타를 다시 찾을 수 있어.
다른 놈들까지 위험해지면 안되니까 아사히한테 까지만 얘기해보자."
"아사히가 납득 해 줄까? 그래도 이 문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야 다이치."
"생각했어. 스가는 위험하다고 해서 히나타를 버릴거야?
히나타를 구하려고 나한테 말 한거잖아. 오히려 아사히는 도움이 못 됐다면서 또 네거티브 해질 껄?"
"그렇지만!"
"그러니까 스가. 다른 녀석들도 믿어 봐."
"..응 고마워 다이치."

점심 시간이 되자 스가와 다이치는 아사히의 반으로 찾아갔다.
아사히는 다이치와 스가를 보고는 말 없이 일어나서 둘 에게로 다가갔다.

"히나타 일이지? 가자."

셋은 인적이 드문 뒤뜰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사히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이치와 스가도 오랜만에 보는 아사히의 살벌한 얼굴에 흠칫했다.

"...하아..."
"이 일이 해결되기까지 우리는 배구부에서 잠시 빠지자.
선생님한테는 내가 말 할게."
"히나타가 좋아할까? 너무 피해간다고 안 그래도 멘탈이 정상이 아닌데.."
"난 히나타의 정신력이 그 정도로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상처 받아도 우리가 치유해주면 되."
"맞아 스가. 경찰도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거야."
"고마워 다들...어려운 일인데."
"이건 배구부 전체의 일이기도 해. 히나타는 중요한 전력이야. 카라스노에서 빠지면 뼈 아픈 손실이라고."

다이치는 곧 바로 교무실로 향했고
아사히는 1학년 배구부에게 스가는 2학년 배구부원 들에게 찾아가서
오늘부터 3학년은 입시문제로 당분간 배구부 활동을 쉴테니
우리 없다고 연습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특히 엔노시타에게 1, 2학년의 통솔을 부탁했다.
다들 알았다고 별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엔노시타는 눈치가 빨랐다.

"선배 혹시 히나타 일 때문인가요?"
"아니야 입시 때문에 그래 요즘 연습량이 많아서 이번 시험이 좀 위험할거 같아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스가는 한숨을 쉬며 교실로 돌아갔다.

"1, 2학년들 괜찮을까?"
"언제까지고 우리가 봐줄수 없어. 이 참에 엔노시타한테 주장 연습도 시키지 뭐."

불안해 하는 아사히를 다이치가 달랬다.
사실 다이치도 겁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보통 일이 아니니까 상대는 마약 유통 조직이고 우리는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고등학생이다. 어릴 적 보았던 히어로 만화와는 다르다.
다이치는 긴장을 하며 수업이 빨리 마치기를 바랬다.

**

"이와짱."
"왜."
"쌀쌀 맞기는 카라스노 치비 깨어났을까?"
"걱정 되면 가보던가."
"흐음..."

오이카와는 어제 그 일이 있었던 뒤로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카라스노의 꼬맹이는 절대로 대마 같은거에 손을 댈 사람이 아닌데 어째서
그 아이의 몸에서 대마 냄새가 난다며 경찰들이 심각하게 행동 했을까.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운동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본 소양도 지키지 않은 한심한 꼬맹이 한테 진것 밖에 되지 않는다.
대마초라니 마약이라니!
당장에라도 병원으로 달려가서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안부가 걱정되긴 하지만
사실이라면 그 실망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두려운 오이카와 였다.

"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설마 의심하는거야?"
"어후 진짜 이래서 소꿉친구는 가까이 하면 안되는건데.
이와짱은 날 너무 좋아하는거 같아."
"똥같은 소리하네. 그 꼬맹이가 그럴 리 없잖아 사실이라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이따가 학교 끝나면 병원으로 가보자."
"응. 이와짱 고마워."
"별 소릴.."

오이카와는 소꿉 친구의 조언으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빨리 수업이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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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1 00:13 | 조회 : 3,66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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