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스가 선배님."

스가는 평소와 다른 히나타의 목소리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정해진 것이다. 히나타가 자신들을 놓아버릴 것인지 아닌지.
스가는 후자 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며 히나타를 바라 보았다.

"병실로 갈까? 긴 얘기 같은데.."
"안돼요!! 병실은...안돼요.."

스가는 히나타의 고집에 병원 안쪽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스럽게 아침시간이라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히나타와 스가의 손은 아직 마주 잡고 있었다.

"...얘기 해봐 히나타."

두 사람은 구석 진 자리에 앉았고 스가는 히나타에게 이온 음료를 쥐어주고
그제서야 마주잡은 두 손이 자유롭게 풀렸다.
스가는 히나타가 이야기를 시작하길 기다렸다.

"스가상...전 정말 이기적인 놈이에요."
"무슨 말이야 그게. 니가 왜 이기적이야?"
"들어..주실 건가요??"
"당연하지."

정말 이대로 털어놔도 되는걸까?
지금 스가한테 털어놓으면 스가는 물론 소중한 배구부원 감독님 코치님
무려 열댓명의 사람들을 자신 하나 때문에 위험에 빠트려버리게 된다.
머리로는 혼자서 끌어안고 가자고 하는데 마음이 마음대로 안된다.
분명 히나타 자신의 마음인데..
자신은 분명 미친게 분명하다.
마음이 머리를 이겨버려서 입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히나타 쇼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나쁘고 이기적인 놈이다.

"제가 아까 스가상 옷깃 잡았을 때 같이 잡아주신 손. 그 손 덕분에 용기 내볼게요.
절 미워해도 좋아요. 경멸하고, 증오하고, 원망하고, 화내고, 때리셔도 제가 다 참아 낼거에요. 전 모두를 잃는게 죽는거 보다 더 무서우니까요.."
"히나타..."

히나타는 이제 이야기를 시작했으면서 스가가 아니 모두가 자신을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스가가 뭘 물어 볼 틈도 없이 그 동안 있었던 일 들을 죄다 털어 놓았다. 자신이 말을 멈추면 스가는 그대로 일어나서 난 모르는 일이라며 당장 돌아갈 것 같았다.
스가는 처음에 갑자기 우는 히나타 때문에 당황했다가 조금 지나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악을 하더니 나중에는 엄청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다 물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스가의 얼굴은 사람 하나 죽일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목숨이 달려 있으니 자신한테 화가 난 걸꺼다.
저 얼굴은 원망이다. 자신을 향한 원망.

히나타는 그래도 당장 스가를 잃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스가가 자신을 때리길 기다렸다.
자신을 때리고 가는 스가를 아무리 싫다고 해도 붙잡아야지.
그렇게 자존심을 다 버려서라도 다들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이제 때리세요...다 맞을게요..저 때문에 위험해지셨으니까.."
"하...히나타 너 정말..!!"

히나타는 다시 한번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자신을 때릴 것이다.
그래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스가한테 감사하다.

"눈 떠 히나타."
"네?"
"하..이 바보를 어쩌면 좋을까..!!"

자신을 원망할 줄 알았던 스가는 웃고 있었다.

"왜...웃으시는 거에요?"
"히나타 쇼요!"
"..네!!"
"고마워 다 말해줘서. 진짜 고마워.."

웃는 것 밖에 모를 것 같던 스가가 우는 건 처음 봤다.
히나타는 당황해서 스가를 달래야 하나 어째야 하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자신 보다 2살이나 많아서 그런지 눈물을 금방 그쳤다.

"기뻐서 우는 거야 기뻐서. 우린 히나타한테 버림 받는 줄 알았잖아
어제 얘기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불안했거든..이제야 안심이 되네."
"스가상.."
"일단 신고하는 건 걱정 하지마. 이미 경찰 와있어.
어제는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왔다간 모양인데...차라리 경찰하고 같이 마주쳤으면 일이 빨리 해결됐을텐데...일단 경찰들 들어오면 삼촌이라고 부르자. 그리고 잠깐만."

스가는 가방에서 공책과 펜을 꺼내서 무언갈 적어서 히나타에게 주었다.

'병실안에 도청장치.'

"아아!!"
"아마 이 정도면 경찰도 눈치 챌거야
그리고 묻고 싶은게 있는데 니가 그 대마 운반한건 알겠는데. 그거. 피진 않았지?"
"네 안 했어요!!"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나는 이제 학교로 가봐야 하는데 히나타 혼자 있을 수 있겠어?"
"물론이죠 입만 조심하면 되는 걸요! 총은 좀 무섭지만;"
"그래 끝나고 다 같이 올테니까..."
"안돼요 다같이 오는건!!"
"히나타. 또 그런다. 괜찮다고 응?"
"으으..네"
"가자 병실까지 데려다 줄게 이미 난 얼굴 들켰으니까~"

스가는 얼굴이 들켰다는게 그렇게 신나는 걸까 상쾌하게 히나타를 병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병실 문을 열었는데 히나타 머리맡 선반에 있는 유리컵이 깨져서 물이 새고 있었다.
컵 옆에는 작은 총알이 있었다.
이것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 마저 허락하지 않겠다는 남자의 메시지 일 것이다.

"..아 맞다! 히나타 나 아까 휴게실에 뭐 두고 왔는데 같이 갈래? 병원이 너무 복잡하네~"
"네 같이가요!"

히나타는 스가의 도움으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병실을 빠져나왔다.

"병실 옮겨 달라고 하자 히나타. 경찰들은 어디간거야.."
"괜찮아요 지금 바로 병실 옮겨버리면 아마 들킬거에요.."
"진짜 몸 조심하고 있어 히나타. 제발.."

스가는 두 손으로 기도하듯이 히나타의 손을 아프도록 꼭 쥐었다.
히나타는 이렇게나 자신을 걱정해주는 스가가 고마웠지만
상황이 좀 민망해서 하하 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저기 히나타 학생 맞습니까?"
"?"
"경찰입니다. 일단 병실로 가서 물어볼게 있습니다. 같이 가시죠."
"아아아!! 잠시만요 병실은 위험해요!! 안돼요!!"
"형사님 잠시 저희하고 이야기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히나타는 무작정 병실로 끌고 가려는 경찰의 팔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고
스가가 둘의 사이를 사뿐히 가르며 말했다.

형사 2명, 히나타, 스가는 다시 휴게실로 모여서 아까 그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흠......"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건 삼촌인척 하면서 24시간 경호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죠. 경호는 스즈키 형사가 담당하도록해. 우리는 그 남자에 대해 조사하도록 하지. 이거 꽤 큰일 일수도 있겠어. 그리고 히나타 학생."

형사 중 고참으로 보이는 사람이 히나타를 찌릿하고 쳐다봤다.
히나타는 겁을 먹고 넵!! 하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앞으로는 돈 많이 준다고 무작정 덥썩덥썩 일하면 안돼.
그리고 고등학생이 아르바이트 하는거 자체가 불법이야!
그리고 마약에 대해선 운반하는 것도 수갑채워서 잡혀가는 중범죄야!
그래도 자네 덕에 마약유통 조직을 잡을 수 있을테니 결과에 따라서
자네 처분도 달라지겠지. 그리고! 건방지게 전기 자전거도 타지마!
이건은 초범이라 훈방으로 끝나는거야 알겠어?!
퇴원하면 소환조사 받아야하니까 몸이나 빨리 회복하도록!"
"아..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밝아서 보기 좋구만. 난 이만 가지. 스즈키 형사 수고하게."
"네 들어가십시오!!"

스즈키?

"어...설마 스즈키 형?"
"음??"
"스즈키 이테루 아세요 혹시?"
"어 내 동생인데...아아!! 히나타 쇼요...히나타!!! 너 쇼요 구나!! 맞지?!"
"네 형!! 반가워요!!"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
"형은 어떻게 형사가 되셨대요??!!"
"아 저기 히나타? 어떻게 된거야?"
"아!! 스가 상! 이분은 지금 제가 신세지고 있는 친구의 형이에요!
어릴 때 형이 많이 놀아줬는데 대학교 가고나서 부터는 못만났었거든요~"
"아 그래?? 안녕하세요 저는 히나타가 속해있는 카라스노 배구부 부주장 스가와라 코시 입니다."
"반가워요 형사라 직업상 이름은 말하지 못하지만 스즈키라고 불러주세요."
"히나타. 나는 이제 가볼게 스즈키 형사님 너무 귀찮게 하지 말고!"
"네 감사합니다 스가상!"

스가는 스즈키의 등장으로 안심을 하며 늦은 등교를 시작했다.
히나타와 스즈키 형사는 히나타의 병실로 다시 들어갔다.
히나타는 오랜만에 마음을 놓고 쉬었다.
아픈 머리를 붙잡고 밤을 새웠더니 침대에 앉아서 스즈키와 몇마디 떠들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고 스즈키 형사는 오랜만에 만난 쇼요가 이런 모습인게 안쓰러워서 히나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에게 문자를 남겼다.

[이테루. 니 친구 병원에 있는데 내가 24시간 경호하게 됐어.
학교 끝나고 쇼요한테 필요한거 좀 챙겨서 이쪽으로 와.
너무 걱정하지 말고.]

1
이번 화 신고 2017-06-19 00:16 | 조회 : 4,128 목록
작가의 말
가글가글

이제 세이브가 없다!! 꺅!!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