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자 오늘도 가볼까!"

히나타는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가방을 챙겨 나왔다.
오늘은 좀 더 빨리 오라는 남자의 말에 점심도 걸렀다.
일이 많이 늘어서 좋긴하지만 요즘 들어 계속 옷과 상자에서 맡아지는 냄새가 거슬린다.
이상하게 계속 맞고 싶은 냄새지만 혹시 그 이상한 냄새가 다른사람한테는 싫을 수고 있겠다 싶어서 편의점에서 작은 사이즈의 섬유 탈취제도 칙칙 뿌리고 다니고 있다.

"담배 냄새 같기도 한데....아닌가?"

히나타는 중얼거리면서 자전거 보관소에서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정문 쪽으로 향했다.
다들 식당안에 있는지 운동장에는 사람이 몇명 없었다.
선생님 허락을 받고 일찍 나가는 거긴 하지만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었었다.
마침 잘 됐다 싶어 완전히 방심을 하고 신나게 정문으로 향하고 있는데
왠일인지 사람이 몇명 모여있는게 보인다.

"잡상인이라도 온건가?...히익!!"

언젠가는 마주 칠 수도 있겠다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오늘 일 줄이야.
정문 앞에는 배구부원들이 있었다.
다이치와 스가, 시미즈, 니시노야와 타나카가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교문에 있었다.
지금 후문으로 돌아서가면 약속시간에 늦어버린다.
가는 길에 공원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쉽지만 오늘 점심은 진짜 포기하고
일단 후문으로 도망치자 싶어 자전거 핸들을 돌리는데 타나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히나타!!!!!!"
"네넵!!!"
"이리와!!"

아무래도 오늘은 그 남자한테 늦었다고 한대 맞을지도 모르겠다.
도살장에 끌려가듯 정문으로 향했다.
아니다 도망칠까? 이 자전거라면 지금부터라도 속도를 올리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히나타는 정문에 다다르자 속도를 확 올렸다.

"죄송해요오오오오!!!!!"
"야 임마!!"

다행히 정문을 무사히 벗어났다.
하지만 카라스노는 언덕 위에 있는 학교였고 히나타는 그 사실은 간과해버렸다.

쿠당탕

"아야..."

히나타는 미친 듯이 올린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언덕 길을 구르고 말았다.

"안돼는데...빨리..!!"

히나타는 빨리 일어나려 했지만 배구부가 더 빨랐다.

"히나타 안 다쳤어? 도대체 왜 도망가는거야?"
"...."
"아이고 이거 다리 다쳤네 히나타 너 교복 찢어졌어."
"누가 너 잡아먹냐?"
"난 양호실에서 반창고 빌려오고 후문 애들 데리고 올게."

선배들은 히나타를 일으켜 세워주고 먼지 묻은 교복을 털어주고 근처 벤치에 주저 앉혔다.
히나타가 다시 도망칠 것을 대비해서 양옆에 니시노야와 타나카가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앉았다. 뒤에는 스가 그리고 앞에서는 다이치가 버티고 서있었다.

"죄송해요. 선배님들... 근데 저 진짜 가야해요 놔주시면 안될까요?"
"안돼."
"으아...."

히나타는 이렇게 갑자기 마주친 배구부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배구부에서 말 없이 나와버린 행동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아르바이트에 늦어버릴까봐 불안한 마음에
괜히 다친 상처까지 더 아파와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양팔을 잡고 있는 선배들 때문에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주륵주륵 눈물만 흘렸다.

"히나타. 우리는 너 혼내려고 잡은게 아니야. 울지말고 응?"

다이치가 달래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쇼요. 왜 배구부 그만둔건지 말해 줄 수 없는거야?"
"..전...이제 배구를 할 수 없어요....죄송해요.."
"무슨 소리야 그게."
"크흥..지금은...말 못해요...죄송해요.."
"우린 사과들으려는게 아니라고!!"

참다 못한 타나카가 소리를 꽥 질렀다.
무슨 이유로 그만뒀는지라도 말해주면 좋으련만 왜 자꾸 죄송하다고만 하는지
정말 우리를 버리고 배신한게 맞는건가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설마 우리가 싫어진거야? 우리가 뭐 잘못했어?"
"아니에요!! 정말...아니에요 그건..."
"그래 그러면 다행이다..그것만 아니면 됐어. 고맙다 히나타."
"히나타. 우리가 싫은거 아니면 무슨 일 있다는 얘기잖아. 말해주면 안될까?"
"쇼요 말해줘. 응?"

도리도리

히나타는 울면서 머리를 가로로 휘저었다.
이건 무슨 어린아이 생때도 아니고..
2, 3학년들이 아무리 달래보아도 히나타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배신을 한게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그 보다 더 심각한 이유로
히나타는 배구를 그만 두었다는 건데 히나타가 말 못할 이유면 보통 큰 일이 아닌 것 같다.
타나카와 노야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만 팡팡 처댔고 다이치는 한숨을 쉬었다.

"다이치, 나 히나타랑 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그래.."

다들 자리를 피해주고 스가와 히나타만 남았다.
양손이 자유로워진 히나타는 그제서야 눈물을 닦았다.

"미안해 히나타 울게 하려던건 아니었는데..."
"아니에요...저 정말 가면 안될까요??"
"보내줄거야 우리도 수업은 들어야지. 하지만 적어도 상처는 치료하고 가자.
그 동안 나한테만 살짝 말해주면 안될까?"
"..죄송해요. 근데 전 정말 여러분이 싫어서 나간건 아니에요 절대!"
"응 그런거 같더라. 나도 소문 안 믿었어."
"크흥..소문이요?"
"응 소문. 우리가 너 엄-청 굴려서 히나타가 도망간거라고 하더라
우리 피할려고 염색도 하고 오후 수업은 아예 듣지도 않고 집으로 가버린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히나타는 코맹맹이 소리로 반박했다.
스가는 그럼 히나타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그러니까 히나타 우리가 오해하면 억울하잖아 적어도 한 명이라도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생각 정리되면 말해 줄래? 내 번호 가지고 있지?
힘들거나 도움받을 일 있으면 연락해줘, 나도 선배 노릇해야지 그치?"
"하지만 전 이제 배구부가 아닌걸요."
"누구 마음대로 선배가 아니야? 다이치도 나도!
심지어 선생님이랑 코치님, 심지어 부원 모두들 너 나가는거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렇게 몇날 며칠 찾아 다녔지."
"스가 선배..."

히나타는 다시 눈물이 터졌다.

"그러니까 히나타."

'돌아 와. 기다릴게.'

늦은 저녁.
히나타는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스가와 했던 대화를 다시 생각했다.
비록 분명히 일찍 오라고 했는데 왜 평소보다 더 늦었냐면서 엄청 혼이났지만
히나타는 괜찮았다. '나 그렇게 미움 받진 않았구나 돌아갈 수 있었던거구나'
역시 비싼 값을 하는지 그렇게 넘어졌는데도 자전거는 잘 굴러갔고,
점심을 결국 먹지 못했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다. 다친 상처도 이젠 아프지도 않았다.

"앗!! 위험해요!!"

헤실헤실 웃으면서 다니는 히나타의 귀에 위험하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는 이미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화분이 히나타의 머리를 강타해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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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16 23:08 | 조회 : 3,81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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