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다이치 혹시 소문 들었어?"
"응? 뭐가?"
"잠깐 얘기 좀 하자. 아사히도 같이가자."

스가와라는 오늘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배구부가 히나타를 막 굴려서 히나타가 지쳐 떨어져나간거고
배구부를 피하려고 일부러 염색도하고
오후에는 배구부를 피하느라 점심만 먹고 하교한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

실제로 오늘 우연히 수업시간에 운동장을 봤다가 체육을 하고있는 1학년들을 봤다.
배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 틈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런데 주황머리가 아니라 의아해서 잠시 더 쳐다봤는데
그 익숙한 실루엣은 자신이 그렇게 찾아다녔던 히나타였다.
히나타는 어디 다쳤는지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
배구하는 같은 반 친구들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에이 설마.."

스가와라는 작게 읊조리며 집중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4교시였고 바로 히나타의 반으로 갔지만
히나타의 반은 운동장에서 바로 밥을 먹으러 갔는지 교실은 비어있었다.
급히 점심을 먹고 돌아온 스가와라가 다시 히나타의 반으로 갔지만
히나타를 보지 못했고 마침 얼굴을 아는 후배가 와서 물으니
히나타는 요새 사정이 있어서 선생님 허락을 받고 점심 먹으면
하교를 하고있다는 말을 전해왔다.

이쯤되니 스가와라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시켰었나? 아닌데 우린 오히려 연습을 더 하고간다는
바보콤비를 말렸는데..다이치가 너무 무서웠나??
아니면 누군가 히나타 한테 실수라도 한건가?
누구랑 싸운건가?

며칠 전 타케다 선생님이 보여주었던 히나타의 퇴부서에도
히나타의 퇴부사유는 개인사정이었기에 스가와라는 더 머리가 지끈 거렸다.

"설마 배신인거니 히나타...?"

그 날 수업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수업시간 내내 고민을 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3학년들을 부실에서 조용히 불러낸 스가와라는
자신이 들은 소문과 보았던 것 들을 다 말해주었다.

"설마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렇게 배구를 좋아하는 녀석이..."
"스가 그 말 정말이야??"

다이치는 믿기 싫은 눈치였다.
아사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되물었다.
스가가 거짓말을 할 리 없고 그렇다고 스가의 말만 믿기엔 너무 성급한거 같은데
정황들이 너무 딱딱 맞는다.

"여기 있었구나."
"시미즈?"
"아침에 히나타 만났었어. 야치가 히나타를 봤거든.
교실로 가서 히나타랑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어. 도망가더라고."
"..."
"하..나도 믿기 싫은데...지금 상황이..."
"하.."

다이치는 자신이 주장으로써 부원들을 잘 못챙겨서 이런일이 생긴 것 같아 괴로웠다.
히나타는 정말 배구를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 순수하고 숨기는 것 없이 솔직했다.
거기다가 경기 중에는 선 후배를 떠나 상대방을 마크하며 카리스마를 풍겼지만
코트 밖에서는 예의도 그렇게 바를 수가 없어서 자신이 특히나 다른 후배들보다 더 아끼는 후배였다.
혼낼 때는 엄하게 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기가죽을 아이도 아니었는데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히나타한테 실수를 한게 있는지 생각을 해봤지만 짚이는 건 없었다.
섭섭함이 몰려왔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주면 고쳤을 텐데 더 배려해줬을텐데
왜 아무말 없이 나가고 그런 소문이 돌게 됐는지..
히나타를 원망하기 싫고 소문따위도 믿기 싫지만
마음속에서 기분나쁘게 스멀 스멀 올라오는 원망과 배신감은 다이치를 괴롭혔다.

"진짜 우리 배신당한건가?"
"...."

대들보 같던 주장의 자조적인 물음에 그 자리에 있는 3학년들은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학생. 어제 잘 못 쉬었어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앞으로는 빨리 다녀오도록 해요. 물건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
"네 죄송합니다."

히나타는 아침에 시미즈와 마주 친 후로 영 기운이 나지 않았다.
괜히 구경을 갔나 싶다.
배구공을 치던 그 느낌이 그립다.
기분 좋게 땀을 흘리고 싶었다.
카라스노 배구부의 에이스가 되고 싶었다.
전국대회에서 활약해서 나도 작은거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주장과 코치님 한테 왜 멋대로 그만 뒀냐고 혼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
배구를 놓고 싶지 않았다.
배구부 사람들이 너무 그립다.
자신도 다른 평범한 학생들 처럼 교실에서 장난도 치고 친구들과 같이 하교를 하고
배구 연습이 좀 길어져서 주장한테 무리하지 말라며 혼나다가 늦게 집으로 돌아가면
걱정스레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너무 그립다.
자신에게 놀아달라며 매달리는 귀여운 나츠도 보고 싶다.
아빠는 연락도 되지 않아서 너무 걱정이 된다.
가뜩이나 기분도 쳐지는데 혼까지 난 히나타는 괜히 더 서러워져서
찔끔찔끔 나오는 눈물을 닦고 남자가 전해 준 상자를 손에 들었다.

"어?"

아직 눈물이 덜 닦였는지 상자를 쥔채로 눈물을 닦았는데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다.
본능적으로 킁킁 거리니 옷에서 나던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아차차- 빨리 갔다와야지."

히나타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배달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며 맞는 바람 때문인지 히나타의 울적한 기분이 좀 나아졌다.

"야 뭐하냐! 설마 야동보나요 히나타군?"
"왁! 아니거든! 잠깐 검색 좀 했어"
"그래? 엉? 너 스쿠터 타게??"
"아..안돼나?"
"위험하잖아! 면허도 없는게!"
"역시 좀 그렇지..??"

히나타는 집으로 돌아와서 친구의 컴퓨터를 빌려서
고등학생 신분인 자신이 스쿠터를 탈 수 있는지 검색을 해봤다.

"에이 나이가 안되네 쳇."
"뭐야 너 돈을 어디서 나서는"
"나 일하잖아~돈 많이 주거든. 아 참! 그 동안 고마웠어!
니가 못나가게 하니까 이제부터 숙박비라도 내려고!"
"야!"

친구에게 억지로 돈을 쥐어주었다.

"뭐...이렇게 해서 니 마음 편해지면 그렇게 해. 엄마한테 전해줄게 고맙다."
"응! 받아줘서 고마워."

친구가 방에서 나가자 히나타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인터넷 창을 끄려는데 전기 자전거라는게 눈에 띄었다.

"오..."

히나타는 전기 자전거를 검색해보았다.

1
이번 화 신고 2017-06-13 23:16 | 조회 : 4,259 목록
작가의 말
가글가글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