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히나타는 주소가 적힌 종이를 보며 작은 상자에 담긴 물건을 배달했다.
상자가 작긴했지만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
그냥 바람에 날아가버릴 정도로.
나 사기당한건 아니겠지?

히나타는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선한 인상이긴 했지만 눈에서 좀 위화감이 들었다.
뭐랄까 좀 풀려있는 것 같은..

곧 목적지에 도착했고 히나타는 자전거를 세워 쪽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주의사항.
벤치에 앉아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옆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가 자연스럽게
물건을 내려놓고 올 것. 절대 목소리를 내거나 말을 하지 말 것.

이상한 주의사항이라고 생각하며 히나타는 주변의 벤치를 찾았다.
정말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앉아있었고
히나타는 그 쪽으로 갔다.
남자가 살짝 움찔하는게 보였지만 히나타는 내색하지 않고 옆에 앉았다.
한 5분 정도 앉아있다가 자연스럽게 작은 상자를 내려놓고 일어났다.

"신입인가?"
"..?!"

히나타는 순간 대답할 뻔 했지만 주의사항을 떠 올리고 급히 자리를 피했다.
아까 남자를 만났던 곳에 다시 도착하자
남자는 수고했다며 나머지 돈을 주었다.

"잘했어요 학생. 말은 하지 않았죠?"
"네. 갑자기 말걸어서 대답할뻔 한건 빼고는요."
"절대 목소리를 내면 안되요."
"왜요??"
"안돼요 절대. 못하겠으면 지금 당장 가도 좋아요."
"아닙니다!"
"알겠어요. 여기 나머지 금액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돈을 많이 주시나요?? 저야 좋긴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만약에 학생한테 무슨일이 생겨도
도와주지는 못하니까 만약 위험해 지면 알아서 빠져나오라는 의미도 있어요."

히나타는 순간 등 뒤가 오싹해졌다.
아무래도 위험한 곳에 발을 들여 놓은것 같다.

"아 그리고 머리색. 원래 그런가요??"
"네 염색한건 아닙니다."
"너무 눈에 띄어요 내일까지 검은색으로 염색해오도록 해요. 오늘은 여기까지."
"아..네 안녕히 계세요."

히나타는 배달 한 번에 손쉽게 많은 돈이 손에 들어 의아 했지만
이제 제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쁨에 의아함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집에 가기 전에 내일 까지 염색 해오라는 말에 미용실에 들러 까만색으로 염색을 했다.

"어머 주황색 머리 흔치 않은데 아쉽네요 정말 염색할거에요?"
"네 해주세요~"

두시간 가량을 앉아있었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빨리 집에가서 쉬어야지.
히나타는 신세를 지고 있는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히나타! 이제 오는 거야? 엄청 늦었어 너!"
"어 왔다~"
"너 뭐야! 그 머리!!"
"아 염색했어 어때 잘어울리지? 하긴 내 미모가 어디로 가겠냐~"
"진-짜! 안 어울려 너 안 같아"
"엑? 그냥 좀 어울린다고 해주지?"
"일단 밥이나 먹어"
"응. 아주머니는?"
"여행. 부부동반이래"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이제 돈이 좀 모일거 같다며
이제 그만 나가야겠다고 말을했다.

"개소리 하지마 무슨 일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돈이 그렇게 쉽게 모일거 같냐?"
"하지만 오늘 이만큼 벌었는 걸?"

친구에게 오늘 번 돈을 보여주자
얼굴 빛이 확 변했다.

"너 무슨일 하고 온거야?"
"응? 그냥 배달하고 왔는데?"
"무슨 배달!"
"몰라 나도 그냥 작은 상자 배달하고 말았어!"

친구의 채근에 히나타는 그만하자며 밥만 먹었다.
그래도 혼자서 처음 돈을 번건데 칭찬은 안바랬지만 이렇게 타박할줄이야.
내가 맛있는거 사주나 봐라 치사함 녀석.

다음 날 학교에 가자 교실에선 난리가 났다.
히나타가 흑화했다며 놀리는 사람 반
잘 어울린다며 여자애들은 사진 찍기 바빴다.

"아으 그만 좀! 악 사진은 왜찍는거야! 나 피곤하다고!"
"응 넌 자 우린 사진 찍을게!"
"아휴.."

그 시각 카게야마는 히나타에게 왜 배구를 그만 뒀냐며 따지러 왔다가
주황색 머리통이 보이지 않아 잠시 기웃거리다 그냥 반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쉬는 시간 그 다음 쉬는 시간 배구부원들이 하나 둘씩 짝지어
히나타의 반으로 왔지만 작은 체구인데다가 검은색으로 염색도 하고 반 친구들에게
둘러 쌓인 히나타는 배구부 눈에 띄지 못했다.
점심을 빨리 먹고 아직 아무도 교실에 돌아오지 않았을 때
히나타는 재빨리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섰다.
그날 배구부는 히나타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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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09 14:52 | 조회 : 4,07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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