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미행.

아까, 긴토키에게 종이를 받아들고 대신 샤미센을 넘겼다.
긴토키는 잠시 날 바라보더니, 아무말 없이 샤미센을 받아 내가 말한대로 미리 준비해 둔 상자에 넣었다.

이제 지금 내가 매고 있는 상자에는 샤미센이 없다. 대신 피가 묻은 망토와 가면이 있을 뿐이다.

망토는 내가 직접 나선 싸움 외에는 쓰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일어난 싸움은 키모노를 입은 채로 싸움을 해야했고, 그런 날은 여지없이 여관에서 몸과 옷에 튄 피를 지워야 했다.

망토를 긴토키에게 넘기려다 도로 가져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난 우주에서까지 싸움을 하려는 건가.

아까 해결사에서 긴토키, 카구라, 신파치와 헤어지고, 우주정거장까지 혼자 걸어왔다.

복수가 아니라면 옷들을 가져올 필요가 없었을텐데... 복수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데에 있어서의 미련이라도 남은 건지 그냥 가져와버렸다.

그래도... 어쩌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야토 이외에도 강한 종족이 많을텐데.

먼저 시비는 걸지 않더라도 내 몸 하나는 건사해야지.

정거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다.

정거장이 중심에 있어서 그런지 마을이 잘 보였다. 내가 걸어온 거리까지 한 번에.

"그래도 나름 좋았는데 말이야. 진선조가 날 어느정도 잊고, 마음도 추스를 때까진 당분간은 이별인가? 아, 긴토키가 샤미센을 팔아버리면 안 될텐데..."

이제 당분간 이 마을은 못 볼 듯 하니 지금 한 눈에 다 담아둬야지.

그러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이 꽃혔다.

"어?!"

칼...?

뭐야, 저 사람... 경찰인가?

"혹시 저번처럼 사복을 입은 경찰..."

... 아냐. 경찰이 아니다. 그때, 히지카타랑 소고는 거리를 걸으며 꽤나 당당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림자가 있는 어두운 부분만 골라 걸으면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연신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 양이지사."

이런 사람이 많은데, 양이지사가 얼쩡거린다고?
양이지사는 전에 설명했듯이 과격파 온건파로 나뉜다.

그리고 나누는 기준은 일반인을 신경쓰지 않고 그냥 무작정 막부를 공격하는 지 안하는 지의 차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나오는 걸 보면 온건파인건가 싶어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온건파라면, 양이지사가 움직이는 경로만 알아내고 놓아줄 것이고, 과격파라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인해서 처리해야겠다.

지금의 이 세계에 과격파 양이지사는 필요없다. 그저 사회악일 뿐이다. 뭐, 거창하게 말해봤자, 내 입장에선 그냥 복수 대상일 뿐이지만.

나는 내 뒤의 우주 정거장을 한 번 쳐다보고, 그에게 다가갔다.

이번 일만 처리하고 우주로 바로 떠나는 거다.

"아저씨, 뭐 하세요? 누가 쫓아와요? 술래잡기해요?"

"시끄러! 지금 쫓기는 거 안 보... 넌 뭐냐, 꼬맹아."

"저 여기서 놀고 있었는데요. 아저씬 나쁜 사람이에요? 누구에게 쫓겨요? 경찰 아저씨이... 입."

그가 다급하게 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아... 젠장. 그 더러운 손으로 내 얼굴 잡지 말란 말이다. 히지카타는 담배 냄새가 조금 배긴 것 외에는 깨끗한 편이라 봐줬다만, 네 녀석은 토악질이 나온단 말이다!

나는 남자의 손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그렇게 몇 분간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자, 그제서야 날 풀어준다.

"아,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이제와서?

나는 어쩐지 한심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한데,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다.

"아저씨... 우리 어디선가 만났나?"

"그런 적 없으니 얌전히 집에 가라. 아저씨 봤다고 소문내지 말고."

아... 기억났다. 이 사람. 이 개자식. 그 때 봤었다. 본 적이 있다.

... 그때 있었다. 그 유이토라는 자의 수하로, 그의 옆에 있었다.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겨우 실마리가 눈 앞에 보인다. 이대로 이자를 놓쳐 실패할 수 없다. 우주로 나가는 걸 포기하더라도, 겨우 잡은 기회를 버릴 순 없다.

녀석은 어지간히도 급한지 날 알아채지 못했다. 가장 눈에 띄는 흰머리에 붉은 눈임에도 불구하고.

"아저씨... 나 아저씨 따라가면 안 돼?"

"안 돼. 꼬맹이는 집으로 가라."

나는 조금 더 그를 졸라보려다 포기했다. 수가 틀리면 날 죽이고 도망칠 생각이다. 눈에 살기가 맺혀있다.

... 잠시 잊고있었다. 과격파 양이지사.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저지른다.

"알았어. 그럼 나 갈께. 잘가."

"그래. 착하네. 그리고-"

"만난 건 비밀이지? 걱정마, 나 비밀 잘 지켜!"

"그래."

녀석의 눈빛이 누그러졌다. 녀석은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녀석의 손을 꺾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그는 다시 주위를 살피며 거리를 걸었다.
나는 잠시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두려움인지, 흥분인지 손끝이 떨려와 주먹을 말아쥐었다.

"너라면 가겠냐, 멍청아."

나는 녀석을 쫓았다. 눈으로도 보기 힘든 거리에서 아닌 척 하면서 그를 흘끗흘끗 쳐다보면서 쫓았다.

저 녀석 만큼은 절대 못 놓친다.
잘하면 녀석의 동료들부터 그 놈까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천천히 그를 쫓았다.


* * *


녀석을 계속해서 쫓았다. 그는 어딘가로 들어갔다.

...문제는 그게 건물이라는 거다. 민간인들이 가득한 곳에 있는 건물. 이런식으로 같이 때려잡겠다고 쳐들어가면 주변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을거다.

게다가 덤으로 내 정체도 들키고.

결국 저들이 직접 나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활동하기 전까진 기다리거나 미행밖에 못한다.

눈 앞에 기다린던 적이 있는데 못잡는다니... 그 유이토의 부하였으니, 놈도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안보이는 적을 잡으려 1년간 미친듯이 찾아헤멨다. 눈 앞에 있는 적을 고작 몇 일 기다리는 건 큰 대수가 아니다.

나는 그 근처의 건물 골목길, 쓰래기통 옆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계속 감시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그들이 건물에서 나왔다. 그것도 떼거지로... 아니, 시간차 간격으로 한 두명씩 빠져나왔다.

어제 그 녀석은 맨 마지막에 나왔다. 덕분에 뒤에서 미행하는 건 쉬웠다. 설마 녀석이 미행을 눈치챈건 아니겠지.

어제와같이 두리번두리번거리는 건 똑같다. 대상이 어제와 같은 경찰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미행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굴려고 애썼을 거다.

어제와 똑같이 두리번거리는 저 행동이 내가 하는 미행을 꾀어내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저 녀석의 그 이상의 연기력은 없으니까. 아마 어제 그 경찰인가보다.

녀석은 맨 뒤에서 묵묵히 다른 일행들을 쫓았다. 일행처럼 보이지 않도록 신경써서 쫓는 것 같았다.

마침내, 사람이 없는 큰 폐공장 같은 곳으로 모두 모였다. 어제와 같은 건물이긴 한데, 다른 점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다.

덕분에 문제는 숨어들어갈 수가 없다.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려면 민간인인 척 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네놈들을 잡으러왔다! 하면서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기엔 리스크가 크다.

들어간 이들 외에도 더 많은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유이토가 있을 지 없을 지 확신 역시 없다. 공장 건물 주위를 살폈지만 숨어들어갈 개구멍 같은 데 역시 없다.

젠장, 폐공장 주제에.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좋아, 대장이 있든 없든 들어가서 죄다 해치우고 한 명을 고문해서라도 불게 만들어주마.

아까 건물에서 나오는 녀석들을 볼때 그 녀석 말고도 익숙한 얼굴이 몇 있었다. 그들 중 한 명만 숨을 붙여놓으면 된다.

간단하네.

나는 상자 안에서 검을 들었다. 검을 빼들자 날카로운 검날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음각 된 창포 꽃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예쁘다.

원래는 관상용으로 만든 검이기도 하니까.
망토를 뒤집어쓰고 키모노가 보이지 않게 끝을 키모노와 연결해 묶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해골 가면을 썼다. 해골 가면은 처음 쓰는데, 웃기려나?

나는 공장 정문으로 다가갔다.

끼이이익.

공장 정문을 열었고, 꽤나 큰 소리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주목이 나에게 쏠렸다.

"인원 수 파악 끝. 문 역시 정문 하나. 창문 역시 없음. 대장 없음. 빨리 해결하고 가야겠네. 이런 폐쇄된 곳은 내가 들켰을 때도 도망가기 힘드니까."

나는 천천히 정문을 닫아 녀석들이 도망갈 곳을 차단했다.

끼이이익.

섬뜩하게 느껴지는 소리에 녀석들의 얼굴이 흥분한 얼굴에서 이상하고 묘한 얼굴로 바뀌었다.

내가 도망쳐야 할 상황에 오히려 도망갈 곳을 차단하니, 이상함을 넘어 무언가 잘못됐다거나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심지어 몇몇은 벌써 떨고 있었다.
범상치 않음을 느낀 거겠지. 최근까지 사람을 죽인 살기가 녀석들을 압박할테니.

나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피냄새가 난다.
검에서도, 내 손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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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02 17:37 | 조회 : 2,167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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