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사카타 카오루.

"뭐야... 저 꼬맹이 혹시 우리가 미행하는 거 알아차린건가?"

히지카타는 되돌아가버린 카오루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글쎄요... 정말 뭔가 잊은 게 있는 거 아닌가요? 미행에 들킬만 한 요소는 없었는데. 저희 연기도 연기지만 저 녀석과의 거리, 꽤 멀었다구요?"

"하긴, 알아챌 리가 없지. 눈으로도 좇기 힘든 거리였는데."

"그나저나 해결사 안으로 들어갔는데, 어떡할까요, 끌고 나올까요?"

"그래, 끌고... 나오긴 뭘 나와! 범인이라는 증거도 없고 심증밖에 없는데!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지. 저 꼬마의 신분을 보증해 줄 수 있는 이가 나올지도 모르고."

"......"

소고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건지 건물을 뚫어지래 응시한다. 그렇게 한참 응시하다 씨익 웃었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한 장난기 어린 미소다.

"글쎄요... 제 감은 확실하다고 말해주고 있는데... '덫'은 그대로 진행 할까요?"

"그러던가. 근데 왜그리 저 꼬마한테 집착을 하는건데?"

"...... 그래야 재밌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둘은 미행을 헛걸음 했고, 다시 진선조로 돌아갔다.


* * *


"카오루라고 했지? 그럼 카오루는 왜 긴상의 성을 빌려 달라 하는 거야?"

"우주로 나갈려고 합니다. 그런데 표를 얻으려면 보호자 이름이 필요합니다. 신분증을 만드는 데도 필요하고, 동의를 얻는데도 필요합니다. 엄마가 해주시면 좋겠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없습니다."

어이 없어 하는 긴토키라는 사내를 대신해 안경을 쓴 소년, 신파치가 대신 묻는다. 차이나 복을 입은 소녀, 카구라도 묻는다.

... 그냥 몰래 올라탈까? 여기서 범죄가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해서 더 나빠질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근데... 이름을 빌리겠다니... 도대체 아버지가 누구신데, 아버지가 아닌 긴상이 이름을 쓰려는거야?"

"애초에 긴쨩의 이름을 쓰면 위조가 아니냐해."

"그래! 그거야, 카구라쨩! 이건 명백한 위조라고? 잘못하면 긴상 걸리면 감방에서 콩밥먹게 된다고?"

어떻게든 해주지 않으려는 긴토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다시 울컥함을 느꼈다. 그래, 그리 원한다면 밝혀주지.

"이것 참... 협조적으로 나와주신다면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만... 이렇게 나오니 밝힐 수 밖에 없군요, 백야차씨.
위조라고 하셨죠? 굳이 밝히자면 위조는 아닙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쪽이 제 아버지니까요."

툭.

쨍그랑.

내 말에 긴토키는 넋을 놓았고, 카구라는 손님 접대용 센베이를 먹고있다 떨어뜨리고, 신파치는 마시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렸다.

"하.. 하하, 죄송합니다. 방금 이상한 소릴 들어서 찻잔을 떨어뜨려버렸네요."

"아, 센베이 떨어뜨렸다해."

"에... 잠깐만. 긴상 방금 뭔가 이상한 소릴들었는데 말야."

이것들이... 장난하냐? 현실도피?
센베이를 들어 와작 씹으면서 긴토키를 불렀다. 호칭을 조금 다르게 말해서 말이다.

"긴상."

"......"

"에... 아버지?"

"......"

긴토키의 얼굴이 귀신이라도 본 듯이 새파랗게 질려간다. 신파치와 카구라가 동시에 무표정으로 긴토키를 돌아본다.

아니, 조금 경멸하는 표정인가.

"하... 하하, 역시 잘못들은 게 아니었네요...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닐거라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자, 잠깐 신파치? 얘기 좀... 카구라쨩은 긴상.."

"닥쳐라, 저질."

"에?! 방금 표준어 썼지, 카구라쨩?"

긴토키는 당황한 얼굴로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이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꽤 즐겁다.

"긴상은 그런 무책임한 인간이 아니라고?! 무, 물론 가끔 유곽 같은데 갔긴 갔지만, 정말 건전하게 술만 마셨다고?... 얌마, 내가 왜 네 아버지야!"

아냐. 당신 의외로 무책임 할지도 몰라. 그리고 그건 나한테 따지지마. 나도 묻고 싶어. 내가 왜 당신의 아들이야!
근데 어쩌겠어. 태어나보니 아버지란 작자가 당신인데.

"애초에 술도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술 마시고 필름 끊겨 뭘했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 쪽은 백야차 시절 때부터 유곽에 들락날락 한 것으로 아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아야메 말로는 유곽에 왔었다니까. 뭐,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금방 여러번이 되지. 아야메는 두 번 정도 봤다고 했지만, 유곽이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정말 두 번만 갔을 것 같진 않고.

"아니아니아니, 보통 필름이 끊겨도 그 다음날은 완벽히 기억난다고? 게다가 그런걸 잊고 싶어도 잊을 리가아........."

"......왜 말을 하다가 마십니까? 기억이라도 나셨습니까, 아.버.지?"

긴토키는 입을 꾹 다문 채, 두 손을 모아 무릎에 올려놓은 가지런한 자세로 창백해진 얼굴에 식은땀만 흘린다.

"최악."
"저질."
"... 음.. 아버지? 아빠? 어느쪽이 좋습니까?"

그렇게 한참 긴토키의 묵념이 있고 난 후, 긴토키는 풀이 죽어 한 쪽에 쪼그려 앉았다. 대신 신파치와 카구라가 질문을 한다.

"카오루는 몇살이냐해?"

"일단... 10살입니다."

"그... 엄마는 없다고 했는데, 실례가 안된다면 얘기해 줄 수 있을까?"

"뭐, 실례될 건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어머니는 유곽의 기생이었고, 일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 양이지사에게."

"미안... 아픈 기억을 물어봤네..."

"딱히 사과할 부분은 없지만, 굳이 사과를 받아야한다면, 아버지라는 분에게 듣고 싶습니다."

"에? 나?"

쭈그려 있던 긴토키가 슬쩍 돌아본다. 카구라와 신파치가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본다.

"또 무슨 일이 있는건가요, 긴상."

"이젠 실망할 것도 없다해."

"잠깐! 이번엔 아무것도 모른다고?!"

점점 긴토키를 몰아세우는 둘을 막아세웠다. 이런 무한반복 으로 끝이 없을 것 같단 말이지.

"모르는 건 당연합니다. 제 존재 자체도 오늘 처음 알게 되셨는데, 아는 게 더 이상하다고 봅니다. 제가 사과를 받고 싶은 건... 과거, 백야차 일. 그겁니다."

"그게... 무슨?"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겁니까."

내 말에 긴토키가 벙찐 얼굴로 날 바라본다. 어쩐지 허무함도 보인다.

"...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아야메도 백야차란 이름만 알고 있던데."

그는 얼굴을 쓸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 전 솔직히 아비라는 자를 만나면 대화를 나누기 전에 죽빵 한 번 날려주고 대화를 하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니, 너무 남같아서 그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뭘 묻는 거냐? 과거에 무슨 일을 했냐니, 양이지사 일을 했지. 지금은 아니지만."

"다카하시 유이토."

긴토키는 내가 말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되묻는다.

"그 이름은?"

"아마, 같이 양이지사 일을 했을 듯 싶습니다만."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 한 걸 보면 그다지 활약했던 인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기억해야합니다. 원한이라도 산 겁니까?"

"양이지사한테 원한을 산 적은 없다."

내게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눈빛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제 어머니, 아야메는 백야차라는 자를 만나고 난 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고, 그에게 닿을 지 안 닿을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싶어, 일 년전까지 그를 만난 이후의 기생일을 해서 모은 돈을 전부 양이지사에게 기부금으로 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그 양이지사는 백야차와 관계없는 과격파 양이지사였습니다. 일 년전 내통한 꼬리가 잡힐까 불안불안했던 양이지사는 유곽을 습격해 생존자 전부를 참살했습니다.

제가 심부름을 하고 돌아왔을 때, 가족들은 전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들 나름 이유가 있었지만... 납득할 수 없어서 물어본 겁니다."

말하다보니 다시 감정이 치밀어 올라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

"......"

"... 그럼 우주로 나가겠다는 건 어째서냐해? 보통 복수를 하지 않냐해?"

"... 복수, 해봤습니다. 정작 그를 잡은 건 아니니 완벽한 복수가 아닌 복수 비스무리한 거였지만.
근데, 솔직히 별의미가 없더군요. 화풀이로 들었던 검인데, 화는 전혀 가라앉지 않고, 속으로 쌓이고. 허무해지기까지 하더군요.
그러다 그 쪽을 보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어머니랑 대화를 나누었던 대로 우주로 나가보려고.
그러니까 성이 필요합니다.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으로 보호자와 여권을 발행할 수 없으니까."

뭐, 들킬까봐 도망친다는 의미도 있다만 그것까지 알릴 필요는 없겠지. 방금 얘기 한 것도 딱히 거짓말은 아니니까.

아무튼 내 말에 신파치와 카구라는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고, 긴토키는 귀찮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이러면 거절할 수 없잖아."

오... 무상으로 해 줄 생각인가? 기특하다만, 난 어디까지나 의뢰를 하는 거지, 부탁으로 할 생각이 없다.

턱.

돈주머니 전부를 올려놨다.

"우와아! 이게 뭐냐해?"

"도, 돈이 자, 잔뜩."

"전 부탁이 아니라 의뢰를 하는 겁니다. 이제와서 누군가에게 기댈 필요는 없으니까. 빚지는 것도 싫고. 그러니까 선불로 돈의 반을 드리겠습니다. 일이 끝나고 후불로 전부 드리죠.
이렇게 해야, 일 할 맛이 나겠죠? 먼저 받고, 열심히 일을 끝내고 전부 가져가면 되니까. 아, 돈의 절반 만 받고 일을 안하고 튄다면 숙청시켜드리니 걱정마십시오."

"어이어이, 이래도 돼? 여비는 필요 없고?"

"제가 쓸 여비는 따로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야메의 돈을 제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칼이랑 망토를 챙겨야겠다. 칼은 우주로 나가기 전까지 상자에 넣고 매고 다니고... 돈도 챙기고.

다시 골목길에서 칼을 먼저 빼내는 게 우선이겠군. 돈도 거기있으니까. 그리고 긴토키에게 서류 작성과 여권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이제부터는... 이노우에 카오루가 아닌,
사카타 카오루. 적어도 우주를 나가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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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29 22:29 | 조회 : 2,65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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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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