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뭔가... 짜증나

“흐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점심 식사가 맛 없어서 그런 거 아냐? 계속해서 풀반찬만 나오니까.”
시율이의 말대로 그런 것도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내내 기분 나쁜게 하나 걸렸다.
“그것도 있긴 한데 아까 양호실에서 바다에게 안마를 해줬는데.”
“너희… 또 나만 빼고 둘이서 놀았다 이거지?”
“끄어어어… 자, 잠깐만여 시율님…… 강우씨 나 좀 구해줘…..”
시율이의 헤드락에 고통스러워 하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안 죽을 거 잘 아니까 무시하고 얘기를 이었다.
“도중에 웬 여자애가 처들어왔어. 뭐하냐면서. 이름이…… 뭐였더라. 바다야, 걔 누군지 알아?”
“나도 몰라. 난 친하거나 몇 아는 사람 이름 말곤 기억 못하잖아.”
“시율이가 봤음 알 수 있었으려나… 어쨌든 안마하면서 바다가 특유의 이상야릇한 비명을 지르니까 그만하라면서 못마땅해 했거든. 근데 그 모습이… 마치 바다 널 좋아해 하는 것 같아서.”
말하고 나니까 점점 손가락에서부터 힘이 들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짜증… 나려는 거려나.”
또 바다의 외모만 보고 몰려드는 금사빠 같은데……. 짜증나…….
“뭐야~ 우리 강우. 내가 그 애와 바람 날까 봐 그런 거야?”
“아니. 계속 걔가 너한테 끈질기게 치근덕 댈 것 같아서 짜증나.”
박하와 비슷한 것 같은데도 뭐랄까… 딱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애는 박하하곤 다르게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기분이 나쁘다.
“……그럴바엔….”
그 때 뭔가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천천히 느껴졌다.
“강우야. 그럴 일 없으니까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돼. 나하고 시율이가 그 날 약속했잖아. 꼭 곁에 있겠다고.”
“자, 잠깐만! 여기 애들 다 있는 데거든?!”
애들 다 본다고?! 이런 사람 많은 곳에서 뒤에서 껴안고 그렇게 말하면…!
“그리고….”
“……뭐, 뭔데?”
또 뭘하려고…….
“아침에 말 안했는데… 옷 거꾸로 입었거든. 아하하!”
“~~!!”
바다의 말에 서둘러 옷 상태를 확인했다. 근데….
“풉! 뻥이야~. 역시 이런 건 잘 속네~.”
“뒤져!”
바보에게 춉을 날리고 먼저 급식줄에 서버렸다. 정말이지…….

“아야야야……. 촙 한 번 무지막지 하네.”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놀려서.”
“아이고야… 그래도 말야…….”
바다는 맞은 정수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대로 놔뒀음 저번처럼 또 그럴 것 같았거든.”
“그건… 그렇지. 확실히 아깐 위험했어.”
강우가 바다네 양자로 들어오고 학교 생활을 했을 때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서서히 다른 애들하고 대화하고 활동하는 것을 보고 그 때의 상처들이 조금씩 회복되고 나아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아이가 시율이에게 고백하고 거절했는데도 치근덕 대는걸 보고 강우는 그 아이를 말 그대로 없애려고 쇠파이프를 주워 습격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이 바다가 발견해서 미수로 끝났지만 시율이나 바다에게 고백하거나 지나치게 치근덕 대는 애들이 있음 그러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또 그 때처럼 불안하게 만들어서 폭주하는 건 막아야 돼.”
“응. 그래야지. 강우가 그때처럼 어두워지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강우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강우가 바다네 양자로 들어왔을 때 시율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바다도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뭐해~! 빨리 안 오고!”
고개를 좀 돌리긴 했지만 아까 바다가 뒤에서 살포시 껴앉은게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살짝 빨개져 있었다.
“그래그래~. 아. 근데 뺨에 뭐 묻었는데.”
“또 구라네 이거. 이번엔 안 속아.”
“……아니. 이번엔 진짠데. 왼쪽 뺨에 검댕이 묻었어.”
“어?! 진짜?!”
시율이의 말에 강우는 서둘러 왼쪽 뺨을 만져 확인했다.
“어? 어? 뭐야… 손엔 안 묻는데…….”
“풉! 아하하! 안 됐습니다! 훼이크지롱~.”
"...뻥이야."
“아나! 시율이 너까지?!”
바다는 아까 그래서 그렇다쳐도 시율이는 뻥 안 칠 줄 알고 믿었는데 뻥이어서 마치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오른쪽이야.”
“엇… 진짜로?”
“응. 잠깐만. ……됐다.”
시율이는 강우 얼굴에 묻은 검댕을 물티슈로 지워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저, 저기… 아까도 말했지만 다들 보고 있는데…….”
“상관없지 않아? 어차피 전에 안고 보건실 까지 갔는데.”
“그, 그건 지금도 떠올리면 엄청 부끄러운데…… 아니! 그것보다도 빨리 서자! 이러다 정말 자리 놓칠라.”
강우는 괜히 시선이 모이는 걸 못 참아서 둘에게 서둘러 줄 서자고 재촉하곤 줄을 섰고 바다와 시율이도 뒤따라 줄을 섰다.
“역시 이런 상황이 더 재밌다니까~.”
“촙 맞는게?”
“아니. 이렇게 놀려먹는거.”
“너 다 들리거든?”
얼굴은 웃고 있지만 안면이 자꾸 부르르 떨리는 걸 봐선 화난게 뻔했다. 하지만 이건 그냥 놀려서 삐친거니까 바다는 히죽히죽 거리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으아아! 뭔가 얄미워!”
“으헉! 명치 맞으면 나라도 아파!”
“쳇! 잽싸긴!”
“……재밌다며.”
“놀리는 것만이라고 했어 난!”

“흐음…….”
“음… 아닌데…….”
“으음… 아무리 봐도…….”
“……? 뭐가?”
밥 먹고 돌아오니 해성이와 찬규, 그리고 박하까지 미묘한 얼굴로 날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봐도 바다나 시율이 녀석이 뒤에서 안아줄 정도로 귀여운 녀석은 아닌데…….”
“놀려먹기엔 재밌는데 역시 쓰다듬을 정도로 이쁜 녀석은 아냐.”
“내가 더 이쁜데.”
“두 놈은 뭔 괴상한 소리고 심지어 박하 너는 왜 자뻑까지 부가됐어.”
셋 중에서 그나마 정상인 애가 가장 괴상한 소릴 하니까 이게 뭔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까 점심시간에 다 봤다. 아주 깨가 쏟아지더구만.”
“너희들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지? 그냥 깨가 쏟아지더구만.”
“나도… 나도! 그렇게 푸근하게 안겨보고 싶었는데!”
아아아! 있었냐?! 정말이지!
“어땠어! 바다에게 안긴건?!”
“뭐 어땠긴… 사람 몸이니까 따뜻하지. 그리고… 겁나 얄밉던데.”
집에가서 꼭 울릴 거다!
“보통 거기서 남자놈이 안기니까 징그럽다가 아냐?”
“그렇긴 한데…….”

“아하하! 그래?! 근데 나한테도 거의 다 그렇게 말하던데.”
“뭘 그래야, 새끼야. 이거 여자들한테 인기 있다고 말하는 거 보소.”
“근데 알고 보니 예의상~.”
“여자 손도 못 잡아본 새끼는 꺼지지 못할까!”
“이거 고백 받았다고 극딜 넣는 거 봐라. 진짜 웃겨!”
“닥쳐! 여자들 고백을 밥 먹듯 거절하는 얄미운 새꺄!”

“……짜증난데 징그러울 정도는 아니잖냐.”
바다 저 자식… 여자들에게 자주 고백 받는건가…….
“그러냐? 난 지금 얘기 듣고 피눈물이 나는데.”
“나는 내가 고백해도 안 될 것 같아서 절망감이 몰려오는데.”
“그으래~?”
빠직…!
“어… 야… 너 샤프 금 갔는데?!”
“……아. 헐… 샤프 또 사면 비싼데…!”
젠장…! 테이프 감으면 쓸 수 있겠지?!
“근데 너 아까 화는 왜 낸 거야?”
뜬금없는 해성이의 말에 나는 뭔 소린가 싶었다.
“어? 뭐가?”
“아까 바다를 보더니 엄청 빡쳤거든. 샤프까지 금이 갈 정도였잖아.”
“빡치긴 왜… 그리고 샤프 아까워 죽겠는데…….”
“역시 바다 녀석이 여자들에게 자주 고백 받는 것 때문에 열받아서 그래?”
“어? ……그런 것 때문에 열받을 리가…….”
“에이~ 그럴 수도 있지 않냐? 우릴 봐라. 여자 손은 고사하고 얘기도 못 나누잖냐…….”
찬규의 말에 나는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야, 신찬규 이 새끼야. 난 여자거든?”
“안타깝게도 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여자가 아냐…… 푸헙?!”
찬규의 말을 듣자마자 박하가 찬규에게 배빵을 날려버렸다.
……겁나 아프겠다. 제대로 들어갔네.
“이게 뒤질려고….”
“뒤지기 직전 아냐? 그냥 배가 아니라 명치에 들어간 것 같은데.”
“몰라. 이 빌어먹을 놈.”
박하와 얘기할 때 이 얘긴 장난으로도 하면 안 되겠네……. 진짜 죽을지도.
“아무리 그래도 진짜 제대로 들어간 것 같아. 숨을 못 쉬고 눈물까지 흘리잖아.”
“어이구… 이 멍청이. 입이 방정이라니까……. 야, 안되겠다. 이거 진짜 숨 넘어가겠네.”
“……진짜 세게 때렸나보네….”
바보긴 하지만 저렇게 아파하는 걸 보니 아무리 박하라도 미안한 감정은 생겼나보다. 하기야… 이렇게 까지 아파하는데 미안해 하지 않긴 힘들겠지.
“에휴… 멍청이라지만 양호실에 데려가야 겠네.”
“멍청해도 튼튼하니까 좀 쉬면 괜찮겠지 뭐.”
“성가신 녀석 같으니라고… 강우야. 이 녀석 좀 부축 좀 해줘라.”
“그러지 뭐.”
해성이가 오른쪽, 내가 왼쪽을 받아 찬규 녀석을 부축했다.
“…괴…….”
“……응?”
괴…? 괴로운 건가?
“……괴력녀 같으니라고…….”
…….
“……이자식 그냥 매다 꽂으면 안 될까?”
“지금은 참아, 박하야! 다 회복 되면 얼마든지 먹여!”
“그래! 아무리 주둥이가 방정이라지만 지금 이 녀석이 여기서 요절하면 양호실이 아니라 장레식 가야 돼!”
“아아악! 한 번만! 한 번만 저먼 슈플렉스를 먹일 테니까!”
쒸익쒸익대는 박하를 말리면서 이 멍청이를 양호실에 옮기니 체력과 남은 쉬는 시간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
아오…….

4
이번 화 신고 2019-11-04 02:12 | 조회 : 2,429 목록
작가의 말
순수한O2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올렸습니다. 드디어 썼네요. 쓰면서도 다들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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