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주말(2)


“...저기. 아직도 골라야 돼?”
벌써 1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것저것 대보고 있다. 게다가 계속 입히는 걸 시율이와 바다뿐만 아니라 가게 주인 형도 둘 과는 다르게 꼼꼼하게 보고 있었다. 젊게 노실 것 같은 인상과 다르게 엄청 꼼꼼하고 세심한가보다.
“이왕 고를 거 어울리는 걸로 고르면 좋잖아. 아, 이 분홍색 후드남방도 입어 봐.”
“게다가 다른 곳 가봤자 거의 다 비슷비슷 할 거야. 그리고 그 옷은 밝게 있는 편이 좋겠네.”
“옷을 사겠다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지. 안 산다면 사게 만들 거고. 그렇담 속에 입는 반팔은 여기 이 하늘색 옷으로 맞추는 게 낫겠다. 너그들과 동갑인 것 치곤 나이보다 애... 어려보이니까.”
좀 쉬고 싶은데 다른 사람 옷도 아니고 내 옷을 저렇게 정성스레 골라주니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참....
“어때요?”
세 사람의 말대로 탈의실에서 입고 나오자 이번에는 마음에 들었나보다.
“오~ 평상시엔 항상 하얀색 티에 그냥 청바지라서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밝아도 색상이 있으니 분위기가 확 바뀌네!”
“그러게. 게다가 연한 분홍색과 하늘색인 조화도 이상하지 않고.”
“후... 이걸로 한 건 또 올렸나.”
이걸로 옷하고 바지를 하나로 치면 6벌 짼가. 많이 샀네. 겉옷도 있으니까 실제론 10벌이 넘어간다.
“오늘은 이 정도만 고르는 게 낫지 않을까? 이젠 장도 봐야 하는데 들고 가기 힘들어질 거야.”
“음... 그럴까? 가을, 겨울옷은 다음에 맞춰도 되니까.”
“형. 여기 카드요.”
“감사합니다, 손님. 가을에도 겨울에도 이용해주십시오.”
“네, 형. 오늘 같이 골라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다음에도 사러 오면 제대로 골라줄게.”
한 두 가진 좀 이상한 옷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고 셋 다 어울린다고 했으니 만족하고 가게에서 나왔다.
다만....
“...생각보다 빵빵하네.”
종이백에 넣었을 때 나도 세 봤는데 무려 16벌이나 된다. 생각보다 빵빵해서 장보기엔 힘들 것 같다.
“이래선 오늘 장보기 힘들겠는데.”
“집에 돌아가 갖다 놓고 다시 나오기도 귀찮고.”
응. 귀찮지. 무쟈게.
“...그러면 오늘 장보는 건 포기하고 해보고 싶은 거 해볼까?”
내 말에 둘은 어떤 거?란 얼굴로 날 쳐다보고 나는 씨익 웃었지만 작게.
“데이트.”
라고 말하자마자.
“좋아!”
“우와아아?!?! 여기 길 한복판인데 그렇게 들으면 어떡해?!”
아이고! 사람들 시선 다 쏠리네! 괜히 말했다!
“진정해라, 이놈아.”
보다 못했는지 시율이가 제지했다.
“좋은데 어떡해!”
“그건 듣고 나서 나중에 기뻐해도 돼. 우선 오늘 하루 묵을 방부터 잡자.”
“우리 미성년자라 방 못 잡거든?”
보나마나 수상하게 여겨지겠지.
“우선 밥부터 먹자.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데이트 할 만 한 돈이 없네.”
지갑을 가지고 오긴 했어도 여기저기 돌아다닐 정도로 많진 않다.
“괜찮아!”
“이러라고 카드 있는 거니까! 펑펑 먹고 싶은 거 먹고 놀러다니고 싶은 곳 마음껏 놀러가는 거야!”
“낭비하면 못 쓴다. 그리고 시내만 돌아다닐거고.”
이렇게 오늘 계획한 것은 휑 날아갔지만... 이렇게 노는 것도 괜찮겠지. 하루 저녁 못 차린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우선 식사부터 하자!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첫 판부터 호화코스네?!”
바다의 말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딴질 걸어버렸다. 그렇게 호화스런 곳을...!
“뷔페도 아니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호화라니. 나중에 커서 더 멋진데 가면 어쩌려고.”
황당하다는 시율이의 말에 나는 반은 장난 반은 진심으로.
“그때는 내 액수 개념을 초과해서 기절할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 난 워낙 검소한 사람이라서.
“그럼... 우리 둘과 결혼하면?”
남들에겐 안 들리지만 나와 바다에게 들릴 정도의 그 말은 깜짝 놀라 저절로 상상해봤지만... 결국 하나 뿐이었다.
“몰라, 멍청아....”
그걸 어떻게 말하냐고... 그것도 시내에서.
“어른이 되면 바빠져서 제대로 밤일을 못하게 되지.”
“현실적인 결관데 냉정하게 말하니 어른되기 싫어지네.”
그러게. 말만 들었을 뿐인데 일에 채이고 채여서 피곤에 절여버린 모습이 확 떠오른다.
“그러면 여유 있을 내내 하면 돼. 예를 들면 지금이라든가~.”
“은근슬쩍 엉덩이는 왜 만지냐고...!”
“둘에게 배고파서?”
누가 들으면 시선쏠릴 말에 뭐라 말하려고 했는데.
꼬르륵~.
바다의 말과 동시에 배에선 음식을 달라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풋! 밥이 가장 우선인거 같은데.”
“배가 더 솔직하네.”
“아니! 솔직한 건 내 말이거든!”
“그런 말을 크게 하지 말라니까!”
집에서 하면 상관없지만 밖에선 신경 좀 쓰라고!
“어쨌든 바다가 배고프니까 첫 코스는 음식점이네.”
“응. 아, 참고로 난 싸고 양 많은 데가 좋아.”
“자기야~. 우리 강우가 뷔페에 가고 싶다는데요.”
행동은 평범한데 누가 들으면 흠짓하겠네!
“여보는 어디가 좋은데?”
근데 그 흠짓할 말을 한 술 더 뜬다.
“둘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지!”
“저기... 둘이서 부부라면 난 뭐야?”
둘이서 부부관계가 되버렸으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내인데.””
“어? 남편이 아니고?”
이래봬도 바다보다 똑 부러지는데.
““그거야 네가 리드하는 것 보단 네가 헐떡이는 게 더 귀여우니까. 답은 이미 정해졌지.””
“답정너냐. 그리고 둘이 말하는데 토씨하나 안 틀리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너희 둘이만 리드를 해버리니까 그렇지.


<프로필 3>


이강우

키: 167cm 몸무게: 45kg

외관: 외관만은 유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앳된 인상.

특이사항: 셋 중에서 가장 가정사가 어둡다. 오죽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 걸 넘어 제발 좀 죽어달라고 할 정도. 현재는 기록으론 바다네 가족의 양자지만 아직 아줌마라고 부를 때가 있다.
참고로 예전에 친가족과 있었을 때와 현재 시율이와 바다와 같이 살 때의 성격이 정 반대다. 어렸을 때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우물쭈물한 성격이라면 지금은 셋 중에선 입이 가장 험하고 행동 또한 시율이와 바다를 제외하곤 과감하고 가차 없어서 겉인상을 깬다.

좋아하는 것: 시율이와 바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곳. 시율이와 바다네 가족들.

싫어하는 것: 친부모님과 친형제들. 장롱 안. 붕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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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12 02:28 | 조회 : 3,887 목록
작가의 말
순수한O2

이번주에 시험을 4개! 다음주에는 시험이 3개! 이 세 명은 어떤 주말을 보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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