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뜨끔뜨끔

“.......”

부스스 눈이 떠지면서 양 옆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무거운 느낌도 같이 왔다. 시야가 흐릿하지 않고 뚜렷해질 때 왜 무거웠는지 알았다. 오른쪽에는 시율이가 왼쪽에선 바다가 날 안고 있어서 그렇다.

“아윽...! 엉덩이 아파....”

어제... 진짜 장난 아니었지. 둘 다 그렇게 박아놓곤 지치지도 않아서 내가 먼저 실신해버렸다. ...나도 발정나서 엄청나게 박히긴 했지만.

“끄응...! 후아~!”

둘 사이에 낑긴 몸을 둘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해서 빼고 시간을 봤다. 어제 겪하게 했지만 저녁도 안 먹은 대신 이른 시간에 해버려서 무려 5시 반에 일어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오늘 학교가기 되게 귀찮은걸. 그냥 빠지고 싶다.

“...그냥 더 잘래. 허리하고 엉덩이 아프고... 아, 못가겠어. 무리무리.”

게다가 학교 따위보다 지금 바다와 시율이 사이에 끼어서 자는 게 더 좋고.

“그래서. 오늘은 빠지고 싶어?”

“힉!”

갑자기 말이 들려서가 아니라 엉덩이에서 뭔가 스쳐지나간 느낌에 깜짝 놀라 신음소릴 내버렸다. 목소리부터 누군지 알았고 이렇게 짖궂은 짓을 하는 녀석은 시율이는 안 한다.

“뭐야, 깨어있었어?”

이런 짓을 할 녀석은 바다 말곤 없다. 능글맞은 얼굴로 히죽히죽 웃는걸 보니 어제 안 지쳤나보다. 이 녀석은 박는 것뿐만 아니라 박히기도 하고 입으로 빨리기까지 했는데.

“응. 흔들려서 깼어. 근데 어제 더 하고 싶었는데 네가 먼저 가버려서 더 하긴 좀 그랬어.”

“너희들이 엄청 세서 그렇거든? 게다가 난 어제 학교에서도 네 로더 때문에 몇 번이나 가버려서 그 점을 고려하면 난 엄청 오래 버틴 거라고.”

그 땐 정말 들킬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하고 또 두근두근 거리기도 하고... 복잡미묘하네.

“그렇구나. 그럼 이번엔 다른 걸로....”

“안 해. 것보다 어떻게 이런 걸 구한 거야?”

이런 거란 어제 내 엉덩이에 박아 하루종일 작동시켰던 로더였다. 처음 이걸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데. 미성년자밖에 없는 집에 성인도구가 있을 줄이야 라고.

“아직 어리네~. 요샌 인터넷으론 대부분은 다 살 수 있다고.”

그런 거는 성인인증 받을텐데 그걸 돌파하고 샀단 말야?

“으음... 다들 일어나서 뭐해?”

“아, 깨워버렸네. 그냥 어제 한 것과 이 물건의 출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어.”

“...사실 그 도구 내가 바다에게 쓸려고 산 건데.”

이른 아침부터 반전을 일으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이거 바다가 산 거 아녔어? 야, 너 인터넷에서 샀다매?”

그러자 바다는 뻔뻔한 얼굴로 답했다.

“난 인터넷으로만 살 수 있다고 했지 내가 샀다고는 안 했는데.”

그리고 대답도 뻔뻔하다. 그나저나 이런 매니악한 걸 설마 시율이가 샀을 줄이야.

“근데 나 바다가 이걸 넣은 걸 본 적이 없는데.”

“샀는데 다음날 사라졌어. 바다가 가져간 건 짐작했는데 찾질 못해서 찾다가 귀찮아져서....”

잊어버린건가. 그나저나 원래 바다에게 쓸 거라면....

“에이~ 뭔 소리야 시율아. 나보다는 울릴 맛이 있는 강우에게 쓰는 게 더 낫잖아~.”

하!

“지금 생각해보니 네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

갑자기 막 울려보고 싶네? 정확히는 필사적으로 참으려고 하는 주제에 가버리는 걸 보고 싶다.

“아니아니아니~ 가버리는 얼굴 중 가장 귀여운 건 너고 가장 요염한 건 시율이거든. 그러니까 나한텐 안 어울린다 이거지...!”

“요염한 건 인정하는데 가버리는 얼굴이 가장 예쁜 건 너니까 네가 가장 제격이라고 생각하거든...!”

이거봐라? 팔에 힘들어가네?

“그러면 둘 다 하면 되잖아.”

.......

““네?””

저, 저기요?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서 두 개 샀거든.”

어느 새 시율이는 안경을 썼고 우리들 손에 있었던 로더와 방금까진 없었던 또 다른 로더가 들려있었다. 게다가... 안경이 빛나고 있다...!

“저, 저기 시율아. 왜 두 개야? 아! 둘 다 이 로더 도둑에게 넣으려고 하는 거구나~.”

“아니지! 하하하! 나보단 강우만 하는 게 더 어울리고 좋잖아!”

“아니. 난 둘 다 사이좋게 계속 발정하면서 사정하는 걸 보고 싶어졌거든. ...그러니 엉덩이 대 줘.”

“.......”

“.......”

천천히 다가오는 시율이의 행동에 나와 바다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부둥 껴안고 오들오들 떨었다. 비유하자면 늑대에게 몰려 먹히는 공포를 느끼는 양과 같달까. 그만큼 지금 얼굴은 옅은 미소만 짓는데도 안경 너머로 이성이 안 보이는 동공 없는 눈을 보니... 정말 무섭다.

“...아니면 다른 걸 원해?”

““...아뇨. 제발 그걸로 마음껏 박아주세요.””

나와 바다는 더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하란대로 했다. 저 미소는 이미 스위치가 들어갔고... 무엇보다 그 다른 것이란 게 무언인진 알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아침부터 고생했어. 둘 다 가버리는 표정 진짜 귀여웠어.”

“그, 그거 다행이네에에에....”

“흐아아... 엉덩이 아파....”

바다는 모를까 난 무려 어제와 이어서 2연속이나 했으니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자, 아침도 다 즐겼으니까 슬슬 씻고 나갈 준비 하자.”

““이렇게 힘이 다 빠져버린 상태에서 어떻게 가!””

본인의 정력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시죠 시율 씨!

“그래도 힘이 빠진 것 치곤 많이 가버리던걸.”

그, 그거야! 결국 어제처럼 되버리고 말았으니까 그렇지!

“게다가 둘 다 더 해달라고 엄청 졸라댔으면서. 난 분명 그러면 지쳐버릴 거라고 얘기했다.”

“화, 확실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로더뿐만 아니라 손가락까지 넣어서 휘젓는데 어떻게 말을 안 하겠냐고!

“아무튼 오늘은 무리! 어제도 짜질대로 짜졌는데 오늘은 도저히 못 움직이겠어!”

“저도저도 무립니다! 아아~ 몸이 안 일어나져!”

“그러면... 오늘은 건너뛰어도 되는데 우리들 중 다 빠지면 이상하게 볼테니까 내가 가는 수밖에 없겠네.”

.......

“하아~ 어쩔 수 없지.”

.......

“나 혼자서 쓸쓸히 있는 수밖에....”

“아~~!! 왜 그렇게 쓸쓸하게 말하는 거야! 엄청 죄책감 드네!”

“이거 신종고문이야? 나도 엄청 죄책감이 드는데.”

“그냥... 둘이 없다 싶으니까 쓸쓸하다 싶어서.”

학교에 있을 땐 비밀 준수여서 접촉할 틈도 없잖아. 게다가 슬프지만 다들 무뚝뚝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접근하는 애들도 별로 없고.

“...아, 알았다구.... 가면 되잖아.”

“그래! 그러니까 그런 애절한 눈으로 보지 말아주라!”

바다 말대로다.

정말 양심에 찔린다! 찔릴 짓도 안했는데!


“안녕~.”

결국 평소처럼 등교해버리고 평소대로 옆 짝궁인 박하와 우리 둘 앞자리에 있는 해성이와 찬규에게 인사를 건넸다. 셋은 서로 모여서 얘길 나누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게임인 모양이다.

“응. 안녕. 근데 어제도 늦었는데 오늘도 늦게 왔네. 무슨 일 있었어?”

이 4명중 유일한 여자애인 박하의 평소답지 않은 예리한 말에 조금이지만 뜨끔했다.

“그러게. 한 번 아슬아슬하게 오면 이틀이나 사흘간은 제 시간에 오면서.”

해성이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나보다. 근데 나 그렇게 시간 개념이 규칙적인 편이었나.

“나는 늦은 것보다 이 녀석 몸에서 나는 냄새가 더 궁금한데. 이상하게 좋은 향기 나지 않냐?”

찬규는 둘과 다르게 내 몸에서 무슨 좋은 냄새가 난다고 킁킁거렸다. 찬규의 말에 박하와 해성이도 킁킁 거렸다. 물론 샤워해서 그런 거겠지만 아무래도 아침에 시율이와 바다와 밤에 거의 항상 하던 짓을 해서 남은 채취가 날지도 몰라 들키지 않을 걸 아는데도 들킬까봐 속은 쓸데없이 두근두근거렸다.

“아, 정말. 뭔가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아침에 샤워하고 왔냐?”

“아침에 몸이 좀 끈적거려서.”

시율이와 바다걸로... 지만 보통은 더워서라고 생각하겠지 뭐.

“그래? 흐음~. 근데 바디워시 냄새 치곤 뭐랄까... 상당히 진한 것 같은데.”

“쓸데없이 민감하네! 오늘은 코 뻥 뚫린 거 아냐?”

오늘은 이 녀석들 답지 않게 쓸데없이 예민하고 집요하네...!

“게다가 뭐랄까... 오늘은 뭔가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어제 늦게 잤어?”

“응? 아~ 조금.”

으으... 역시 어제도 엄청 가버렸는데 오늘 아침에도 가버리니까 티 다나봐 역시....

“...안녕.”

이 조용한 목소리에 간결하게 인사만 말하는 사람은 우리 반에 단 한 명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며 집에선 학교에서완 다르게 도S기를 보여주며 정력이 가장 강한 녀석. 시율이다.

“응. 안녕, 시율아.”

미리 정해놓은 대로 인사를 나누고 시율이는 자기자리로 가버렸다. 그런 우리를 박하와 해성, 찬규가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매번 보지만 대체 어떻게 시율이가 먼저 인사까지 건넬 정도로 친해진 거야?”

“어? 어떻게냐고 말해도... 그냥 말 한 번 걸어보면 되잖아.”

박하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시율이에게 뭔가 다가가기 어려운 걸까.

“그게 쉽지 않으니까 그렇지. 조용하고 뭔가 음침한데.”

해성이의 말에 한 대 때려주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안 음침해. 조금이나마 대화라도 해보면 안 그래.”

“흐음....”

찬규는 뭔가 수상하단 얼굴로 날 뚫어지게 쳐다봤다. 얘 오늘따라 왜 이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아까 시율이에게도 너와 똑같은 냄새가 나는데.”

윽...!

“우연히 같은 샴푸나 바디워시 쓰나보지! 그게 뭐가 이상하다고.”

찬규녀석 오늘 아침에 뭔가에 머릴 세게 부딪친 게 분명해. 매번 설렁설렁인 녀석이. 아니면 우리들 연기가 그렇게 허술한 편인가.

“여~! 넷 다 안녕~!”

갑자기 어깨에 묵직한 게 올려지고 동시에 박하 쪽으로 몸이 쏠렸지만 턱하고 잡혀 넘어지진 않았다.

“아~! 강바다, 위험하게 넘어질 뻔했잖아!”

“미안미안~.”

이 녀석은 집이나 학교서나 언제나 이렇다. 가끔 맛이 가는 경우는 집에서만이라 다행이지만.

“응. 안녕, 바다야.”

바다를 보자 박하의 얼굴이 더 밝아졌다. 아니 밝은걸 넘어 화사해졌다. 저건 틀림없이 좋아하는 얼굴인데 아무리 박하라도 바다는 넘겨줄 수 없다.

“하이.”

해성이는 평소와 별 차이 없고.

“...뭐야, 아까 시율이도 그렇고 바다 너까지 강우와 같은 냄새가 나는데?”

찬규 이 자식... 냄새 페티시라도 있는 건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걸 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아~ 샤워하고 왔거든.”

“뭐야, 너도?”

“그러면 같은 향기 나는 건 뭐야? 둘이서 같이 샤워했냐?”

정확히는 둘이 아니라 셋이지만 들킬까봐 아까보다도 더 두근두근해졌다.

“어제 저녁에 장봤을 때 강우와 만났는데 그때 강우가 추천해준 바디워시와 샴푸를 사서 썼는데.”

와... 어쩜 저런 거짓말을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말할 수가 있지.

너 임마. 장보러 한 번도 안 가잖아.

‘...라고 이 상황에 말할 수도 없고...!’

말하면 분명 오늘 쓸데없이 민감한 찬규에게 수상하단 걸 들키겠지.

“흐음~ 그래? 그럼 시율이는....”

“우연 아냐?”

우연은 무슨. 오늘 아침에도 같이 샤워하고 등까지 밀었잖아.

“그런가?”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럼 난 1교시를 위해 잘랜다.”

그렇게 말하곤 역시 총알같은 경쾌한 성격답게 자기자리로 홱 가버렸다.

“근데 바다도 어째 피곤한 안색이었는데. 평소와 다르게.”

“에라이. 좋아하니 이젠 안색까지 파악이 다 되냐.”

해성이가 야유하자 박하는 뭔 참견이란 얼굴로 반응했다.

“그게 뭐? 내가 좋아하는데.”

미안한데 그건 안 된다, 박하야.

9
이번 화 신고 2017-04-15 01:04 | 조회 : 9,477 목록
작가의 말
순수한O2

어? 댓글이 달리다니;;;;;;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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