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침묵이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우리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울다가 쓰러지듯이 그의 품에 안겼었고,
그는 그런 나를 가만히 안고 소리없이 울었다.


우리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냈다.
나는 배가 고파 당장이라고 쓰러질 것 같았었는데,
그의 사랑을 먹었는지 이젠 배고픔도 생각나질 않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확인받고 싶은 것도 많은데
지금 이 순간을 깨고 싶지 않았다.

마주보고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순간이
왠지 미치도록 소중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나를 따뜻해하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그 기분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끝까지 그는 내게 사랑한다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사랑을 느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게 이런 뜻일까?

지금까지 해본 사랑이라고는 선생님과 하고 있는 이 미친짓밖에 없어서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이유로 싸우고, 화해하고, 더 애틋해지는지 모르겠다.


거실에서 전화가 울리는 게 들렸다.
일어나야 하나,

혹시나 중요한 전화일까봐 부스럭 거렸는데 그가 가만히 나를 잡는다.


진동은 얼마 안가 끊어졌고,
나는 내 손목을 붙잡은 그의 손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그 손으로 나를 잡는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불안하다는 듯이.


나는 이 작업실 안에서 오로지 우리밖에 없음에도
세상 사람들이 다 있는 듯이 황홀함을 느꼈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이 사람은 나에게만 이런 사람이야.



내가 그를 안아준적이 있었나.
나는 그의 고개를 끌어안았다.
생각보다 편안했다.

그 안락함에 눈이 멀어 하루종일 잤음에도
또 잠이 들었다.


이번 꿈에서 깨고 나면,
침묵을 깰 수 있겠지.


나는 진동소리 따위는 이미 저 너머 어딘가로 잊은 채로
그렇게 그와함께 잠들었다.


선생님은 아마
그림을 완성하지 않은 채로 잔 건 처음일 것이다.

나는 그의 편한 휴식을 위해서
그리고 내 마음의 안정과 믿음을 위해서

나중일은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우리만 믿으며 잠들었다.


섹스를 하지 않고 잠드는 하루는 그 어느때보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5
이번 화 신고 2019-02-22 00:09 | 조회 : 1,241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짧아서 죄송합니다...ㅠ 다음 스토리가 나오기 전에 짜르려고 하다보니...!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