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아 맞다, 전화...."




잠에서 깼다.
내 옆에서 여전히 그는 자고 있었다.

선생님이 이렇게 오랫동안 잔 적이 있었나....



"선생님도 사람이구나..."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나는 정말 이사람이 인간이 맞을까 생각해본적도 있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무언가에 미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뭔가 패턴 자체가 워낙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전화왔던 게 생각이 나서 거실로 나가려고 부스럭거렸다.
내가 꿈지럭거리자 그도 조금 깬건지 잠결인지 나를 붙잡았다.


왠지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조금 더 누워있었다.
오랜만에 같이 여유좀 부려보자.

우리, 너무 오랫동안 달렸어요.




위잉-


그런데 또다시 진동이 울린다.
한번만 울리는 걸 보니 문자인가보다.

뭔가 감이 좋지 않아서 일단 거실로 나갔다.

최대한 선생님이 깨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핸드폰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전화가 와있었다.


"부재중이 왜이렇게 많아....?"



갤러리 측에서의 전화였다.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편이 아니었다.

꼭 지켜달라고 하는 것들만 전달한 뒤 믿고 맡기는 편이었다.
트러블이 생길 일도 없었는데, 무슨일이지.


갤러리를 열 때마다 맡겼던 업체라서
유일하게 소통을 하는 회사였다.

장소 협찬이나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고
비밀 보장을 잘 하는 면이 마음에 들어 유일하게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였는데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인 걸 보면 일이 생기긴 생긴 모양이다.



[확인 하시는 대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문자까지.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고화백님 매니저입니다. 문자받고 연락드렸는데요."


이제야 연락이 됐냐면서 회사 측에서는 빠르게 용건을 전했다.



"...지금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허겁지겁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려는 때였다.



"기다려"



그의 말 한마디에 안절부절 못하던 내 조급함이 가라앉는다.
언제 깬건지 그가 침대에서 나직하게 나를 불렀다.



"같이 가야할 것 같군."



무슨 일인지 눈치 챈건가?
아니면 그냥 급한 일 정도로 생각하시는 건가?


내가 하도 불안해하자 그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큰 우주가 내 안에 들어온다.



"아무 일도 없을 거다."



그래, 그가 그렇게 말한걸 보면 그럴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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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4 03:15 | 조회 : 1,059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이젠 작업실 밖의 세상에 발을 디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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