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선생님. 점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온통 땀 범벅이었다. 한바탕 사랑을 치루고 난 뒤의 우리는.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가면서, 넌지시 말했다. 투정을 부리고 싶었던 거라면, 맞다.


"이번 전시회... 확실히 규모가 크잖아요. 비용도 그렇고, 경매도 그렇고..."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아아, 그가 궁금한 것은 오로지 그것 뿐.


"그냥... 의심할만 하잖아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잔뜩 들어 찬 전시회라니."
"남자 인 건 어떻게 알고."
"그야... 그렇게 보이니까."
"자기들이 생각한 게 전부인 줄 알지."


그가 거품을 내서 내 가슴께를 닦아준다. 미끌거리는 손이 지나곡 거품이 온 몸에 퍼져나간다. 거친 아까의 모습과는 다른 이런 점이 나를 끝끝내 그로부터 달아나지 못하게 만든다. 구속시킨다. 아니, 구속시켜 달라고 애원하게 만든다.


"판판한 가슴을 내놓은 그림이라고 해서,"
"앗...."


그가 거품을 헹구고 그 자리에 입을 맞춘다. 그의 입술은 내 가슴 가운데를 천천히 타고 흐른다.


"여자가 아니라는 법은 없지."


샤워기를 머리 위로 들어 몸에 남은 거품을 모조리 휩쓸어 내린다.
우리 둘에게 남아있던 거품들은 모두 아래로 내려가고 그의 간지러운 손길만이 몸에 남아있다.


"그렇다고 여자의 가슴을 내민 그림을 그릴 필요도 없어."


그는 내 몸에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도록 온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미 몸에 새겨진 그의 흔적들과 몇몇 물감들은 약간의 흐릿한 자신의 색을 남겨 놓은 채다.
그의 손에서 채 사라지지 않은 물감들처럼.


"말 하게 될 날이 오겠지. 그럼 알아서 잠자코 수그러들거야."
"선생님이 직접 해명하신다고요?!"


그건 싫다.
선생님 입으로 그 그림들이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모습을 보긴 싫어.


"대리인을 쓰겠지."
"......"
"물로 네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거짓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널 위해서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으로."
"그게... 누군데요."


그가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본다.
아, 싫어. 안돼.


"안돼요. 그여자는..."
"내 입으로 말할 수도 없어. 그 작자들이 떠들게 놔둘 수도 없고."
"하지만....!"
"그 여자가 나를 만나는 일은 없을거다."


어쩜 그는 이렇게도 나를 잘 알고 있을까.
나는 내가 만나는 것이 싫은 게 아니라, 그 여자가 선생님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불쾌했던 것이었다.

어차피 질긴 인연, 이렇게라도 이용할 수 있다면, 그를 위해서라면 내가 만날 수 있다.

역겨운 녹색의 그 눈동자도, 얼마든지 마주할 수 있어.


"언제...말씀하실 건데요?"
"확실하진 않아. 네가 신경쓰지 않는다면 아마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
"......."
"아니면 내 그림에 대해 모욕을 하거나, 내 작품이 마음대로 해석되어 발표된다면.."


그는 젖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겼다. 제법 자란 머리가 그를 한층 더 성숙하고 섹시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니 괜찮은 척 할 생각은 접어."
"제가 숨겨봤자 선생님은 못속이는 거 아시면서..."


그는 나를 번쩍 안아올려 세면대 위로 앉혔다. 이러다가 부러지는 거 아니에요?
장난처럼 말했지만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맞출 뿐이었다.
부드러운 그의 살결이 촉촉하게 내 손에 착 하고 감겨온다. 행복하다.

그래, 이거면 됐어. 그 여자를 볼 일은 생기지 않을거야.


3
이번 화 신고 2017-09-08 22:08 | 조회 : 1,656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이제 곧 심야영화도 출간 될 예정입니다. 완전히 새로워졌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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