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네.. 인터뷰는 이정도면 될 것 같네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수고하셨습니다. 기사는 아마 한 달 뒤쯤 사이트에 올라갈거에요."

"저, 갤러리 상황 보고 드리려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아 네. 그럼요."



기자만 오는 줄 알았더니 갤러리 담당자는 또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같이 왔다.
찝찝한 일이 있던 언론사라서 약간 꺼려졌는데, 다행히 인터뷰는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담당자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끼어든다.
사무실 책상 위엔 과자가 놓여있고 그걸 집어먹으려다가 입맛이 확 떨어져서 그만 두었다. 저 사람의 히죽거리는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악질 기자나 다름 없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기자들이랑도 인맥이 이어지는 거겠지.
제일 큰 규모로 전시회 열어준 것만 아니었어도 마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쓸데없이 돈만 많아서는......


"이번 전시회는 사실 저희 측에서도 많이 위험 부담이 있었습니다."
"아...네. 그러셨겠죠."
"그래도 고 화백님 작품이니 믿고 기획한 거지만요. 허허"


쓸데없는 말의 연속이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 가격, 경매 등...
이미 다 계획해 놓은 걸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럼 다 된건가요?"
"네. 그런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뭐 하나 좀 여쭤도 될까요?"


200프로 확신한다. 저건 실례되는 질문 하기 전에 자기 맘 편하려고 하는 말에 불과하다.


"아... 무슨 질문이시죠?"
"이번 전시회 그림들, 실존 인물이거나 관련 된 사람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이번 전시회의 모든 그림들은 전부 나를 그린 거거든.

당신 같은 사람들은 죽어도 알아보지 못할 작품들인데, 감히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하다니. 나는 손에 땀이 나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화백님의 사적인 질문은 안받기로 했었는데요."
"그건 알지만... 저희끼리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림 얘기인걸요."
"저는 선생님의 대리인 일뿐 자세한 그림의 내용은 전달 할 수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가슴이 저렸다. 대리인 일뿐...
아니라는 것을 가슴깊이 알고 있지만서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대답해야 할 때면
철 없는 아이처럼 가슴이 아파오곤 했다. 얼른 돌아가고 싶다.


"흐음.... 알겠습니다. 괜한 질문이었군요. 유난히 신경쓰시는 인물인 것 같아서요."
"자신의 명작을 까다롭게 다루는 건 화가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기자는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당장 한 달뒤에 전시회만 아니었어도.


*


"선생님, 저 왔어요."


터덜거리며 연습실 안으로 들어섰다.
선생님은 그림을 거의 마무리 지으신 상태였다. 도통 쉬지를 않으시네.
물론 오늘 그리는 모습 역시 나였다.


"선생님, 저 좀 안아주세요."


나 한낱 대리인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가 그림을 그릴 때 건드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안기고 싶었다.
내가 오늘 얼마나 피곤했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그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채 끝까지 색을 칠하기도 전에 붓을 내려놓았다.

천천히 내게 다가와 머리를 감싸며 안아준다.
그의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다. 그의 심장은 좀 처럼 빨리 뛰는 일이 없을거야. 그게 선생님에게 더 어울려. 나는 생각했다.


이제 한 달 뒤면,
가장 번화한 한 가운데 열리는 전시회 안에,

온통 내가 가득 찬다.


2
이번 화 신고 2017-09-08 11:18 | 조회 : 1,586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뜸하게 와서 죄송합니다... 전에 썼던 게 다 날라가서 간신히 다시 썼네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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