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다 그려졌다.
눈동자는 온통 나를 향해있고
그의 그림속엔 총 11개의 눈동자.

간혹 그가 뜻을 담은 그림을 그릴 때면 나는 소름이 돋곤했다.
그것을 한번에 알아차리는 나도 신기했고, 사람의 머릿속에서 저런 생각이 나온다는 것도 신기했다.


"선생님은 정말 천재같아요."


내가 늘 하는 말이었지만 그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날 더 아껴주었다.
나에게 인정받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불현듯 그가 말했었다.

그림이 완성되었으니. 어서 날.




"이리 와."


선생님의 부름이 떨어지기도 전에 나는 나비처럼 날아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꽃에 안착한다.
고흐의 두 무릎은 기꺼이 날 허락한다.

그의 위에 앉아서 키스를 했다.
꺼끄러운 그의 자라난 수염마저 사랑할 수 있어.
나는 그의 거친 손길이 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그를 가둬놓고 그림만 그리게 했던 화가가 갑자기 부러워졌다.

이렇게 날 소중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는 선생님을 하루종일 가둬놓았다는 것 아닌가.
온전히 소유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자신을 위해서 그림만 그리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진 않았을까?

정말 선생님은 그의 돈벌이 수단이기만 했을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선생님은 귀신같이 내가 다른 생각에 빠진 걸 눈치챈다.
그에게 사죄하기 위해 그에게 매달려 또다시 퍼붓는 키스.
좀전과는 상이하게 완전히 쏟아내는 나의 모습에 그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를 번쩍 들어안은 채 침대로 갔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선생님은 예술 그 자체.
아직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그의 손은 나의 온몸을 쓸어내린다.
내 아래는 어느 새 아플 정도로 부풀어 있었고,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망설임 없이 그의 것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에서 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았다. 그는 내가 정성껏 그의 것을 핥는 동안
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다가 거친 숨을 쉬며 머리칼을 쥐었다.


조금씩, 조금씩 더 안으로 넣으려 들어가는 힘이 날 더 쾌락으로 밀어넣었다.



"흐읏...."


그의 숨이 완전히 제어를 하기 힘들 정도로 거칠어졌을 때,
간신히 입을 떼고 나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엄청난 힘으로 날 짓누르고 축축한 그것으로 나를 지배한다.


완전한 쾌락의 시작이었다.
삐그덕거리는 낡은 침대의 소리가 귀에 들려오지 않을 정도로 그 방안은 우리의 호흡이 가득찼다.
오늘따라 더 나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몸짓은 딱딱해진 내 것이
이와중에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하응...."


비음이 섞인 신음을 흘리고도 놀랐다.
내가 이런 목소리도 낼 수 있었나.


내 신음을 듣고 그는 더 격렬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더 가빠지며
숨이 막히는 그 흥분을 즐겼다.

우리를 구경하는 11개의 눈동자.
그들은 우리의 사랑을 부러워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즐거웠다.
미칠 듯이 행복한 나를, 나의 이 흥분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뒤돌아."


짧은 그의 명령과 함꼐 우리는 잠시라도 떨어지길 거부하는 사람들처럼 급하게 자세를 바꾼다.
우리의 몸은 단 1초라도 떨어질 수가 없어.


설탕이 떨어지 듯 달콤한 그의 입술이 내 등에 닿는다.
둔부에 얹어진 그의 손은 억세게 살집을 부여잡는다. 아프지 않다. 오히려 너무 좋아.



"하읏...아, 선생님...!"
"...후......읏,"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찾아보니 반나절이 흘러가 있었다.
우리는 쉬다가도 가슴을 맞대고 지쳤다가도 그곳을 맞대고.



"저도 선생님을...가둬놓고 싶어요."


선생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천장으로 향했던 눈을 내게 돌린다.
내 손을 가져다 본인의 눈을 가린다.



"이미."



아아, 나는 그의 눈.
그가 보는 것들은 나라는 태양을 통해 반사되는 것들일 뿐.
그의 세상은 곧 날 통해서 있다.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우리 선생님.


나는 그가 바라보는 태양이고, 그는 고흐의 해바라기와도 같다.





2
이번 화 신고 2017-03-28 00:41 | 조회 : 1,904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너무너무 오랜만입니다ㅠㅠㅠ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