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그곳은...어땠어요?"


왠지, 오늘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오늘만큼은 그가 내게 털어놓아줄 것 같았다.

그는 강하지만 상처가 없진 않으니까.

내게도 철저하게 숨기던 그의 과거를 오늘만큼은 내가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 빗속에 있던 나를 거두어준 선생님은 제가 품어줄 수도 있는 사람인가요?




"너무 많은 걸 알고싶어하는 군."
"저는 선생님의 모든 걸 알고싶은걸요."
"뻔뻔스러운 말 하지마. 그럴 바엔 말을 아껴."
"전 무슨 말을 해도...작품인걸요."



뻔뻔함은 날이 갈수록 무르익는다.
그의 사랑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증거겠지.
연기처럼 희뿌옇게 작업실이 내 눈앞에서 왔다, 갔다...

취한듯 몸이 나른해진다.

이곳은 마치 모든 사람들을 취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
이 작업실이 아니라 그의 그림과 물감의 냄새, 붓이 종이에 닿는 소리...

모든 것은 지나치게 과장되어간다.
들리지 않아도 될 것들이 들리고, 느껴지지 못할 만한 것들이 느껴진다.

아아, 알 수 있다.
흥분하는 상태가 되어감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연인이 날 향해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이 작업실 안의 공기는 마치 그와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와도 같았다.
그의 감정이 변화할때마다 공기는 묘하게 차가워졌다가, 가라앉았다가, 미친듯이 뜨거웠다가...



"차가운..바닥."
"......."
"모든 것은 차가웠다."
"......"
"사람 역시."



아아, 그는 단 한번도 애정을 받고 자라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있는 그곳에서 조차
그는 독방에 갇혀서 지냈다.

그곳에 딸린 작은 초등학교에선 이미 그는 외부인과 다름 없었을 것이다.
이상한 애, 말도 잘 안하는 애....


내게서 받은 애정이 그의 삶에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유일하다는 것이 날 미치게 만들었다.



"원장이 내게 처음으로 웃었지."
"....언제요?"
"내가 그 화가한테 잡혀갔던 날."



잡혀갔던 날.

끌려가지 않았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화가가 '데려갔을' 뿐.




"내 삶은 오직 그림 뿐이었다. 그게 전부야."
"거짓말."
"....상대해줄 시간 없어."



그의 손은 여전히 눈동자 그 위에.
그림속 눈동자는 날 향해.


선생님, 우리는 왜 과거따위에 얽매여서 사는 것일까요?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더 깊게 만드는 걸지도 모르지.


2
이번 화 신고 2017-03-20 23:28 | 조회 : 1,677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너무너무 오랜만이네요. 싹 갈아엎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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