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한숨 잠이 들었다.

이미 아침이 밝아왔는데, 온기가 느껴졌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왠지 그 따스함이 좋아서 한참을 일어나지 않았다.
내 등을 가만히 토닥이는 손길이 기분 좋았다. 평생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 이렇게 나는 선생님만 있으면 돼.


약 8년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선생님의 애정어린 손길은 나를 한 없이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를 낳아 불행해졌다며 날 지옥으로 밀어버린 그 여자와는 달라.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정 같은거,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젊었을 적 사진을 집안 모든 곳에 두고는 자신의 세월을 그녀는 부정했다.

나를 낳고 갑자기 살이 찌고 피부가 상했다며 하소연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여자는 아주 어린 애를 앞에 두고 자신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줄도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본인의 외모.


「결국 당신도 떠나버릴거잖아!!」


아버지에게 매일 같이 소리지르던 그 모습.
추해져 버린 본인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싫다는 듯이 그녀는 매일을 화장하고, 옷을 사고...약을 먹고.
무슨 약인지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약을 먹은 후에는 그나마 잠잠했다.
하루종일 거울을 보다가 깨뜨린 적이 수십 번.


결국 그녀의 변해버린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체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떠났다.
영영 가버렸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절대 그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제발 그러지 좀 마, 제발!!」


발악하는 그녀 위에는 목이 조여드는 그가 있었다.
그의 숨구멍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 평생 사랑하던 여자는 결국 마구 히스테리를 부리며 그의 목을 조여왔고, 그는 견디다 못해 달아났다.
달아난 곳이 어디라 한들, 그곳은 지옥만은 아니리라.

이미 지옥에서 빠져나왔으니.


그리고 내 구원은 선생님께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나고 나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
어둑어둑하고, 비가오던 입동, 추위.

그 속에서 뜨거운 사랑을 찾았다.


아이러니하지, 내가 죽도록 증오한 나의 어머니, 그 미친 여자 덕분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


아아, 선생님.
부디 날 구원해주신 이 손길 거두지 말아주시길, 이렇게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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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10 00:46 | 조회 : 1,867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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