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육성 홍보모델(3)

3화




3화-육성 홍보모델(3)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게임 때문에 밤을 샜다고?"

상진의 소속사 대표 박진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상진이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러한 상황이 된 이유. 상진이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새워 어제 촬영 중 졸았기 때문이다.

"하…. 그래 뭐 이번에는 한 번뿐이고 하니까 다들 웃으며 넘어갔지만 계속되면 정말 손해다. 그건 너도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잘못한 건 너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다음부터는 잘하자."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상진이 대표실에서 나가자 박진형이 입을 열었다.

"하~진짜 저 열심히 하던 상진이가 웬일이람. 게임도 별로 안 좋아하는 애가 게임 때문에 밤까지 새고.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스케쥴이 너무 힘든가."

대표실에서 박진형이 헛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대표실에서 터덜터덜 나온 상진이 꿍해 있었다.

"후. 진짜 내가 왜 그랬던 거지. 고작 게임 때문에 일하는데 지장까지 오고…. 안 되지 안 돼. 게임은 적당히 해야지."

"상진아!..왜 이렇게 꿍해 있어. 대표님한테 많이 깨졌어?"

매니저 백현우가 밖에 차를 세워두고 상진을 데리러 왔다.

"아냐. 깨지긴…. 내가 잘못한 건데 뭐…."

"그래 이 녀석아 그니까 게임 좀 적당히 하지 그랬냐"

"나도 그렇게 많이 하게 될 줄 몰랐지….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게임 때문에 밤을 새우다니…. 나도 안 믿겨"

"이제 너도 게임하다 밤새는 걸 이해하게 된 거란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진짜 하고 싶지 않은데?"

"어련하시겠어요…. 가자! 늦었다."

"알겠습니다요"




* * *




"어? 회장님…!"

매니저 백현우와 함께 육성 본사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한쪽에서 육성 그룹 회장 이중헌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음? 아 유상진 씨군요. 오늘도 촬영인가요?"

"네…! 맞습니다. 그..지난번에는 감사했습니다."

"하하 뭘 감사까지야. 무릎이 시큰거리는 게 오늘은 한바탕 비가 내릴 것 같네요. 우산 꼭 챙기도록 해요. 그리고 오늘은 그냥 가시는 게 좋을 듯한데."

"네..네?"

"회사 내부 사정으로 오늘 촬영은 취소예요. 그냥 다시 돌아가도록 해요 상진 씨."

회장 이중헌이 유상진의 손을 잡고는 그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상진이 당황하는 사이 이중헌은 유유히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유상진이 그가 손에 쥐여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였다.

"...홍삼 사탕…."

"상진아! 안 들어가고 뭐 해?"

매니저 백현우가 차를 주차하고는 아직도 회사로 들어가지 않고 멀뚱히 서 있던 상진을 불렀다.

"형…. 그냥 돌아가야 할 듯."

"엉…? 갑자기? 뭐 놓고 왔어?"

"오늘은 회사 내부 사정으로 촬영이 취소됐다고 하시는데…?"

"누가?"

"회장님이…."

"회장?! 육성 그룹 회장이 널 알아봐…?"

"아…. 예전에 회장님하고 부딪힌 적이 있어서…."

"너 살아있는 게 용하다 야…."

"엥 갑자기…?"

"음. 육성 그룹 회장은 성격이 굉장히 불같다고 하더라고. 맘에 안 들면 바로."

매니저 백현우가 손을 목에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말…? 그렇게는 안 보이던데."

"이건 떠도는 소문인데. 육성의 첫 시작은 건달에서부터라고 하더라고."

매니저 백현우가 육성에 대해 떠도는 소문 몇 가지를 얘기하자 상진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그도 그럴 게 떠도는 소문의 주인공인 육성의 본사 앞마당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도청 같은 거… 없겠지…?'




* * *




"어? 뭐야. 왜 접속이 안 돼..?"

오래간만의 휴식. 오래간만의 휴일. 상진은 오래간만의 휴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아주 늦잠을 잤다. 오전 11시.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일 것이다. 연예인이 된 이후 휴일을 제외하곤 매일매일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오후 9시 정도까지 강도 높은 스케줄이라는 행군을 견뎌왔기 때문이다. 상진이 가볍게 먹을 브런치를 준비하곤 휴대폰에 설치된 [MAFIA GAME]을 실행시켰다. 그러나 게임에 접속이 되지 않았다.

"아 뭐야…. 체험판 기간이 종료된 거야…? 하…. 언제 나오는 거람."

그의 말을 들은 것처럼 게임 화면에 정식 발매일이 나타났다. 그날은 정확히 열흘 후였다.

"열흘 후! 생각보다 빨리 나오네? 근데 무료 게임이 아닌 건가? 아니 뭐 유료면 사면 되지. 밥이나 먹자."

상진이 직접 만든 브런치. 토스트와 계란후라이 베이컨 등이었다. 최근에는 취미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와 먹는 야식이나 휴일에 집에서 해먹을 때, 건강에 더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 상진은 직접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상진이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자 박진형은 상진이 요리 배우는 것을 방송으로 제작하였고 이는 인기 예능 방송 중 하나가 되었다. 상진이 나오기만 하면 대박 난다는 것은 2021년 불변의 법칙이나 다름이 없었다. 덕분의 상진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었다.

"뭐 재밌는 거 안 하나?"

상진이 TV를 켰다. 정규 방송들을 지나 영화 채널을 지나 여러 방송들. 상진이 계속 채널을 넘겼다. 그러다가 그가 채널 넘기는 것을 멈추었다. 작년에 그가 촬영한 영화. 그를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만들어준 영화였다. 대박 히트를 치며 유상진을 대한민국 최고 인기의 배우로 만들어버린 영화. 영화를 보며 상진은 생각에 잠겼다.
영화에서의 주인공인 신석. 유상진이 맡은 인물이지만 신석의 과거는 상진의 과거와도 닮아있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잃고 혼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신석.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잘되나 했지만, 원한을 산 악역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몰락하게 되는 스토리. 주인공을 끊임없이 절망으로 몰아가는 스토리에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텨내는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다.
상진은 과거 집에 강도가 들어 친부모를 모두 잃었다. 그 이후에 악착같이 살아남아 지금에 와선 최고의 연예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완전 개천에서 용 난 격이었다.

"이 영화엔 정말 고맙네."

상진이 브런치를 다 먹고는 대충 설거지하고는 상에 올려져 있던 사탕 하나를 까먹었다. 이전에 이중헌 회장에게 받은 홍삼 사탕이었다.

"..."

상진이 티슈를 한 장 뽑아 입 안의 사탕을 뱉어냈다.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다…."




* * *




열흘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드디어 내일이면 게임 [MAFIA GAME]의 발매일이었다.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누운 상진은 기대감에 쉽사리 잠을 잘 수 없었다. 고작 게임 때문에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것이 상진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임의 발매일이니 말이다. 상진은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천천히 천천히 잠이 들었다.




* * *




"으음…."

상진이 잠에서 깨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아직 엄청 어둡네…. 몇 시지"

상진이 이곳저곳을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아보았다.

"아…?"

상진이 이곳저곳을 더듬거리다 멈칫하고는 촉감에 집중하여 그곳을 짚어보았다.

"이건…. 모래…?"

그때, 상진의 주변에 흐린 빛이 비추어졌다. 밝은 빛에 상진의 주위가 밝아지며 형체를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빛에 상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으윽…."

상진의 눈이 커졌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대체…."

상진이 있던 곳은 상진이 잠든 침대 위도, 그의 오피스텔도, 그의 회사도 아니었다. 어딘지 모를 해변. 하지만 아름다운 해변이라기보다는 흐린 날씨 탓인지 스산한 느낌이 드는 해변이었다. 무엇보다도 해변에는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저기…."

"네..네!?"

넋을 잃고 광경을 바라보던 상진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저….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아니..요..저도 잘...모르겠습니다.."

말을 걸어온 사람은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덩치 큰 남자였다.

"...그런가요…? 어젯밤에 분명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이런 곳에…."

"저도…같은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혹시 휴대폰 갖고 계신가요?"

"아뇨…. 어딨는지 모르겠네요."

상진의 대답에 남자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목례하고는 다른 사람에게 가버렸다.

"하. 그나저나 진짜 뭔 상황이람….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 저거 뭐야!"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의 이목이 한곳으로 쏠렸다. 상진 역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공중에. 말끔히 차려입은 정장에 중절모를 눌러 쓴 모습. 거기에 우산만 들고 있었더라면 완벽히 영국 신사 같은 모습을 한 어떤 남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중절모를 깊게 눌러 써 그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사의 모습을 한 남자가 공중에서 양팔을 펼쳤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져가던 그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자와의 거리는 결코 적은 거리가 아니었다. 남자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지만 바로 옆에서 말한 듯 또렷하게 들려왔다. 마치 귀에 이어폰을 꽂은 듯 말이다. 남자의 음성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사라졌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

"저의 이름은 X. 이 게임의 주최자이자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이게 한 장본인입니다."

'게임…. 이라고…?'







TO BE CONTINUED...

1
이번 화 신고 2021-01-24 23:32 | 조회 : 801 목록
작가의 말
KJP

이제 프롤로그 끝난 느낌...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