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서바이벌 게임(1)

4화




4화-서바이벌 게임(1)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자와의 거리는 결코 적은 거리가 아니었다. 남자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지만 바로 옆에서 말한 듯 또렷하게 들려왔다. 마치 귀에 이어폰을 꽂은 듯 말이다. 남자의 음성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사라졌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

“저의 이름은 X. 이 게임의 주최자이자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이게 한 장본인입니다.”

‘게임…. 이라고…?’

자신을 X라 밝힌 남자의 알 수 없는 말에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었다기보단 반응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X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게임의 이름은 [MAFIA GAME].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있는 곳 바닥에 제 선물이 놓여있을 겁니다.”

X의 말에 사람들이 바닥을 살펴보았다. 상진 역시 바닥을 살펴보았다. X의 말대로 상자가 있었다. 상진이 상자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상자 안에는 한 자루의 권총과 탄창, 그리고 컴뱃 나이프가 있었다.

“제가 나누어 드린 선물을 이용해 여러분 옆에 있는 그 사람들을 모두 죽이십시오. 서로가 죽고 죽이고…. 재밌겠죠? 여러분은 이곳에서 총 14일간 살아남아 주시기만 하면 되는 서바이벌 게임이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말도 안 되는 걸 넘어 어이가 없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한 남자가 X에게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장난도 정도가 있지!! 너 이 새끼 빨리 안 내려와?!”

남자가 소리치자 X가 폭소하였다.

“푸흐흐하하- 흐흐…. 이곳에 있는 사람은 대충 1,000명 내외. 이 중에 몇이나 살아남을지 궁금하네요.”

X의 말에 남자가 한 번 더 발끈하였다.

“뭐 이 새끼야?! 장난도 정도껏 하라 했지!!”

그때 남자 주변에 있던 여자 한 명이 남자를 붙잡았다.

“으윽! 붙잡지 마쇼! 저놈 반 죽여놓을…!”

-푹

남자의 복부에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복부에 꽂힌 칼을 따라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짓….”

남자의 자세가 무너져 내렸다.

-꺄아악!

남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겁에 질린 비명을 질렀다. 상진은 똑똑히 보았다. 남자를 찌르는 그 순간 여자의 표정을. 그 여자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섬뜩한 웃음이었다. X가 남자의 죽음을 보고 피식 웃어 보이고는 갑작스레 끼기 시작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점점 안개가 짙어져 바로 앞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쩌지…. 이 상황을 어찌해야…!”

상진이 제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상진을 향해 어떤 물체가 날라왔다. 상진이 깜짝 놀라 피했으나 날아온 물체는 상진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상진의 뺨에서 뜨거운 선혈이 흘러내렸다.

“윽…. 아파!”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상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때 짙게 낀 안개를 뚫고 누군가가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여기다! 죽여!!”

그에게선 광기마저 느껴졌다. 상진이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재빠르게 총과 컴뱃 나이프 등을 챙겨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어디로 달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총성이 들려왔다.

‘대체 왜 이런 일이…. 꿈 아냐? 말이 돼? 그냥 죽으면 잠에서 깨는 거 아냐?’

그때 어떤 남자가 안개 속에서 튀어나와 상진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댔다.

‘그래…. 꿈이라면…. 빨리 죽어서 깨버리면 될….’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 순간. 상진이 그의 손을 쳐 총을 날려버리고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남자가 바닥에 뒹굴었다.

“...리가 없잖아!! 허억허억!!”

''''이건 꿈 같은 게 아니야!!''''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과 쿵쾅거리는 심장, 온몸이 이 상황을 현실이라 소리치고 있었다. 상진이 호흡을 고른 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니 숲이 나왔다. 사람들은 대부분 해변에서 싸우고 있었다. 숲속으로 들어가 숨으면 안전할 것이었다. 상진이 숲속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갔다.




* * *




“잠깐, 잠깐! 쏘지 마요! 저흰 아무도 죽인 적 없어요! 진정해요!”

갈색 투블럭컷에 가르마 펌을 한 어떤 사내가 양손을 들고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상진에게 다가왔다.

조금 전, 상진은 숲속에서 운 좋게 발견한 동굴에서 쉬고 있었다. X로 인해 서로서로 죽이게 된 이 게임이 시작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게임으로 인해 몇 명이나 죽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숲에서 갖가지 열매 등을 따서 먹고 있었는데 동굴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상진이 바로 총을 집어 들고 긴장한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쪽에 동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말요? 다행이다.”

동굴 밖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못해도 두 명 이상이야…. 어쩌지….’

갈색 투블럭컷에 가르마 펌을 한 사내가 동굴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진이 사내를 향해 총을 겨누고는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요! 움직이면 쏠 겁니다…!”

“우왓…! 잠깐, 잠깐! 쏘지 마요! 저흰 아무도 죽인 적도 죽일 생각도 없어요! 진정해요!”

사내가 양손을 들고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상진에게 다가왔다. 상진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움직이지 말라고요!”

상진의 외침에 사내가 다가오는 것을 멈추었다. 상진이 사내에게 물었다.

“동굴 밖에 있는 건 몇 명입니까?”

“3명입니다. 당신을 해할 생각 전혀 없어요. 총 거둬주지 않을래요?”

상진이 사내의 부탁을 무시하고 말했다.

“밖에 3명 손들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해요”

상진의 말에 사내가 밖에 있는 동료들을 불렀다. 그의 부름에 남자 1명과 여자 2명이 양손을 들고 천천히 동굴로 들어왔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지금 그 총을 쏘면 저희뿐만 아니라 당신의 위치까지 노출되는 겁니다. 우리는 당신을 해할 생각이 없어요. 진정하고 대화로 해결할 순 없을까요?”

상진이 사내의 말에 머뭇거리자 사내가 동료들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상진이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가만히 있어요…! 무슨 짓을 하려고…!”

상진이 총을 들이대자 사내와 그 동료들이 손을 내렸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총과 컴뱃 나이프를 모두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다시 양손을 들고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당신을 해할 생각 없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믿기 어렵겠지만 믿어주세요. 저희는 아무도 죽이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상진이 머뭇거리다 결국 총을 거두었다.

“..일단은 믿어보겠습니다.”

상진이 총을 거두자 사내가 기쁜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상진 씨.”

“제 이름을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당신 이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제 이름은 신우성입니다. 반가워요.”

신우성이 상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상진이 신우성의 손을 잡아 악수하자 신우성의 동료들이 차례차례 이름을 밝혔다.

“저는 박한이라고 합니다. 외자입니다.”

박한은 짧은 머리에 덩치 큰 사내였다. 하지만 얼굴은 순하게 생긴 상이었다.

“저는 차유슬 이라고 해요.”

차유슬은 긴 생머리에 차분한 느낌의 여자였다

“저는 이유림이라고 합니다.”

이유림은 포니테일 헤어에 키도 170 정도는 되어 보이는 큰 키의 소유자였다. 상진이 다시 자신을 소개하였다.

“배우 유상진입니다.”

모두가 제자리에 앉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자 신우성이 입을 열었다.

“음…. 이 동굴은 입구의 위치나 내부의 크기도 상당히 좋은 곳이네요. 상진 씨만 괜찮다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함께해도 될까요?”

“네. 뭐 함께 하는 거야 좋아요…. 하지만 제가 여러분을 그냥 믿기에는 너무 정보가 없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만나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신우성이 웃으며 답했다.

“역시 알려진 대로 신중한 성격이네요. 좋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잘 살아남으신 거지. 우선 여기 있는 모두는 전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들입니다. 저는 X가 등장해 게임 어쩌고 할 때 총을 챙겨서 먼저 숲으로 들어왔죠.”

“잠깐. 당신은 어떻게 먼저 숲으로 갈 생각을 한 거예요?”

“감입니다.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감…? 아니. 말이 돼요. 그게…?”

“음…. 상자에는 총과 나이프가 들어있었고, 상황상 예감이 좋지 않았기에 먼저 자리를 옮겼죠. 그리고 저는 일본에선 나름 유명한 탐정입니다. 일본에선 탐정이란 직업이 실재하는 것은 알고 계시죠? 탐정의 감이라고 하면 좀 이해하시려나요?”

“음…. 그래요. 뭐. 그래서요?”

“네 뭐 그래서 운이 좋게도 저는 첫날의 난리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죠. 그러고 숲에서 먹을거리라든가 지형을 좀 살피고 있었어요. 그러다 여기 세 분을 만났어요. 이분들은 첫날의 위험에서 셋이 힘을 합쳐서 빠져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유슬 씨는 다리를 좀 다쳤다고 합니다.”

신우성의 말에 상진이 차유슬을 쳐다보자 차유슬이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발목 쪽에 총을 맞았어요. 다행히 스쳐 지나가서 움직이는 데는 별 지장 없어요.”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신우성이 이어서 말했다.

“저를 보자마자 엄청나게 경계하는 걸 상진 씨에게 한 것처럼 해서 함께 행동하게 된 겁니다.”

신우성이 말을 마치자 박한이 덧붙여서 얘기하였다.

“저희 셋은 처음 해변에서 눈을 떴을 때 서로에게 여긴 어딘지 물었던 사이입니다. 이야기하던 중 X가 나타났고 그대로 함께 도망치게 된 겁니다.”

“그랬군요.”

신우성이 미소 지으며 상진에게 물었다.

“어때요? 이제 우리 신뢰할 수 있겠어요?”

신우성의 물음에 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먼저 여러분께 사과해야겠네요. 아까 총 겨눈 것 정말 죄송합니다.”

상진이 머리 숙여 사과하였다. 그러자 신우성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이참…. 사과 안 해도 돼요. 저 같아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우성의 말에 상진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고마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 *




“우선 첫날의 사건. 그것은 X가 이 게임의 시작을 알리려 벌인 짓입니다. 평범한 사람 중 공범을 심어두고 살인을 일으켜 사람들이 서로서로 경계하게 만든 거죠. 그렇게 하면 알아서 서로서로 죽이려 들 테니까 말이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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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28 23:03 | 조회 : 794 목록
작가의 말
K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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