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다(完)

전하, 제발 정신차리십시오!

닥쳐라. 한번만 더 내 앞에서 베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 때 날아가는 것은 네 혀가 아니라 네놈 목일 것이다.


시종장의 말에 대공은 소리질렀다.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 저리 사랑스러운 베론을 마녀라고 몰아가는 것인가.

대공은 미간을 찌푸리며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베론의 달콤한 채취가 느껴졌다.


..!! 하겐드님!!

아아, 베론.


베론이 달려나와 대공에게 안겼다.

대공은 그런 베론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대공은 베론을 으스러질 듯이 안았다.

아무도 내게서 베론을 떼어놓을 수 없다.

대공의 눈은 종종 광기가 어린 듯 했다.


베론, 허기지지 않느냐?

.... 괘, 괜찮습니다. 하겐드님께서 동물을 구해다 주시니까요...

오늘은 어찌하였느냐.

.... 오늘은.... 아직...

뭐? 왜지?!

아...!


대공은 추궁하듯 베론의 어깨를 잡고 다급하게 물어보다 문득 그가 두려워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는 손을 거두었다.

대공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미소를 지으며 베론에게 말했다.


잠시만 여기 있거라. 내가 곧 먹이를 가져오마.

네? 자, 잠시만..!


베론의 부름을 뒤로한 채 대공은 밖으로 나갔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시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베론에게 먹잇감을 가져다주지 않은 거지?

......


가득이나 살기어린 그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똑바로 대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거기다가 그 하녀는 이제 막 들어온 아주 어린 하녀였다.


대답을 왜 하지 못하는거냐.

....... 그, 그, 그게.... 그러... 니까아....


어린 하녀는 눈물을 맺으며 덜덜 떨었다.

그 모습에 짜증이 난 대공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잡아둔건 어디있지?

......

대답해!!

모, 모, 모, 모릅, 모릅니다..


어디엔가 무엇인가가 크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정신을 차리니 조금 전의 그 어린 하녀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움찔거리며 머리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대공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 보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면 네가 먹잇감이 되면 되겠구나.




베론이 있는 대공의 침실의 문이 열렸다.

대공은 기분좋은 표정으로 침대위에 있는 베론에게 다가갔다.

반면 베론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베론, 여기 먹잇감이다. 생물이라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상관없지 않느냐.


베론은 겁에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대공의 기분좋았던 표정이 싹 사라졌다.

혀를 쯧 하고 한번 찬 대공은 손에 쥐고있는 이미 죽어버린 하녀를 베론에게 내밀며 말했다.


먹어라.


베론은 아까보다 더 고개를 세게 내저었다.

그러자 대공은 베론에게 성큼 다가가 억지로 입을 벌리고 하녀의 옆구리를 쑤셔 넣었다.


커, 커헉..!!

먹어라. 널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 자, 착하지. 이제 씹어라.


베론은 눈물을 흘렸다.

대공은 베론이 우는 것을 보았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대공은 잠시 눈을 감고 조금 전의 베론의 모습을 생각했다.

입가엔 피가 가득하고, 눈물을 흘리는 저 아이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대공은 아무도 모르게 소리죽여 웃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웃음이 나온것이다.

하지만 그 웃음은 곧 멈추었다.

등 뒤에서 베론이 움직였다.

이젠 대공이 잠을 자는 것인지 아닌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에 짜증이 난 대공은 잠시 숨을 죽이고 베론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베론은 조금 전 배가 부르다며 울부짖으며 다 먹지 못한 하녀의 시체를 질질 끌고는 창문쪽으로 향했고, 창문 밖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 베론!


대공은 다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역시나 베론은 다리를 다쳤는지 아파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젓고는 하녀의 시체를 끌고 어딘가로 걸어가버렸다.

대공은 얼른 침실을 나와 정원으로 나갔다.

그는 침실의 창문이 있던 쪽으로 걸어가 베론이 걸어간 방향으로 조금씩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석에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베론이 보였다.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뭔가에 홀린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베론!! 여기서 뭘 하는거지?!

...!! 아, 하, 하, 하겐드님..!


대공이 성큼성큼 베론에게로 다가갔다.

풀숲에 가려진 베론의 왼쪽에는 아까 베론이 끌고갔던 하녀의 시체가 있었다.

대공은 베론의 손목을 꽉 쥐어잡고는 다시 자신의 침실로 올라왔다.

그는 배론을 짐짝 던지듯이 침대위로 던져버렸다.


거기 밖에 있느냐!

예.

가서 사슬을 좀 가져오너라. 이왕이면 무거운걸로.

아, 아.. 하겐드님.. 하겐드님.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베론은 침대에서 기어내려와 대공의 앞에 조아리며 빌었다.

하지만 대공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는 건네받은 사슬을 베론의 목과 팔, 다리 한쪽씩 걸어두었다.


베론,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네가 나를, 나만 바라보고 있지 않아서 그렇다. 그렇게 다른 놈들을 바라보니까, 응?

........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이냐. 베론, 네가 잘못한 것이잖느냐. 내가 기껏 구해준 먹이를 왜 그렇게 살갑게 챙기는거지? 혹 그 아이와 이전에 만난적이 있는거냐?


베론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걸 내가 어찌 아느냐.

저, 정말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베론이 대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글썽이는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베론이 또다시 울기 시작한거다.

대공은 그런 베론을 내려다 보았다.

아, 우는것도 예쁘네.




그 다음부터 대공은 짐승이 아닌 인간들을 베론에게 대려왔다.

처음에는 집안의 하녀들, 하인들이었지만 이젠 길거리에서 인간을 잡아오는 모양이었다.

베론은 계속해서 거부했지만, 그런 베론에게 대공은 억지로 입을 벌려 시체를 집어넣었고, 그게 너무 고통스러웠던 베론은 스스로 시체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자, 베론. 네가 직접 죽여보거라.

... 예..?

어서


이번에는 시체가 아니라 멀쩡히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작은 남자아이였다.

베론은 대공에게 말했다.


아, 아직 어린 아이... 입니다. 하겐드님.

해서, 먹지 못한다?

........ 예.


베론은 고개를 숙이고 두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이 애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 아니, 못 돌려 보내주지. 널 봤잖느냐. 그래도 네가 먹지않겠다면 내가 죽여주마. 헌데 지금 내게는 칼이 없구나.

무슨...?


대공은 아이의 머리를 잡아쥐더니 손을 높게 들었다.


자, 자, 잠깐..! 먹겠습니다. 먹겠습니다! 하겐드님!

... 처음부터 그리 말하지 그랬느냐.


대공이 사람좋은 웃음을 내보이며 베론에게 말했다.

그 다음부터 대공은 살아있는 자들을 베론에게 잡아먹으라며 가져왔다.

대공은 베론이 사람을 잡아먹을 때마다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았고, 어느 순간부터 베론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역시 대공이 베론과 함께 잠자리에 든 날이었다.

베론은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대공의 곁으로 다가갔다.

베론은 대공의 목을 껴안았다.

잠들지 않은 대공은 왠일로 베론이 자신을 안아주었나, 기뻐하며 베론을 끌어안았다.

으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공은 목 언저리가 아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 했다.


베론...?

.....-어 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대공은 자신의 품에서 베론을 떨어뜨렸다.

베론이 눈물을 흘리며 입안에는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잠시 멍하던 베론의 눈에 살기가 들었다.

베론은 대공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물어뜯었다.

아아, 역시.

베론.

너는 살인을 할 때가 가장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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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3 00:20 | 조회 : 4,241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목표는 한화였는데... 역시 퀄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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