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다

이 곳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녀가 살고 있었단다.

천사보다도 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바닷속의 인어들보다 더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백조보다도 더 우아한 몸짓을 하는 마녀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사의 몸이란다.

그런 마녀의 모습에 반하는건 비단 남자들뿐만이 아니었지.

하지만 마녀와 함께 한 이들은 결코 좋은 끝을 맞이하지 못했단다.

허니 명심하렴.

만일 그 마녀를 보거든 두 손으로 눈을 찌르고, 귀를 찢어버리거라.

마녀와 함께 하는 것은 불구가 되는 것 보다 훨씬 더 못한 생을 맞이하게 될 테니.




대공은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재미로 들어본 점쟁이의 말이 그의 자존심을 완전히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제국에서, 황제조차 자신의 손아귀에 두고 있는 대공의 자존심을 완전히 깎아내린 것이다.

화가 난 대공은 마차에 타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며, 누구 하나라도 부딪히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얼굴을 보고 곁에 어슬렁 거리는 정신나간 이가 이 거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구석진 골목에서 급하게 빠져나온 이가 대공과 거하게 부딪히기 전까진.


앗!


부딪힌 이는 남자라기엔 조금 높은 음성으로 소리를 냈다.

대공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자신과 부딪힌 이를 내려다 보았다.

파란 하늘보다 더 맑은 눈동자가 대공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사라져버렸다.

대공은 자신의 발밑에서 엎드려 바들바들 떠는 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옆구리를 발로 찼다.

대공이 세게 찬 것도 있었지만, 몸이 얼마나 마른 건지 대공의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버렸다.


커헉..!


나뒹구는 이는 천으로 대충 감싼 빛나는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움찔움찔 거리며 일어서지 못하는 이에게 대공은 성큼성큼 걸어가 턱을 쥐어 억지로 일으켰다.

대공은 아픔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았다.

찔끔 흘리는 눈물방울이 마치 빛이나는 듯 했다.

눈내리는 겨울, 마치 여름옷을 입은 마냥 옷을 얇게 입은 탓에 손과 발이 새빨개졌다.

대공은 씨익 마소를 지으며 마차를 불러 그대로 함께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집에 도착한 대공은 앞뒤 말없이 얼른 씻겨서 자신의 침실로 데려다 놓으라고 명령했다.

늘상 있는 일에 시종들은 별말없이 대공이 데려온 이의 옷을 벗기고 욕실로 데려가 씻겼다.

식사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오자 시종들이 그를 대공의 침실로 데려다놓았다.

그것도 대공의 취향에 맞게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채 양손을 묶어둔 채로.

자신의 침실에 있는 이의 가슴을 보자 남자인 걸 알아챈 대공은 그의 얼굴을 보고 성별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외모는 그 아름답다던 혼 왕국의 주하공주마저도 빚바래 보이게 할 외모였다.

어서 저 하늘보다 맑은 눈동자를, 저 부드럽기 그지없어 보이는 앵두빛 입술을, 저 달콤해보이는 장밋빛 피부를 울릴고 싶었다.

대공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곧바로 침대로 달려들어 그를 덮쳤다.


.... 사,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린 목소리가 마른 몸과 함께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그 행위는 대공의 욕정을 타올리게 할 뿐이었다.

대공은 자신의 아래에 깔려있는 이의 몸속을 강제로 침범했다.


아아아악! 아파, 아파요오.. 아아아아!


흐느끼며 비명을 지르는 그를 바라보았다.

양 손이 묶인 채 쳐밖힌 얼굴과 목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여기저기 나 있는 대공이 만들어 낸 울혈은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어 더욱 색스러워 보였다.

이대로라면 며칠이든 몇주든 침실에서만 생활을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온몸이 정액투성이에, 울혈자국이 새하얀 피부를 다 덮고 있는 모습을 보자 대공은 괜시리 만족스러웠다.

대공은 가냘픈 숨을 내쉬는 이를 잠시 내려다 보다가 거칠게 깨웠다.


일어나.

으... 으...


며칠간 비명을 질러대서인지 목소리가 완전히 가버린 것에 대공은 살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기분이 좋아진 대공은 한손으로 그를 안아들고 욕실로 향했다.

몇겹 걸치지 않은 자신의 옷을 훌훌 벗어낸 대공은 자신이 안았던 이를 그대로 안아 물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품에서 바르르 떠는 이를 바라보다 문득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생각에 대공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름.

... 네?

이름이 뭐냐고.


본래라면 그대로 한대 내리쳤을 대공이었지만,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와 붉어진 눈가를 본 대공은 인심쓰듯이 다정하게 한번 더 물어봐주었다.


이, 이름.. 이름.. 그, 그러니까..

빨리.

죄송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바들바들 떨며 용서를 비는 걸 바라보는 것도 꽤나 나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대공은 조금 짜증이 났다.

자기 이름하나 모르나?

아무리 병신이어도 그건 아닐텐데.

아니면..


이름이 없는건가?

.... 네..


조금 기운이 빠진 그가 고개를 숙이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름이 없다라..


그럼 내가 지어주지. 뭐가 좋을까...


대공은 자신의 입가를 쓸며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 때 대공의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베론


대공이 어릴 적, 그의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녀의 이야기에 나오는 마녀의 이름이었다.


네 이름은 앞으로 베론이다.

..... 네..

뭐야,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건가?


베론은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으며 믿어달라는 표정으로 대공을 올려다보았다.

욕실의 후끈한 열기가 대공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결국 대공은 욕실에서 베론을 몇번이나 범했고, 그 대로 침실로 데려와서도 베론이 서너번 기절했다가 깨어날 때 까지 마구 범했다.




이리오너라, 베론.


대공이 베론을 자신의 침실로 데려온 날이 한달이 넘었다.

침실에서든 어디에서든 베론은 대공의 말을 아주 잘 들었다.

대공은 그런 베론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어떤 창녀들도, 아주 잠깐 사귀었던 애인들도, 이렇게까지 대공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베론을 안을 때 마다 베론에게서는 아주 달콤한 냄새가 흘렀다.

마치 마약과도 같이 말이다.

지금도 이렇게 순종적으로 다가오는 베론이 대공은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베론은 대공의 침실에서 주로 생활했고, 옷도 거의 입지 않았다.

그러던 쯤 대공의 집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렸다.

나체의 인간인지 혹은 괴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대공의 집에있는 생쥐, 고양이, 심지어 닭까지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헛소문이라 생각했던 대공도 계속해서 그러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려오자 직접 해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대공은 또 한번 베론과 잠자리에 들었다.

곤히 자고있는 베론을 확인하고, 대공은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나 있었을까,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작은 움직임이 있더니 눈 앞에서 무언가 휙휙거렸다.

자신의 옆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일 이는 베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대공은 베론이 괘씸하기도, 가소롭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귀엽게 여겨졌다.

이윽고 베론이 숨을 한번 내쉬더니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가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대공은 베론의 뒷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간편히 입고 침실을 나섰다.

어디로 간걸까.

대공은 골똘히 생각하다, 어째서인지 집안의 괴소문의 근원지가 부엌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나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나다를까, 그곳에서는 쩝쩝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공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구석진 곳에 대공은 오른손에 들고있던 불을 들이댔다.

그곳에는 커다란 눈으로 입가엔 피를 묻히고 자신을 바라보는 베론이 있었다.

대공은 잠시 사고가 정지한 듯 했다.

그건 베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지.

.... 아, 아...


베론의 눈에서 눈물이 두 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이내 후두둑 떨어졌다.

베론의 몸이 사사나무 떨듯 벌벌 떨리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니까!

히익! 자,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대공이 언성을 높이자 베론은 몸을 둥글게 감싸며 세뇌라도 당한 듯 무의식적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대공은 거칠게 베론의 손을 낚아채고는 침실로 끌고왔다.

침실에 들어온 대공은 베론을 침대에 내던졌다.


이제 설명해봐. 내가 납득할 수 있게.


대공이 목소리를 깔고 말하자 베론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침대만 문질거렸다.

결국 대공이 윽박지르자 겁에 질린 베론은 자기도 모르게 줄줄 말했다.


그, 그게... 체, 체질이라...서... 그래서 피를 먹어야해서...

.... 체질이라고..?


대공이 한번 되묻자 베론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체질이라...- 대공은 그리 말하며 곰곰히 뭔가를 생각하더니 베론을 향해 물었다.


혹 이걸 나 말고 아는 이가 있느냐?


베론이 고개를 내저었다.

대공은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퍽 다정하게 베론에게 말했다.


살아있는 동물이면 허기가 채워지겠지?

....네?

크기는 어느정도가 적당하나. 토끼정도면은 괜찮은건가?

아....


베론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허기가 진다면 내게 말하거라. 구해다 주도록하지. 그깟 작은 동물들을 구하는건 별일 아니니라.

.... 정말요?


베론이 눈물을 잔뜩 머금은 맑은 눈동자로 대공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이죠? 그, 그럼.. 절 막 묶어놓고 불태운다거나.. 아, 아니면 돌팔매질을 한다거나.. 남들 앞에 나체로 서 있게 만든다음에 칼로 베어 죽인다거나... 그러지 않으실거죠?

넌 내가 그럴 인물로 보이느냐.


베론은 무언가에 홀린듯 고개를 내저었다.

대공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하겐드라고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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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2 15:20 | 조회 : 4,405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다음 내용은 언제 쯤 올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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